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 계승하는 구항 ‘농어촌인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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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 계승하는 구항 ‘농어촌인성학교’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6.03.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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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농촌학교와 마을을 잇는다①

구항 거북이마을 ‘농어촌인성학교’

전국 최초로 농어촌인성학교 지정된 거북이마을
노작·공작·예절·식생활 교육으로 바른 인성 키워
오랜 전통 바탕으로 현대적 요구에도 ‘맞춤 대응’

 

▲ 구항면 거북이마을은 전국 최초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됐다.

2016학년도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학교는 물론 농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수업 운영을 토론과 실습 중심으로 강화하고, 직접 참여하는 체험을 통해 꿈과 끼를 찾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실시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미래에 대해 탐색하고 설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한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 노작교육의 일환인 고구마 캐기.

홍성에서도 지난해 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중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홍성군내 자유학기제·진로체험센터 담당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각 학교 교사들은 지난해 자유학기제 및 진로체험 성과와 더불어 2016학년도 계획 및 개선사항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협의회에서 진로교사들은 공통적으로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진로체험 사이트 ‘꿈길’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꿈길은 학생이나 학교가 진로체험을 희망할 경우 등록된 체험처와 매칭해 전문직업인을 통해 진로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사이트다. 진로교사들은 사이트 사용의 번거로움과 중복 등록된 체험처 등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일부 학교들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바리스타 체험’이나 ‘제과제빵’, ‘미용’ 등의 체험을 운영했는데, 이중 대다수는 지역 내 체험처나 전문가를 통해 진행한 것이 아니라 전문 체험대행 업체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교사들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자유학기제가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농촌지역인 홍성에서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성군내에 위치한 각종 체험마을의 프로그램 및 자유학기제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소개해 보다 바람직한 자유학기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홍성군 구항면에 위치한 거북이마을을 찾았다.
 

▲ 공작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구항 거북이마을은 지형이 거북이 목을 닮았다 해 ‘구항’, ‘구산’, ‘귀목’이라 불리고 거북이의 머리가 안쪽으로 향해있어 ‘내현’이라 불리고 있다. 거북이 등껍질 부분은 보개산인데, 숲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12개의 바위가 있어 삼림욕과 숲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거북이마을은 생산과 가공, 체험과 관광이 결합된 형태의 마을이다. 특히 거북이마을은 전국 최초로 ‘농어촌인성학교’ 지정을 받아 이를 롤 모델로 전국에 60여개의 인성학교가 설립되는 시초가 됐다. 현재 거북이마을에서는 네 가지 커리큘럼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해 여러 학교와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예절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첫 번째 중점 교육은 노작교육이다. 농촌 일손 돕기 차원의 봉사가 아닌, 학생 체력 및 연령에 따른 맞춤형 노작교육으로 학생들이 직접 땀을 흘리며 일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부지런한 농부들과 함께 일하며 사계절의 일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노동의 가치와 먹거리의 소중함, 부지런함의 중요성 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공작교육이다.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공작교육을 통해 자신의 방에 걸어 둘 문패나 집에서 키울 수 있는 화분 만들기, 작은 새에게 봉사할 수 있는 새집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셋째는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예절교육이다.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들의 고유한 예절 풍습을 가르침으로써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성을 다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제사를 지낼 때 제례와 절하는 방법 등 기본적인 교훈과 법도를 가르친다. 나아가 평상복은 아니더라도 한복을 입는 방법 등을 가르쳐 우리의 전통과 유산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는 식생활 교육이 있다. 뜨거운 볕에서 자란 딸기와 구부러진 오이, 배꼽이 큰 토마토, 이빨 빠진 옥수수가 그런 모양을 갖게 된 이유와 배경을 생각해보고 곰팡이가 핀 된장을 직접 살펴보고 맛보며 그 속에서 자연의 역할을 탐구해보는 것이다. 또 우리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부의 땀과 노고를 되새기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 숲체험을 할 수 있는 보개산.

이러한 네 가지 커리큘럼의 교육 방향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을 마음에 품으며 올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담양 전 씨 종가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리고추장을 맛볼 수 있으며, 석천한유도와 전통상여, 약천 초당 등 다양한 역사적 전통자원이 남아 있기도 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특히 좋은 환경을 갖춘 마을로 인정받은 바 있다.

또한 학교와 학생이 원하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경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정기적인 위생교육 및 급식 염도확인, 수질검사를 진행하며 소화방제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평상시에도 다양한 학교에서 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자유학기제에 있어서도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거북이마을 장충영각에는 민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거북이마을 체험학습은 15명 이상 단체만 가능하며, 문의는 전화(041-631-0402)로 하면 된다.

미/니/인/터/뷰 - 전병환 내현권역 운영위원장

“마을 기준 아닌 학교 기준 맞춰야”

농업회사법인 땅과바다 대표이자 내현권역 운영위원장인 전병환위원장은 자유학기제라는 제도를 통해 학교와 마을이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각 마을 및 체험 농장이 학교가 원하는 기준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안전과 먹거리 등의 문제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급식 기준이나 보험 등 작고 사소한 문제를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육영사업은 수익창출보다 보람과 긍지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또 학교에서 원하는 기준에 맞출 수 있어야 하죠. 급식에 있어서는 염도나 수질검사 등을 실시해 그 결과를 알려줘야 하고, 학생 안전을 위한 보험가입 및 경보시스템 구축 등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체험처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전 위원장은 마을과 학교의 노력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뒷받침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마을과 교육청, 지자체의 노력 등 ‘삼박자’가 맞아 돌아갈 때 올바른 자유학기제 체험 및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에서도 자유학기제에 발맞춰 위생교육이나 응급처치, 약품제공 등을 보건소 등 관련 기관의 협조 하에 지원한다면 더욱 발전하는 자유학기제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을에서 어느 정도 환경을 구축한다면 교육청은 이를 여러 학교에 널리 홍보하고, 행정기관에서는 마을이 할 수 없는 역할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처럼 조화로운 운영이 이뤄진다면 학교에서도 자유학기제라는 제도를 통해 학생들을 다양한 체험처에 믿고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글=장윤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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