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축산, 로봇착유·유기농목초 등 첨단데이터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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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축산, 로봇착유·유기농목초 등 첨단데이터 관리다
  •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6.08.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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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친환경 축산의 미래, 유기축산에서 답을 찾다 <4>

수의사이자 농장 대표로 젖소 키우며 목초우유 생산해
로봇착유와 자동 감지 카메라 등 첨단 자동화 ICT농장
전 세계적 트렌드 ‘기본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 충실
건강한 우유 생산·제공해 동물과 사람 모두 행복해져야

경기도 안성시에 소재한 ㈜제네틱스 고려동물병원 하현제 원장은 수의사로써 직접 젖소를 키우고 목초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하 원장이 젖소를 키우고 있는 농장 이름은 ‘송영신목장’인데, 아내의 이름을 따 지은 농장이기도 하다.

▲ 랠리 로봇 착유기를 이용해 자율 착유를 하고 있는 모습.

송영신목장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시스템의 자동화다. 특히 랠리 로봇착유 시스템을 도입해, 젖소에게서 착유하는 전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로봇착유기는 레이저로 젖의 위치를 파악한 후 살균, 소독의 과정을 거치고 자동으로 착유기를 젖꼭지에 부착한다. 일반적으로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에서는 대부분 정해진 특정 시간에 강제적으로 착유를 실시하지만, 로봇 착유 시스템이 도입된 송영신목장에서는 젖소가 원하는 시간대에 로봇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자율 착유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자율 착유 시스템은 젖소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우유의 품질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모든 젖소의 건강 상태부터 최종 착유시간과 예상 착유량 등이 전산 시스템으로 관리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 농장 내부에 설치된 자동 감지 카메라를 스마트폰으로 조정하고 있다.

송영신목장 곳곳에는 자동 감지 기능 카메라가 자리를 잡고 있다. 카메라는 24시간 작동되면서 젖소나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감지해 농장의 문제점을 꼼꼼히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현제 대표의 스마트폰을 통해 360도로 회전을 하며 원하는 대로 손 안에서 농장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젖소나 농장의 관리, 자율 착유 시스템 등 전 과정의 자동화는 동물의 복지뿐만 아니라 사람의 복지까지 생각한 것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에 송영신목장은 일반적인 농장에 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또 전 세계 어느 국가, 어느 도시에 나가 있어도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든지 농장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현제 대표는 전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한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the Basic) 축산 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젖소에게 목초만을 급여하는 것이다. 현대사회 축산의 여러 폐해는 옥수수 등 곡물을 가축에게 급여하면서 나타나게 됐다. 특히 소의 경우 풀을 먹는 가축으로, 위가 4개다. 소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거친 풀을 소화시키기 위해 총 네 차례에 걸친 위의 소화작용을 거치기 위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과도한 욕심과 편의 등을 위해 대부분의 경우 옥수수 등 곡물 사료를 급여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질병에 대한 취약함, 악취뿐만 아니라 건강하지 못한 축산물 생산 등 인류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송영신목장의 젖소들이 목초를 먹고 있다.

실제로 곡물을 급여한 젖소의 경우 필수지방산인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10대 1, 또는 12대 1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인 WHO의 권고 기준인 4대 1 이하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수치다. 과도한 양의 오메가6는 세포 내 지방을 축적시키고 대사증후군 등의 발생 확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초식동물인 소에게 목초만을 급여할 경우,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2대 1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우리 몸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맛도 매우 훌륭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송영신목장의 목초우유는 국내 유기농제품 판매업체인 한살림, 초록마을을 비롯해 스타벅스 등에도 납품이 되고 있다. 일반 우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은 단점이지만, 한 번 우유 맛을 본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영신목장이 이처럼 첨단 기술을 도입한 ICT 모델 농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하현제 대표의 본업이 수의사이기 때문이다. 동물병원과 목장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동물의 복지는 물론 가장 건강하고 이로운 축산 환경 구축에 대해 꾸준한 고민을 할 수 있었고, 이는 현존하는 모든 기술의 자동화를 이룬 첨단 축산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하현제 대표는 향후 10년 내 대한민국의 모든 농장이 자동화 기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점차 농촌인구의 연령이 증가하는 추세에, 농업이나 축산업을 물려받는 후손의 비율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화는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젖소들이 넓은 마당에 자유롭게 나와 산책을 하고 있다.

양돈이나 양계 농가의 경우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도가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으나, 소의 경우는 올해 최초로 인증이 시작된다. 송영신목장은 소 농장 가운데는 국내 1호로 동물복지 농장으로 인증을 받게 됐다. 이러한 동물복지 농장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 동일하다. 동물을 동물답게 키우자는 것이다. 소는 소답게 자라고, 돼지는 돼지답게 자랄 수 있을 때 동물은 물론이거니와 사람까지 건강한 축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하현제 대표.

하현제 대표는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이 얼만큼 향상되느냐는 질문은 가장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투입되지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생산성 향상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착유에 비해 로봇 착유는 유지비용이 투입되지만, 축산업의 대를 이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삶의 질 문제는 매우 중요한데, 농업이나 축산업은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관념이 사라지고 누구나 즐겁게 일하고 쉴 수 있는 기반마련을 위해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국내 우유 시장의 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내 대부분의 우유생산 농장은 대기업에 소속된 생산목장으로써 생산된 우유를 기업에 납품하면 기업이 판매하는 시스템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하 대표는 “배추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사를 지으면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고민하는데, 우유 생산 농가들은 오로지 생산만 해 왔다”며 “내가 생산한 우유를 어떻게 판매할까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매의 전 과정을 기업에 의존하다보니 자신이 생산한 우유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떨어지게 되고 수동적이며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과거에는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더라도 최근에는 유가공이 가능해진 만큼, 각자 자신의 우유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기업에 납품되는 우유의 경우 판매까지 총 2~3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하 대표는 지적했다. 우유의 생명은 신선함인만큼,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소비자에게 건강한 우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 대표는 외국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밀크 밴딩머신의 국내 도입을 구상 중이다. 일반적으로 맥주 자동판매기로 인식되고 있는 밴딩 머신이 신선한 우유를 납품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데 착안해 국내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밀크 밴딩머신은 신선한 우유를 매일 갈아주기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우유를 구입해 갈 수 있는 것으로, 하 대표는 국내 편의점과 학교 등에 이러한 기기를 도입해 누구나 믿고 마실 수 있는 우유를 제공하면서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타파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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