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유에 대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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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유에 대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다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04.2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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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이다>홍성의 인맥-홍성출향인을 찾아서 <4>

월간토마토 이용원 대표

월간지를 넘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로 발전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인문학적 상상력 필요
옥천신문 취재기자로 입사해서 5년간 기자생활
기자는 글 쓰는 직업이 아닌 본질을 보는 직업

▲ 월간토마토 이용원 대표.

월간토마토는 분명 대전의 사람과 공간을 담는 월간지를 발행하는 회사인데 문화․ 공연을 기획하는가 하면 북카페를 운영하고 북카페 앞마당에 프리마켓을 운영하기도 한다. 올 1월부터는 토마토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다. 무엇을 추구하는 회사일까. 넥타이 메기 싫어 일반 회사에 안 들어갔다는 농담을 하는 이용원 대표를 월간토마토가 운영하는 북카페 이데에서 만났다.

“월간토마토를 만드는데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공간과 사람, 그리고 기록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알고 이해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소위 주류라고 이야기하는 것들보단 비주류에 따뜻한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종이신문의 자리에 인터넷 신문이, 종이책의 자리에 전자책이 자리를 잡아 종이매체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디지털 시대. 종이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한참 지났다. 월간토마토가 창간할 2007년 당시에도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이 대표의 말에 지인들 열에 열사람은 종이의 시대가 끝났다고 모두 반대했다.

“창간 당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일이년을 버티지 못하고 잡지사 문을 닫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요즘 같은 영상시대에 누가 글을 읽는다고 왜 쓸데 없는 짓을 하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지만 잡지를 만드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안 해보면 무척 후회했을 일이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월간토마토 발행 당시 사업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당시 6개월 정도의 인쇄비인 2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해 몸으로 떼우면서 초창기를 보냈다고 한다. 함께 시작한 친구들과 밤에 모여서 잡지를 만들고 낮에는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초기 2년을 버텼다. 잡지를 통해 나오는 수익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잡지사에 의뢰가 들어오는 다양한 일을 겸했다. 사진이 필요한 사람에겐 사진을 찍어주고, 책자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책자를 만들었다.

▲ 북카페 이데 앞에서는 매달 3일과 8일 오일장이 열린다.

어느덧 창간한지 9년이 흘러 대전의 대표 지역잡지로 자리매김한 월간토마토는 잡지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원수 19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월간토마토에서는 북카페를 운영, 북카페 앞에 삼팔광땡장을 열어 매달 3일과 8일 오일장이 서기도 한다. 또 공연과 전시를 기획하고 토마토 문학공모전을 개최하고 토마토라디오도 진행하고 있다. “대전에서 9년 동안 월간지를 만들다보니 이제는 많이들 알아주십니다. 도시에 지역잡지를 만드는 곳이 많지 않아서 지역잡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전 시민들이 기뻐해주고 자랑스러워 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큰 힘이 됩니다.”

이 대표가 가장 기뻤던 때는 창간 100호를 만들었을 때라고 한다. “월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감격스럽지만 가장 감격스러웠을 때는 작년 8월 100호를 만들었을 때입니다. 창간즈음에 우리가 100호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편집장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 글을 쓴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순간 정말 100호가 눈앞에 다가왔더라구요. 그때 정말 감동적이었고 스스로가 대견하게 여겨지더라구요.”

▲ 제6회 토마토문학상 수상자 이우화 씨.

또한 그는 월간토마토로 인해 많은 힘을 받았다는 예술인을 만날 때도 보람이라고 말했다. 월간토마토는 2009년 토마토문학상을 제정해 문학인 발굴에 힘 쓰고 있다. “문학상 당선소감을 들어보면 수상하신 분들이 ‘아 이제 소설 그만 써야할까’할 때쯤 토마토에서 상을 줘 다시 힘을 내서 창작활동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해주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도 정말 기분 좋지요.”

광천 벽계리가 고향인 이 대표는 시골에서 살면서 산으로 들로 뛰어놀고 겨울철이면 논바닥에서 스케이트 타며 놀던 정서가 월간토마토를 운영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 갓 부임한 여교사의 글을 잘 쓴다는 칭찬에 글 쓰는 매력에 빠졌다는 그는 예술이 사회에 주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지금 엄청난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말한다. 이대로 가서는 아무도 행복하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하는 그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월간토마토 4월호.

“장벽을 깨뜨릴 수 있는 매개체는 상상력인데 지금 필요한 건 자본주의적 상상력이 아닌 인문학적 상상력이라고 봅니다. 모두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창달시켜주고 함양시켜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이 대표는 그런 예술이 사회에서 갖는 중요한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어떤 형태로든 예술행위를 잘 할 수 있고 일반 시민들과 함께 소통되고 유통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분야에 기여하고 있다.

충남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대표는 옥천신문에서 5년간 취재기자로 일한 경험으로 지역신문의 후배기자들에게 조언의 말도 전했다. 후배기자들이나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에 설 때면 그는 후배들에게 기자는 절대로 글 쓰는 직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흔히 사람들은 기자를 글 쓰는 직업으로 여기는데요. 기자는 직업이지만 직업이어선 안 되는, 윤리의식이 필요한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기자가 써내는 글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니까 그만큼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중요하다는 것. “드러나는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볼 수 있는,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해요. 자기만의 철학이나 가치들로 사물을 보는 시각이 있어야합니다. 그것 없이 쓰는 기사는 저는 죽은 기사라고 생각해요.” 본질을 보는 눈은 세상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 지역을 기반으로 일하는 기자들은 당연히 자기 지역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지역사회 운동을 통해 지역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을 만날때면 그는 그 지역에 건강한 지역신문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없다고 하면 시민단체들이 모임 만들기에 앞서서 건강한 지역신문을 먼저 만들어 내는 일이 지역을 바꾸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시민단체가 만들어져도 시민단체가 활발한 운동과 활동을 해도 건강한 지역신문이 없으면 지역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지역에서 갖는 매체, 언론이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에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이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앞으로 방향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재정적 이유로 사업이 지루하게 진행된 면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게 별로 없는데 앞으로는 안정적으로 사업이 지속가능해 질 수 있도록 벌여놓은 일을 다지는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경쟁력 있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시민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 북카페 이데 내부모습.

월간토마토 이용원 대표는…  
광천 벽계리가 고향인 이용원 대표는 광동초등학교, 광흥중학교, 홍성고등학교, 충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현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옥천신문사 취재기자로 입사해 5년간 근무, 2007년 5월 월간토마토를 창간했다. 2008년 대안문화예술공간 ‘봐 voir’운영, 2009년 월간토마토 문학상 제정, 2010년 4월‘ 북카페 이데’ 운영, 2010년 8월 대전 원도심 문화예술축제 ‘제3회 대흥동립만세’ 공동 기획 및 진행, 2013년 12월 이응노미술관 ‘조용한 행동주의 전시’참가, 2014년 7월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 공동주관, 2015년 1월 전국 지역문화잡지 기획사진전‘ 촌스럽네’ 주관, 2015년 6월 대전형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2015년 6월 프리마켓 ‘삼팔광땡장’ 운영, 2015년 10월 ‘아트레지던시페스티벌 in 전북’ 전시에 참가했다. 또한 마을 만들기 사업 관련 컨설팅과 마을 신문만들기 등의 강의를 하고 있다. 2016년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 첫 단행본을 출간했다.

글=장나현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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