도시아이 키우며 시골마을에 활기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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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아이 키우며 시골마을에 활기 넘쳐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8.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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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소규모 학교가 살아야 지역도 살아난다 <5>

유학이라고 하면 외국이나 대도시로 떠나는 것을 떠올리기 쉬운데 최근에는 도시에서 시골로 유학을 가는 농촌유학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농촌유학은 40여 년 전,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체험을 주자는 의미로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 5일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에 위치한 송화초등학교 운동장은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교정에서 활기차게 뛰노는 소리로 떠들썩하다. 편을 나눠 축구를 하거나 시소, 그네 등을 타며 노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수업을 마치고 교정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의 해맑은 모습

사회·인성 함양 농촌유학 학부모 관심
유학 온 도시학생 농가서 숙식·체험
아이들 재배 농산물 판매로 도농교류 

송화초 학생 절반은 서울과 경기도 등의 대도시에서 농촌으로 유학 온 학생이거나 귀촌 자녀다. 정규 수업을 마치자마자 각종 학원 수업을 쫓아가기 바쁜 도시생활과 달리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되돌아 왔다.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유학온 정초빈(6년) 양은 “처음에는 학원에 안가 시간은 남는데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없어 심심하고 뭘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놀고 오늘은 함께 뭘 할지 찾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송화초는 지난 2009년만 하더라도 전교생이 15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몰렸지만 이제는 도시에서 유학 오는 학교로 변모했다. 올해는 전교생이 52명으로 이 가운데 20명은 서울이나 인천, 경기도 등 대도시에서 유학 온 학생이다. 전교생이 3배 넘게 늘어난 것은 지난 2010년부터 별빛산골교육센터(이하 별빛센터) 윤요왕(44) 대표가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면서다.

 

아카시아 꽃 음료를 만드는 아이들.

2010년 문을 연 별빛센터는 지역아동센터와 농촌유학센터 역할을 함께하는 곳이다. 농촌유학생들은 1년 이상 농촌에 머물면서 지역의 학생들과 함께 별빛센터에서 모내기와 물고기 잡기, 벼 수확, 김장하기 등 사계절 내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활동을 체험한다. 도심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존감과 사회성, 배려심과 인성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도시 학부모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농촌유학은 공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는 점에서 대안학교와는 구별된다. 특히 별빛센터 유학프로그램의 특징은 주민, 센터, 학교가 아이들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보살펴 주는 협력시스템에 있다. 농촌 유학생과 지역 학생 등 송화초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나면 별빛센터로 와 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참여 농가 농민들이나 조합 선생님들이 맡는다. 특별히 교사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들은 아니지만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친다.

가르치는 내용은 학교 교과 내용이 아니다. 친환경적이고 재밌는 과정들이 많다. 바느질로 꽃 만들기, 실뜨기 놀이, 자전거 타기, 목공 등으로 도시에서는 하기 힘들거나 요즘 도시 아이들은 모르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협동심과 인내를 배울 수 있다. 별빛센터가 유학생을 유치한 첫해인 2010년에는 4명에 불과했지만 5년차인 올해는 20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별빛센터 수료생은 34명에 이르며 자녀만 농촌유학을 보냈다가 가족이 귀촌한 집도 7가구다. 이승준(31) 생활교사는 “자유롭게 자연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학부모들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학교를 졸업해 떠나야 하는 학생들도 남고 싶다고 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별빛센터에서 농촌유학생 유치를 비롯해 상담 및 생활관리를 비롯해 정규 수업 이외의 교육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학생들은 농가에서 생활한다. 농가에서는 한두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아이들과 함께 농삿일을 하기도 하고 김장을 담그기도 하는 등 가족 같은 분위기로 생활한다.

현재 11개 농가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며 이들은 귀농·귀촌한 농민과 노부부를 비롯해 목사, 전 이장, 부녀회장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농촌유학 학생 한 명의 한 달 생활비 70만 원 중 50만 원이 농가에 돌아간다. 유학생이 거주하는 농가 주민들은 손주 같은 아이들과 지내며 매월 100여만원 가량의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을 맡긴 도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농촌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 혹은 직접 절인 배추를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절인 배추는 인기 상품으로 3kg기준 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도시민들 사이에서 인기와 신뢰가 높아져 마을 사람들은 김장철이 되면 대량으로 배추를 절여 판매한다. 또한 한 번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배추를 주문해 한 번 형성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이는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져 농가의 소득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교육적 가치가 있는 곳이 농촌이라는 별빛센터 윤 대표는 “도시의 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마음껏 보고, 듣고,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는 풍족하지만 뭔가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을 느끼던 아이들이 농촌에 내려와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는데 그것은 자연과 사랑, 마을공동체의 힘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별빛산골교육센터 윤요왕 대표

 

한 때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던 윤 대표<사진>는 대학시절 농활을 계기로 지난 2003년 춘천시 사북면으로 귀농했다. 지난해에는 마을주민, 농촌유학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춘천별빛산골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사회 활성화에 나섰다. “2005년 마을아이가 등굣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 사고를 보고 농촌 아이들이 부모나 학교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역의 학부모들과 함께 문을 연 공부방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지역의 학생이 갈수록 줄어 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촌유학을 준비했습니다.” 윤 대표는 농촌유학의 성패는 지역 주민에게 얼마나 이해 받고 함께 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말한다. “농촌유학센터가 섬처럼 따로 있어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지역에 좋은 영향도 주지만 때로는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주민들이 농촌유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센터와 주민간 마찰로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민을 강사로 초빙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농촌유학을 통해 도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표정이 변하고 지역사회에 활기가 도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윤 대표는 별빛센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아동교육 차원의 별빛센터가 아닌 농촌 지역에 일자리 창출과 농가에 농외 소득, 도·농 교류 활성화 등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고 앞으로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을 갖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도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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