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농촌 체험으로 생각 ‘쑥쑥’ 자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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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농촌 체험으로 생각 ‘쑥쑥’ 자라는 곳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6.04.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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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농촌학교와 마을을 잇는다④

홍동면 ‘농부이반의 교육농장’

톨스토이 소설 ‘바보이반’ 유래 ‘농부이반의 교육농장’ 

농촌교육농장의 생명력은 재미·감동 모두 잡는데 있어 

‘잡초의 재발견’ 프로그램 아이들 무한한 가능성 발견

농부이반의 교육농장 입구에 세워진 표지판.

“저희 ‘농부이반의 교육농장’ 이름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바보이반(Ivan the Fool)에서 따왔습니다. 바보라 불릴 만큼 우직한 주인공 이반의 직업이 바로 농부입니다. 거짓이나 부정과 담을 쌓아 악마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이반의 힘은 오로지 정직과 이타심, 농부 특유의 은근과 끈기에서 비롯됩니다. 러시아판 흥부와 놀부로 부를 수 있는 이 책에서 이반은 말년의 놀부처럼 곤경에 처한 형들을 구하고 공주와 결혼할뿐더러 왕이 돼 나라를 잘 다스립니다.”

농부이반의 교육농장 이환의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이야기의 배경이 된 당시 러시아의 농촌이나 우리가 직면한 농업의 현실은 장밋빛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이 대표는 우화라는 형식을 빌려 사회상을 통렬히 고발한 작품 ‘바보이반’에 착안해 ‘농부이반의 교 육농장’이라는 농장 이름을 짓게 됐다. 이환의 대표는 곧 귀농 20년차를 맞이하는 농부다.

농부이반의 교육농장에서는 숲 체험과 신재생에너지, 선사시대와 유기농 등에 관련된 체험을 운영해오고 있다. 숲 체험은 숲에서 진행하는 자연놀이 위주의 프로그램이며, 신재생에너지는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로 점차 체험의 영역으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 대표는 역사인물축제 프로그램으로 ‘선사시대 체험’을 기획했는데 반응이 좋아 학교 등으로 출장체험을 나가기도 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부제 하에 △움집 만들기 △부메랑 꾸미기 △빗살무늬 토기 만들기와 복원(토기조각 퍼즐 맞추기) △원시시대 불 피우기 △갈돌과 갈판 사용 등을 진행한다. 이처럼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하는 활동은 단순체험이 아닌 일련의 복합체험이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 고 즐겁게 참여해나간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아이들의 눈높이와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리즈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간 슬라이드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 대표는 역사인물축제에서 ‘생활 속의 도르래’라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고정도르래와 움직도르래가 적용된 체인블럭을 준비해 300kg이 넘는 소 먹이용 원형 베일을 직접 들어보고 비교할 수 있게 했다. 두 개의 도르래를 비교하며 아이들은 체인블럭을 당기면서 마냥 신기해하고, 움직도르래의 원리를 설명해주면 스펀지처럼 지식을 빨아들인다는 것. 이것이 이 대 표가 추구하는 현장교육의 방향성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도르래의 원리를 배우지만 사진이나 PPT 화면에 그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실험실에서 용수철저울이나 분동을 사용한다 해도 실제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도르래의 원리는 대뇌 피질의 어느 한 부분에 기억으로만 남아있게 되는데 이것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다시 손발로 내려오게 하는 게 현장교육이자 교육농장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의 빈 곳과 부족한 곳을 채우는 것이 교육농장의 교육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힌 교육, 눈이 아니라 손발로 체험하면 뇌세포가 아니라 온몸이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열 살 때 자전거 타는 것을 익히면 환갑이 넘어도 연습 없이 곧바로 탈 수 있다”며 “머리가 아니라 두 손과 발, 어깨와 허리 등 온 몸이 균형을 잡으면서 조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금의 교육은 현장에서 너무나 멀어졌다고 지적한다.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체인과 스프라킷의 관계, 크랭크 기구의 원리와 작동법을 가르치려 한다는 것. 농업, 농촌의 소중함과 가치를 아이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울림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땀이 요구되는 체험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그저 놀이에 다름이 없다며, 집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못생긴 고구마나 감자를 직접 수확한 후 맛있게 먹는 것은 적당한 움직임 뒤의 허기와 ‘내 손으로 직접 캤다’는 가치 부여가 맞물린 결과라고 강조한다.

풀무고 학생들의 손 모내기.

이 대표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농업, 농촌의 가치를 거부감 없이 안겨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은 농촌체험을 진행하는 모든 교육농장과 체험마을의 고민이라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자고 강조한다. 한 가지 예로 이 대표는 농장에서 진행했 던 ‘잡초의 재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논밭 농사를 주로 하는 농장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논밭에 작물이 없을 때인데, 이에 대비해 잡초를 주제로 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대표는 “잡초는 농부들, 특히 유기 농부들에게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해보면 체험 소재로는 이만한 것도 다시 없다”며 “일년 내내 사방에 널려있는데다 따로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종류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농장 인근 학교인 금당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체험을 진행하며 이 대표 부부는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는 ‘유기농부 되어보기’ (잡초를 제거하면서 농부에 대한 고마움과 수고로움 느껴보기)때 세 모둠의 아이들에게 키가 10cm쯤 자란 옥수수 밭을 매게 했는데 아이들이 전혀 지겨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중 두 모둠은 얼마나 밭을 열심히 매는지 정해진 15분이 지나도 “더 매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두 번이나 연장하기도 했다고. 밭에서 뽑은 잡초로 도감을 만들고 소와 당나귀에게 먹이로 주며 즐거워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역할극을 맛깔나게 잘하더란 것이다. 세 가지 주제를 정해 모둠장에게 뽑게 한 후 각기 대본을 써서 연습한 뒤에 발표하는데 순서가 거의 마지막이기도 했지만 그날 체험한 모든 것이 대본에 녹아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셰익스피어 못지않게 멋진 대사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이 대표는 “정말 감동이었고 아이들에게 한 수 크게 배웠다”며 “월리암 워즈워드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한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 농부이반의 교육농장 이환의 대표

“좋은 체험프로그램 생각의 크기 키워”

이환의 대표.

이환의 대표는 ‘잡초의 재발견’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배울 점을 발견했던 기회가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정말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최초의 사람이 돼 만나
는 잡초의 이름을 붙여보라 하니 한 아이는 피를 닮은 외떡잎 식물에 보라색 줄무늬가 있는 잡초에게 ‘보라보라 줄무늬’라는 이름을 붙이더라고요. 제게는 세상에 어떤 식물학자가 붙인 학명보다 멋진 이름이었습니다. 운율과 특징을 잘 살린 최고의 작명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제가 아닌 이 친구가 잡았네요.”
아이들과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느낀 것은 ‘좋은 체험프로그램은 생각의 크기를 한 뼘 더 키운다’는 점이라고 밝히는 이 대표. 그는 앞으로도 훌륭한 체험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앞장 설 계획이라고 강 조한다. “이렇게 맑고 투명한 영혼이 깃든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농장에서의 하루하루는 정말로 가슴 설레는 날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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