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 메세나 정신(대가없이 문화예술 활동 지원), 영암군 문화자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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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 메세나 정신(대가없이 문화예술 활동 지원), 영암군 문화자원 되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6.05.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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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 홍성군립미술관 건립 가능할까?<4>

국내 군립미술관 현장을 가다-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

확실한 콘텐츠 소장품 3900여점… 미술관 성공 요인
다양한 문화시설 및 유적지 인접… 문화 벨트화 형성
미술관 지역문화자원 활용… 문화관광 시너지 창출

 

▲ 영암군립 하정웅미술관 전경.

전라남도 영암군의 하정웅 군립미술관은 조국과 고향을 사랑하는 재일교포의 작품 기증을 계기로 설립됐다. 영암군 홍보대사인 동강 하정웅 선생은 재일 한국인으로 살면서 40여년간 일제에 의해 희생된 한국인의 위령 및 진촌, 망향을 생각하며 2007년부터 수집한 미술품을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국내 많은 기관에 기증했다. 이중 선친의 고향인 영암군에 기증한 작품 3900여점은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각국의 역사를 조명해 볼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있는 미술작품들이다.

하정웅 선생이 기증한 작품은 샤갈의 ‘연인들의 꽃다발’ 등과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의 작품 외에도 전화황, 조양규, 손아유 등 재일교포 작가는 물론 일본, 북한, 중국, 서양, 아프리카 작가 등 총 153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이를 계기로 인구 5만8000여명의 군소도시 영암군은 2010년 총 사업비 55억(국비 16억5000만원, 군비 38억5000만원)을 투입해 부지 6017㎡(1820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미술관을 건립했다. 영암군은 미술관 건립당시 백제시대부터 1600년 된 구림한옥마을에 450년 된 소나무와 정자, 도기 박물관, 왕인박사 유적지 등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군서면을 최적의 부지로 선정했다. 미술관은 하정웅 기증실, 기획전시실, 연구실과 소장품 관리를 위한 수장고(216㎡), 상설 전시실(284.4㎡), 사무실(86.4㎡)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이 영암군을 방문해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창조 공간 게스트하우스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2층 기념 공간 벽면에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조덕현 교수의 ‘하정웅 메세나 정신’작품이 진열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영암군은 구림 한옥마을 등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군서면을 최적의 미술관 부지로 선정했다.

2012년 개관한 하정웅 군립미술관은 제1종 미술관으로 현재 영암군청의 문화관광과 산하에 속해 있으며 외부인사 영입 없이 학예사인 문화관광실장 1명(관장대행), 학예사 2명, 시설관리 2명, 시설 보안직원 1명이 근무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매년 2~3회에 걸쳐 컬렉션 공개전시를 특별전과 기획전 형식으로 개최하고 있다. 현재까지 4차 기증으로 총 3690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은 기증작품 포화상태로 보관할 수장고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하정웅 선생의 작품기증은 끊이지 않고 있다. 1차 2750점을 시작으로 4차까지 총 3690점의 미술품을 기증해 연 2회 씩 전시회를 개최해도 20년은 전시할 수 있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다. 혹여나 기획전시 작품이 부족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하정웅 컬렉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고궁박물관 등에 기증한 작품 1만여점을 대여해 전시하면 된다. 하정웅 미술관이 연간 2만1000여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이렇듯 확실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소장품과 미술관 입지선정 시 가장 고려했던 백제시대부터 1600여년 된 구림한옥마을, 왕인박사유적지, 도기박물관, 도갑사 성보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 및 유적지가 인접해 있어 문화 벨트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술관을 지역문화자원으로 활용해 문화관광 시너지를 창출하고 지역출신 미술인들의 작품 전시공간은 물론 지역민들의 사회교육과 여가선용을 위한 문화예술 창조공간과 미술 메세나(대가없이 문화예술 활동 지원)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축제인 왕인 국화축제와 연계해 전국 각지의 관광객은 물론 일본 관광객들을 유치함으로써 한일 문화교류의 장이자 미술 현장 명소가 되었다. 또한, 고향을 잃어버린 재외 한국인 2세들의 작품 전시를 통해 고향으로서의 역할로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3900여점의 소장품으로 별도의 작품구입비가 없어 그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인건비, 관리비 등 운영예산을 군비재정으로 충당하다보니 예산 확보 등 재정상의 어려움은 있다. 미술관은 그동안 기획전을 개최하기 위해 소장품에 대한 조사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와 함께 학생 및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미술관 맞은편 부지를 매입해 교육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전시관람에서 벗어나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컨텐츠를 마련해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식사, 숙박 등의 기본적인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문화적 부가가치 창출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전문가 제언 

미술관, 문화자원과 연계 관광벨트화 시켜야
 

▲ 지역민 초상화 전시.

“미술관 입지선정 시 가장 고려됐던 부분이 미술관을 또 하나의 문화자원으로 문화 벨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제자인 박수홍 학예사는 미술관의 건립 기본조건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학예사는 “미술관은 어떠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예를 들어 작은 미술관에 고흐 작품이 걸려 있다면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개관당시 홍성을 방문했던 박 학예사는 “홍성은 고암 이응노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확실한 컨텐츠를 살려 국제적인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정한 건물과 생가지가 잘 어우러져 박수근 미술관, 의제 미술관 등과 함께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고 덧붙였다.

▲ 문화창조공간 게스트하우스.

박 학예사는 미술관을 별도의 개체로 생각해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박 학예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은 대민서비스 기관으로, 개별적으로 생각해 운영하게 되면 수익창출과 관리 면에서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지역 문화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문화 관광 벨트화 조성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창작기반 조성에 대해 박 학예사는 “창작공간은 작가들이 작품 구상을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단순히 지역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국한하지 말고 확실한 주제의 교육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홍성을 찾은 관광객과 지역민들을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이은주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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