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洪州)’지명 재정착의 필요성
상태바
‘홍주(洪州)’지명 재정착의 필요성
  • 김경수
  • 승인 2016.06.20 12:1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주지명 되찾기’ 학계 의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격언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1910년 10월 1일, 일본은 조선의 땅을 조사한다는 미명 하에, ‘조선토지조사사업’에 착수하였다. 땅을 측량함과 함께 지도를 새로 작성하면서 전국의 땅이름을 자신들의 명부에 올리기 시작했다. 1914년 4월 1일에는 府制의 실시라는 명목으로 땅이름의 일대 개명을 단행하였다. 조상들과 함께 숨 쉬어 온 우리 땅을 자기들의 터로 삼고, 얼을 심으려는 저의를 드러냈다. 이때 ‘홍주’가 ‘홍성’으로 바뀌었다.

광복 이후에도 우리는 일제의 잔재가 서린 땅이름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못한채, 일본식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명은 지역의 지나온 과거와 미래의 방향성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삶과 정신까지 담고 있다. 지역민의 인문적인 면과 자연지리적인 환경도 반영하고 있으며, 자긍심도 고취시킬 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악의적인 의도에 의해 개명된 것이라면, ‘홍주’로의 지명 복구는 역사적 당위성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2016년 현재 홍성에는 ‘홍성’과 ‘홍주’ 지명이 혼용되고 있다. 두 지명 모두 오랫동안 지역민과 함께 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은 적당하지 않다. ‘홍성’은 1914년 일제에 의해 지어져 100 여년 정도 사용되었고, ‘홍주’는 고려 초기(1018년) 이후 1914년 이전까지 900 여년 가까이 사용되었다. 사용 기간의 길고 짧음과 상관없이, 두 지명은 나름대로의 의미와 특징이 있다. 그런데 홍성이란 이름이 일제 강점기에 지역민의 동의를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홍성’과 ‘홍주’ 지명 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것이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 문화성과 상징성, 지역을 홍보하는데 적절한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제는 어떤 목적과 이유에서 ‘홍주’를 ‘홍성’으로 고쳤을까?

총독부는 홍주의 일본어 발음이 코슈(こうしゆう)로 공주와 동일하기 때문에, 분란을 피하기 위해 홍성으로 한다고 개명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으로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지명 개정은 일제의 침략 정책과 연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주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항일 투쟁이 많았다. 따라서 홍주(지역, 지역민)에 대한 총독부의 감정은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항일 운동의 발원지 중 한 곳이었던 홍주의 위상을 꺾기 위한 의도로, 지명을 변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오늘 현재 홍성지역 최대 화두 중의 하나는 ‘홍주지명 되찾기’와 ‘홍주시 승격’을 위한 기반 조성에 있다. 조선시대 목사가 부임했던 전국의 고을 중, ‘주’자가 붙은 도시(전주, 광주, 충주, 청주, 공주, 나주 등)들은 모두 시로 승격되었다. 홍주목 관할 지역 중에 서산, 당진, 보령이 시가 되었지만, 유독 홍주만 시가 되지 못했다.

일제 식민 통치의 35년 동안 일제는 엄청난 양의 '그들의 것'을 이 땅에 남겨 놓았다. 그런데 우리는 식민통치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들의 것'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역사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지역의 본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홍성의 본래 이름인 ‘홍주’로의 지명 재정착은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 나아가 일제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민족주의 사학자들은 정신을 잃지 않으면, 국가를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국가라는 몸이 회복되었지만, 정신이 아직도 속국 상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닌 지 돌아봐야 한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격언이 우리에게 큰 짐으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김 경 수
<청운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승규 2016-06-21 08:53:50
홍성이 시로승격되면 당연히 홍주시로 되는것 아닙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