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이봉연 논바닥에 서예를 심다
상태바
우당 이봉연 논바닥에 서예를 심다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5.12.08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홍성 혜전대 개교와 함께 홍성으로
정년퇴임 이후 청양군 비봉면에 작업실 열고 서예에 매진
추수 뒤 쓸쓸하고 황량한 들녘에 예술작품으로 활력 넣다
앞으로 캘리그라피 교재·시집·한글서예 이론서 출간이 꿈

추수를 앞둔 가을들녘은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으로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추수가 끝난 후에는 휑한 들판에 흰 비닐로 싸여진 짚단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흰 짚단뭉치들을 활용해 청양군 비봉면의 한 논에서 이색적인 전시를 열고 있는 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전 혜전대학교 교수이자 서예가이기도 한 우당 이봉연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중학교 때부터 붓글씨를 써 오기 시작했죠. 혜전대학교에서는 경영학을 가르쳤습니다만 그래도 생활의 비중은 항상 서예 쪽에 더 두고 있었습니다.” 우당 이봉연 선생(71)의 말이다. 강원도 동해시가 고향인 우당은 혜전대학교의 개교와 함께 홍성으로 이사 와 30여 년간 홍성에서 생활해 왔다. 5년 전 퇴직과 함께 작업실을 알아보던 우당은 청양의 한 산골마을 자락 끝에 작업실을 지었고 작품 활동에 매진해 왔다. 우당은 먼저 ‘우당 이봉연 논바닥에 서예를 심다’ 전시를 기획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풍성하게 보이던 논에서 갑자기 벼를 베어낸 다음에는 무척이나 쓸쓸하고 황량해 보입니다. 농사를 짓던 농부의 마음도 허전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뭔가를 제공해 그 허전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메워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논바닥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짚단을 보고 그것에 서예작품을 부착하면 동네 분들을 비롯한 길을 오고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 같아 야외전시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깃발전’ 등의 형태를 통해 야외 전시를 하기도 하지만, 짚단을 이용한 전시를 기획한 것은 거의 최초의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이번 전시회는 개인전으로는 상당한 작품수인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우당은 이처럼 다양한 작품 전시를 통해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봄에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 푸르게 자라는 모습과 가을에 황금빛으로 출렁이던 벌판은 바라보는 이들에게 풍성함과 여유로움을 선사해 주지만, 갑자기 그것이 사라진 후 쓸쓸함은 보는 이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줍니다. 이러한 공간에 예술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시켜 겨울의 싸늘하고 허허로운 분위기를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장으로 꾸미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당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이미 수차례의 전시를 진행해왔지만, 야외에서 하는 전시는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그간의 전시 작품은 일정한 전시장에서만 이뤄져 마음먹고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농촌에서 일하기 바쁜 많은 분들은 평생토록 예술작품을 몇 번이나 감상했을까 싶을 정도로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 우리가 늘 다니는 친숙한 논바닥에 서예작품을 전시해 지나가다가도 자연스럽게 보며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고, 새로운 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우당은 이번 특별한 전시회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논에서 진행하는 야외 전시이기 때문에 일반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 전시할 수는 없었다. 우당은 고민 끝에 눈과 비를 맞아도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작품을 모두 복사해 섬유에 인쇄했다. 또한 짚단 두 개씩을 쌓아올린 후 작품을 손수 붙였다. 비닐에 쌓여 논바닥에 방치된 짚단에 작품을 부착해 일으켜 세운 것은 관심 밖의 사물이 작품의 형태로 탈바꿈 돼 새로운 의미로 등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우당은 이번 전시회에서 100여 점의 작품을 300여m 논 주변 길에 배치함으로써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품 장르의 다양성이다.

“한글 서예의 범주로는 거의 모든 서체를 망라해 나타냈습니다. 즉, 궁체, 서간체, 우당체, 판본체, 현대서예, 문자디자인, 캘리그라피 등의 서예 분야와 문인화 등도 전시해 취향에 따라 감상하고 다양한 서예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고 감상의 안목을 넓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전은 일주일 정도 진행하는데, 우당은 특별히 2개월간 전시를 계속해 싸늘한 겨울 벌판을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짧은 전시기간 때문에 보고 싶어도 찾아오지 못했던 이들이 일정을 조정해 찾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기존 전시 형태는 미리 대관 계약을 하고 그 일정에 맞춰 작품을 걸고 전시하면 됐지만, 이번 전시는 벼를 베는 시기나 짚단을 모으는 시기 등이 일정하지 않아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논 주인과의 협의, 짚단 주인과의 협의, 짚단을 나르는 분과의 협의가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기존 전시보다 상당한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또 작품을 짚단에 무엇으로 어떻게 부착할 것인가도 상당히 신경 써야 할 문제였습니다.”

우당은 이번 전시회 초청장에 자신이 직접 캘리그라피로 제작한 ‘홍성한우’, ‘청양구기자’, ‘예산황새공원’ 등 인접 시군의 대표적 특산물과 상징물 작품들을 인쇄해 발송했다. 우당은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느낀 소회들을 덧붙였다. “전시를 준비하며 주변 분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면장님은 전시장 준비를 위해 총괄적인 주선을 해 주셨고, 이웃 어른께서는 논 주인과 짚단 주인에게 직접 연락해 전시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주셨습니다. 또 짚단 나르는 분들도 기쁜 마음으로 날라 정리해 주셔서 전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조건이 허락된다면 매년 정기 전시를 진행해 사람들이 이 동네하면 ‘겨울철 논바닥 전시’가 떠오르는 예술 마을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또 이런 작업이 보다 넓게 확장돼 많은 분들이 예술을 쉽게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당은 이번 전시를 마치는 대로 캘리그라피 자료들을 정리해 교본으로 묶고 그것을 통해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더욱 격조 있게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구상 중이다. 또 정년퇴임 전후에 쓴 다수의 시들이 시집으로 묶여지지 못했는데 우당은 지난여름, 이 시들을 정리했고 이를 빠른 시일 내 출판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글 서예를 하면서 한글서예 이론 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한글 서예 또한 다양한 각도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한글적 표현으로 된 이론서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글 이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글서예 이론서를 출간하는 것이 희망 사항입니다.”

우당의 뜨거운 열정은 황량한 들판을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로 수놓았다. 앞으로의 우당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전시기간 : 2015년 11월 21일(토) ~ 2016년 1월 21일(목)/전시장소 : 충남 청양군 비봉면 불로리길/연락처 : 불로리길 142-7, 010-2593-5077

우당 이봉연 선생은…

강원도 동해시 출신으로 중학생 때부터 서예공부를 시작해 전통서예인 궁체와 판본체를 공부하는 한편,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현대적 시각과 감각에 맞는 글자꼴을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서체를 연구하기 시작해 우당서체를 개발해 우당체 교본과 작품집을 출간했고, 2006년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제 2회 개인전을 통해 우당서체 발표전을 가진 바 있다. 이후 문자 디자인과 현대서예 등을 연구, 발표했으며 2014년부터 캘리그라피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교재를 준비하고 있다. 경영학 박사로 혜전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임했다. 지금까지 8차례의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2007 한글서예 대축제 출품, 대만 광복화랑 초대전, 제1회 인사동 미술축제 초대전, 중국 위해시 박물관장 초대전, 제2회 서예 구상과 추상전, 한·일친선 서예전, 한·중·일서화가 초대작가전, 한·중현대미술의 만남전, 동북아시아전, 종로거리 깃발전, 충남서예전람회 초대전 등에 참여했다. 서울미술제 대상, 문화관광부 장관상,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 특별대상, 88문화의 해 서울미술 작가상, 고불서예문화상, 한겨레서예문화상, 미국뉴욕헤럴드센타 우수작품 출품상, 서울올림픽기념초대 서울미술상, 서울미술제 초대작가상, 충남문학 대상, 우수교수 표창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서예가협회 충남지부 이사, 심사, 초대작가,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이사, 심사, 초대작가, 한국고불서화협회 부회장, 심사, 초대작가, 한국예술협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문학세계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