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는 내 안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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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는 내 안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사람"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05.09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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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희망이다>홍성의 인맥-홍성출향인을 찾아서 <5>

황선미 동화 작가

구항면 황곡리 고향, 7살 때 평택 떠나
마당을 나온 암탉 … 29개국 판권 수출
2015년 런던도서전 ‘오늘의 작가’ 선정
열린 결말로 생각을 키워주는 동화추구

▲ 황선미 동화작가.

부모에게 버림받은 헨젤과 그레텔은 과자로 지은 집을 먹다가 마녀에게 붙잡히지만 지혜를 발휘해 마녀를 화덕에 밀어 넣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집안일을 하던 신데렐라는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하여 주인공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 속 결말에 익숙한 독자들은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주인공 잎싹이 족제비에게 잡아먹히는 마지막 장면에서 슬프기도 하지만 당황하기도 했다. 황선미(53) 작가의 작품에서 영원한 선악은 없고 자연의 순리, 본성에 대한 자유의지, 어머니의 사랑이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쓸 당시 아버지가 말기암 환자였습니다. 잎싹은 아버지가 모델입니다. 잎싹이 중얼거리던 말 들이 우리 아버지가 생각하는 방식이었고 엔딩도 아버지 유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죽으면 큰 솥에 밥을 많이 해서 지나가는 사람 누구라도 먹게 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황 작가는 7살 때까지 구항면 황곡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은 맑은 개울물에 가재가 살고, 가을에 은행을 한주먹 쥐어주던 예쁜 아주머니가 있고, 윗집에 살던 하얗고 예쁜 앉은뱅이 언니가 토끼에게 옷을 만들어 입히던 동화같은 이미지의 모습이다. 그 언니는 겨울철이면 토끼에게 직접 옷을 떠서 입히면서 토끼를 딸처럼 예뻐했다. 황 작가는 어린 시절 윗집에 살던 언니의 영향을 받아 그의 작품에도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딸려 들어왔다.

▲ 밝맑도서관에서 강연 중인 황선미 작가.

집안이 기울어 고향을 떠날 때부터 황 작가는 상처투성이였다. 그는 홍성을 떠나던 새벽, 기차역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엄마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오라고 하셨어요. 안 그럼 잃어버린다고. 엄마, 아버지를 안 놓치려고 눈을 똑바로 뜨고 가다가 긴장을 했는지 신발이 벗겨져 선로에 떨어졌어요. 엄마가 그걸 줍겠다고 몸을 반이나 집어넣고 애를 쓰는데 기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향을 떠난다는 사실과 엄마가 다칠까봐 느꼈던 두려움은 발바닥이 시큰시큰하며 아직도 그 느낌이 남아있어요”

황 작가의 어린 시절 꿈은 작가가 아니였다. 그보다 작가가 무엇을 하는지 몰랐지만 혼자 말을 잘 하는 아이였던 그는 책 읽기를 좋아했고 읽기와 동시에 써보고 싶다는 감성을 따라가다 보니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황 작가는 친구 아들이 보는 학습만화책을 우연히 접하고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쓰게 됐다. 책에는 ‘길들여진 오리는 자기 알을 품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자기가 낳아놓고 품지 못하는 오리가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며칠 후 6시 내고향 프로그램을 봤는데요. 토종닭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할머니가 ‘우리집 닭이 알을 놓고 품을 때가 됐는지 털이 빠져’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 황선미 작가와 어린이 문화연대 이주영 대표.

날 수가 있으나 인간에게 길들여져 자신의 알을 품지 않는 오리, 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알을 품는 닭. 황 작가는 상반된 이야기에서 둘의 차이를 상상하고 고민해 ‘자유’라는 주제를 찾았다. 본인의 본성을 간직한 자와 길들여진 자에 대해 문제를 찾아 깊게 생각한 결과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2011년 애니메이션으로 극장에 걸리기까지 제작에 들어가고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잘 만들고자하는 의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저작권 문제로 개봉이 늦어졌다. 당시 저작권 개념이 약한 시절, 저작권 없이 만들려는 분위기였다. 황 작가는 나중에 후배들이 비슷한 작업을 할 때 전례를 남길 수 있다고 해서 사계절 출판사와 제작사 오돌또기를 설득해 저작권을 인정받고 작업을 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세계 29개국에 판권이 수출돼 황 작가는 여러 나라에 강연을 갈 기회가 많다. 시골에 아이가 줄고 고령화 되는 지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호주 이야기를 꺼냈다.
“호주의 클로스라는 인구 800명이 사는 시골 마을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아이들이 없는 마을이 있었어요.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에서 생각한 것이 책축제였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책축제를 벌인 몇 년간 인구가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3일 밖에 안하는 축제기간 동안 전국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클로스로 옵니다. 홍성도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해요.”

▲ 홍순명 밝맑도서관장이 느티나무헌책방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 행사도 의미 깊었다고 한다. 마피아 지역의 축제 때 각 나라의 시인, 소설가, 행위 예술가 등 예술인들이 찾아와 그 지역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행사를 주최했다. 이 축제로 지역 사람들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황 작가는 문화가 가지고 있는 힘을 알게 해준 축제였다고 말했다. 홍성에 동화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황 작가는 글은 본인이 쓰기 때문에 도제도 안 되고 대물림도 안되는 가내수공업 작업이라고 한다.
작품을 쓴다는 것은 혼자 책임지고 애프터서비스도 혼자해야 한다고. “결국 어떤 소재가 본인한테 들어가 밖으로 나가는 방식이죠. 어떤 사항이 포착이 돼서 내 안에서 나와야 되기 때문에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얘기를 먼 데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찾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하고 잘 봐야합니다.”

▲ 황선미 작가가 홍동초등학교 학생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황 작가는 제자를 키워봤는데 순수하게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작가로 키우는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끼가 있어야 끌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계속 하는 일이 글쓰기라 지루한 면도 있지만계속 습관처럼 하고 있습니다. 책이 되든 안 되든 글을 쓰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도 열심히 쓰는 것입니다. ”

▲ 밝맑도서관에서 강연을 마친 황선미 작가와 관계자들.

황선미작가는…
1963년 구항면 황곡리에서 태어나 7살 때 고향을 떠나 평택으로 이사했다. 서울예술대학문예창작과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중앙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 1995년 단편 ‘구슬아,구슬아’로아동문학평론 신인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꽃’으로 농민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97년에는 제1회 탐라문학상 동화 부문을 수상했고, 한국 최초로 미국 펭귄출판사에서 출간, 2012년 안데르센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4년 런던도서전 '오늘의 작가', 2015년 서울국제도서전 '올해의주목할 저자’로 선정됐다.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까치우는 아침’, ‘내 푸른 자전거’, ‘여름 나무’, ‘앵초의 노란집’, ‘샘마을 몽당깨비’, ‘목걸이 열쇠’,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등 50여권을 출간했으며 그 중 20여권은 판권을 수출하고 있다. 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출간되어 세계 29개국에 판권이 수출되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은 227만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연극, 국악뮤지컬로 다양하게 공연되고 있다.

글=장나현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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