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언론인에게 책임감·사명감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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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언론인에게 책임감·사명감은 기본이다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03.1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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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이다>홍성의 인맥-홍성출향인을 찾아서 <1>

신동환 KP커뮤니케이션 대표

12남매, 학비걱정에 잠 못 이룬 부모님, 초인적인 삶 존경
1997년 다큐 KBS 일요스페셜 제작·방송해 ‘시청률 22%’
먹거리 관련 콘텐츠와 홍보 유통으로 중국에 진출 추진

 

▲ KP커뮤니케이션 신동환 대표.

“TV 방송PD를 하면서 뉴스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풀어준 적도 많았죠. 취재와 제작이 힘들어도 그 프로그램으로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고, 사회적으로 반향이 생기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마약과 같아요. 힘들어도 '수고했다. 고맙다'는 그 한마디에 다시 취재현장으로 달려 나가곤 했습니다.”

여느 시골아이들처럼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놀고 개구쟁이 짓을 많이 하면서 자란 신 대표는 다른 집에 비해서 독특한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 신 대표의 아버지가 시골에서 면장을 지냈고 논과 밭이 좀 많았기 때문에 다른 집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신 대표가 자란 70년대에는 시골에서 대학 한명 보내는 것도 힘들었는데 12형제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당시 시골에서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만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 갔던 신 대표의 누님이 매월 아버지의 면장 월급보다도 많은 돈을 송금해줬기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신 대표는 항상 부모님이 학비를 대기 위해서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힘들게 일하고도 모자라 학비 걱정하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어린나이에도 ‘부모님이 정말 고생 하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초인적인 삶을 사셨던 두 분 덕분에 저를 비롯한 형제들이 사회에서 당당히 제몫을 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해 부모님께 늘 감사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로 대학가 좋은데 취직해야겠다고 절실하게 마음먹은 신 대표는 중고등학교때 책상 앞에 ‘공부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학업에 매진했다. 신 대표는 서울로 대학간다는 그의 바람대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 진학했다. 처음부터 언론인이 되고자하는 생각은 없었던 신 대표는 삼보증권에 공채로 입사했다. 처음에 증권에 흥미를 가졌던 신 대표가 방송 PD가 된 계기는 동창회에서 KBS PD로 합격한 친구의 프로그램 제작 뒷 이야기가 재미있고 부러워서였다. 틀에 얽매이는 성격이 아닌 신 대표는 PD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아! 바로 이거구나. 드디어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생각하고 1985년 KBS에 입사했다.
 

▲ 미래학자 다니엘 벨과 인터뷰 하는 신동환PD (1995, 미국 보스턴)

PD생활하면서 원 없이 일하고 보람도 많았던 신 대표는 남들이 못한 해외 취재 다큐멘터리도 많이 제작해보고 온갖 취재를 하느라 안 다닌 국가가 없었으며 누구보다도 상을 많이 탔다. 대전에 PD로 근무하던 1986년에는 광천새우젓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전국에 홍보해 그해 KBS우수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KBS 보도국 피디로 일할 때에는 독립공원(서대문 형무소터) 조성비리, 유흥업소로부터 상납받은 경찰관, 세무공무원, 구청위생과 직원들의 비리, 상지대이사장의 횡령과 전횡을 고발한 뉴스 등을 통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 한국방송협회장인 KBS홍두표 사장으로부터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하는 KBS 신동환PD(1995).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1997년 6월 27일 다큐멘터리인 KBS일요스페셜을 제작, 방송한 것입니다. 북한 식량난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입체분석, 지금 북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였습니다. 그 프로는 중국과 북한이 마주한 압록강 두만강 일대를 60일간 샅샅이 훑으면서 탈북하는 현장을 취재하고 북한 전역에서 탈출한 탈북민들을 인터뷰한 국내외를 통틀어 최초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북한 내부에 카메라를 잠입시켜 기아로 쓰러져가는 북한주민들의 생생한 현장을 고발해 TV를 보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다. 당시 시청률이 22%를 넘었는데 다큐멘터리 시청률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신 대표는 수많은 외신들과 인터뷰를 했고 그해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방송대상은 기자, 피디 통틀어서 1년에 딱 한명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죠. 저는 이 프로그램으로 충청도 촌놈의 기개를 방송계에 확실히 보여줬고 이 사건(?) 이후 서울 출신 피디들이 지방 출신 피디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 대청호 수질오염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신동환PD(1991).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보니 신 대표는 항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제한된 시간(KBS 추적60분은 한명의 피디가 한달에 60분을 커버한다)내에 기획을 하고 현장취재를 하고 편집해서 방송을 하게 되는데, 문제는 고발프로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고발프로는 어떤 주제를 정해서 확실히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취재PD나 카메라맨이 경찰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이 협조를 안하면 취재가 쉽지 않다.

“KBS뉴스 유흥업소비리 같은 경우는 관련된 조폭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고, 북한식량난을 고발한 KBS일요스페셜을 취재할 때도 북한 공작원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죠. 중국 공안에 잡혀 옥살이를 하기도 했는데 당시엔 사명감 하나로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신 대표는 가장 보람되는 일로 2004년 KBS사내기업 KBS플러스를 창립해 농업, 농촌, 식품과 관련한 TV프로그램과 이벤트 홍보PR을 통해 농촌에 작은 기여라도 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당시에 농업농촌을 소재로 무슨 방송과 사업을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 대표는 실행에 옮겼다. “2007년 KBS출자를 받고 독립한 이래 13년째 농촌 관련 프로그램을 해오고 있는데요. 보십시오. 지금은 먹방이니 쉐프니 TV는 온통 농식품 이야기 잖아요.”

▲ 중국에서 취재 중인 신동환PD.

KBS ‘한국인의밥상’을 기획한 것도 보람 중 하나이다. 지금은 KBS 간판프로가 됐지만 4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평일 저녁시간에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이라고 반대도 많았었다. “우리의 5000년 역사와 문화가 음식 속에 녹아있다고 보고 이것을 품격 있게 전달하면 시청자들에게 먹힐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한국인의밥상이 성공한데에는 최불암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있었고 한국인의밥상 제작 피디와 작가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입니다.”

신 대표는 진실을 전달하고자 현장을 동분서주 하며 뛰어다니는 언론인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언론인이 되려고 하면 우선 내가 쓰는 기사와 영상취재물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 이 시대에 어떤 애기를 전할 것인가. 그것이 정의와 진리에 부합하는가를 조금은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 없이 쓰는 기사와 만드는 취재영상은 자칫 흉기로 변해 이웃과 사회를 찌르게 되죠.” 신 대표는 언론인은 시대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아무리 어려워도 기본은 지키겠다는 생각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은 거지, 노숙자에서 대통령까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잖습니까? 이보다 더 다이나믹하고 보람있는 삶은 없다고 봐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신 대표는 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지금까지 방송과 언론을 기반으로 홍보PR을 복합화하는 일종의 통합홍보(IMC)를 해왔는데요. 기존의 사업에다가 먹거리관련 콘텐츠와 홍보, 유통을 더하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국측과 협력해서 콘텐츠를 제작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고 현재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농업 농촌 식품 분야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기존 제가 하는 방송과 영상콘텐츠 제작분야는 더욱 강력하게 키울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 제21회 장한 高大언론인상 특별상 수상한 KP커뮤니케이션 신동환 대표(2015.04).

신동환 KP커뮤니케이션 대표 ...
신동환(57)  KP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보령시 청소면 출신으로 광천중학교, 홍성고등학교(32회),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12월 한국방송공사 입사 후 1992년 보도국 일요9시뉴스 제작, 1993년 보도제작국 주간뉴스초첨 제작, 1996년 KBS 일요스페셜 제작, 2001년 추적 60분 제작, 2003년 KBS 1TV 싱싱토요일을 기획 및 연출했다. 1997년 KBS일요스페셜 ‘지금 북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나’ 로 한국방송대상, 2013년 KBS 한국인의 밥상으로 백상예술대상, 2014년 EBS 극한 직업으로 EBS 방송대상 특별공로상, KBS 2TV 생생정보통으로 KBS 가을 외주프로그램 우수제작상, 2015년 제21회 장한 高大언론인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신 대표는 현재 KP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간암, 간장병 이렇게 하면 산다(한국방송공사)’ ,‘계절의 보석 (가치창조)’, ‘꽃의 비밀(가치창조)’가 있다.

 

글=장나현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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