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골목길, 스토리와 디자인을 입혀야 뜬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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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골목길, 스토리와 디자인을 입혀야 뜬다 <10>
  • 한기원·장윤수 기자
  • 승인 2015.10.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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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의 절묘한 조화 ‘대구 근대문화골목길’

 

▲ 대구 골목길 투어 근대로의 여행. 진골목.


대구 근대문화골목길, 1800년대~한국전쟁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2008년 시작된 근대골목투어 이제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가객 김광석의 삶과 노래 이야기로 입힌 다양한 벽화·조형물 가득
골목골목에 모두 스토리 입혀 중구 전체를 하나의 근대문화벨트로

대구에는 근대문화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골목길이 있다. 그 유적을 통해 대구의 역사를 알리고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대구 골목길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는 근대 건축물이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고층빌딩의 뒷편, 무심히 길을 꺾어 들어선 대구의 골목에선 ‘툭’ 지나간 시간과 마주치게 되며 낡고 비좁은 거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애잔한 추억과 삶의 기쁨, 또 슬픔이 깊이 서려 있는 곳이다. 너무 낙후돼 개발의 삽날이 비켜가서 살아남은 거리 구석구석에는 온전히 또는 마구 덧칠된 선인들 발자취가 널려 있다. 최근 대구의 옛 거리가 새삼 빛을 발하고 있다. 문화유산이 돼가는 삶의 흔적이 낡은 거리 골목에서 걷노라면 굳은살과 속살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근대문화골목길 곳곳에는 1800년대 말부터 한국전쟁까지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으며, 구석구석 한 시대를 살아간 인물과 역사적 사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중구는 대부분 그 도시의 중심이다. 대구 중구도 최대 번화가이고 중심지다. 이런 도심에 다양한 근대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1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선교박물관과 청라언덕,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과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 부자들의 위엄을 느끼게 하는 골목길까지 말이다.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하나하나의 건축물과 골목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근대골목투어’라는 관광프로그램이다. 2008년 시작된 근대골목투어는 이제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됐다. 2012년에는 ‘한국 관광의 별’과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곳 100선에도 선정됐다. 2013년에는 지역문화브랜드 대상,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등을 휩쓸었으며,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13 아시아 도시 경관상’ 시상식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근대골목투어는 5개의 코스와 맛투어, 야경투어, 스탬프투어 등 8개의 투어로 구성돼 있다

대구의 골목 속에는 삶의 흔적이 배인 역사가 흐른다. 좁디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담장과 담장이 마주한 틈 사이 또 다른 골목길이 나타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울부짖었던 이상화 시인과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이라는 청춘을 노래한 가수 김광석과도 만난다. 이렇듯 ‘대구 근대골목길’ 이곳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 특히 우리의 아픈 역사가 짙게 배어있다.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을 교두로 영남지역을 사수했기 때문에 대구지역에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 최근 식지 않는 ‘걷기’ 열풍과 ‘셀카(셀프 카메라)’의 인기로 방문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67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대구근대화 골목투어는 총 5코스로 짜여있는데, 1코스는 ‘경상감영달성길’, 2코스는 ‘근대문화골목’, 3코스는 ‘패션한방길’, 4코스는 ‘삼덕봉산문화길’, 5코스는 ‘남산 100년 향수길’이다. 2코스인 ‘근대문화골목’은 동산선교사주택에서 시작해 화교협회로 끝나는 1.64km로 탐방소요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이 구간에서는 동유럽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인 ‘계산성당’을 만날 수 있다. 이 성당은 대구에서 처음 세워진 서양식 건축물로 입구에 두 개의 종각에 우뚝 솟아 ‘뾰족집’이라 불렸다. 또한 민족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의 선구자인 서상돈 선생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이상화·서상돈 고택’도 만나볼 수 있다. 4코스인 ‘삼덕봉산문화길’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시작, 건들바위로의 긴 여정으로 총 4.95km, 탐방소요시간은 2시간50분이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한말 고종황제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담배를 끊고 금가락지를 모아 ‘일본에 진 빚을 갚자’며 벌인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IMF 외환위기를 맞아 신국채보상운동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김광석 길’은 4코스의 백미다. 350m 남짓의 이곳에는 가객 김광석의 삶과 노래를 이야기로 입힌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이 가득하다. 특히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찾고 있어 지난해 방문객만 47만 명에 이른다. 이곳은 비 오는 날 더욱 운치가 있는데 김광석 길과 나란한 ‘방천시장’에는 그를 닮은 청년들이 기타를 치며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있다.

 


 

미/니/인/터/뷰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낙후된 골목길에 스토리 입혀 관광지로 도심 재창조”

대구 중구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구 20만에 육박하는 명실상부한 대구의 중심이었다. 도시의 팽창 등으로 외곽지역이 급성장하면서 1990년에는 15만3000명, 윤 청장이 첫 취임한 2006년에는 7만9255명, 2013년 말에는 7만6246명으로 줄었다. 노후 불량주택지역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고층아파트를 짓는 방법 대신 윤 청장은 ‘재생’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제 강점기 때부터 형성돼 온 골목길을 ‘관광상품화’ 하기로 한 것이다.

낙후한 골목에 스토리를 입혀 신개념의 관광명소로 만든 장본인이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이다. 윤 청장은 “카메라 셔터를 막 누르기만 해도 엽서의 한 장면과 같은 그림을 담을 수 있는 관광명소,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행복주거지역 중구를 만들겠다. 낡고 지저분한 구도심으로 인식돼 온 골목길에 관광객이 넘쳐나고, 그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지역으로 도심을 재창조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 청장은 “주민들은 어떻게 허물고 무엇을 지을 것인가를 물었지만, 1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을 마구잡이로 없애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았다”며 “삼국시대에 쌓은 국내 최고(最古)의 토성인 달성토성, 400년이나 된 경상감영,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쓰라린 자취 등을 엮어 스토리텔링하면 낙후지역이 관광명소가 될 것 같았고, 사실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대구는 한국전쟁의 포연이 비켜가는 바람에 서울, 대전 등과 비교해 옛 골목길이 거의 원형 그대로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대구 중구 골목투어, 근대로(路)의 여행’과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관광지 99선’에 든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수백 년간 영남의 중심이었던 향촌동의 이야기를 담은 향촌문화관 등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관광명소로 부활한 셈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김광석 길이나 이상화고택, 만세동산 등이 있는 골목에는 관광객이 넘쳐나는 등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윤 청장은 남은 골목골목에 모두 스토리를 입혀 중구 전체를 하나의 근대문화벨트로 잇고,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품 중구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도심재생사업에 품격을 더하면 남은 지역도 각종 테마골목길로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종황제가 다녀간 길에 어갓길을 조성해 ‘구국의 길’로, 북성로와 서성로에 일제강점기 때 파괴된 대구읍성 상징거리를 조성했다. 민족지사 양성소였던 우현서루(현 대구은행 북성로지점)와 국채보상운동 발원지인 광문사터(현 대성사) 재현을 통해 복원했다”는 설명이다. 중구의 남쪽인 남산동에도 ‘남산100년 향수길 조성사업’을 한다는 윤 청장은 “김광석 길도 2012년까지만 해도 앞서 실시해 온 ‘별의별 시장’이나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성과가 없어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고 소개하며 “문화 예술로 도심을 재생하는 것은 원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윤 청장은 1마을 1특화 복지희망 마을 만들기, 에코맘 녹색아카데미, 에너지 슈퍼마켓 운영 등 친환경 녹색 중구 기반을 다지고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재개발사업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어 대구 도심의 재생사업을 통한 관광명소를 만들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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