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토제작소 “남녀·경력불문 60세 이상만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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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토제작소 “남녀·경력불문 60세 이상만 고용”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9.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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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⑨
▲ 일본 가토제작소 가토 게이지(加藤景司) 대표는 1961년 기후현 나카쓰가와시에서 태어났다. 아이치공업대학을 졸업하고 기후차체공업에서 근무한 후 미쓰비시전기로 옮겨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근무했다. 1988년 가토제작소에 입사해 2004년 제4대 사장에 취임했다. 가토제작소 창업자의 증손자다. 가토제작소는 1888년에 창립되어 2016년에 창립 128년이 되었다. 2001년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실버 직원이 중심이 되어 365일 공장을 가동하는 ‘연중무휴 공장’을 시도해서 세간과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으며, 지금도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노인일자리 창출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2002년 후생노동성 전국노인고용개발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011년에 공익사단법인 일본필라소피협회에서 제8회 기업필라소피대상 특별상인 ‘인재 하모니상’을 수상했다. 그는 오늘도 ‘오른손에는 주판, 왼손에는 낭만, 어깨에는 인내’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가토제작소, 1888년 창립 2016년 128년 역사의 노인친화기업
2001년부터 주말·공휴일 60세 이상 실버 직원 채용·정년 없어
100여명 직원 중 50여명이 노인들, 최고령 83세 60세는 청년
노인 직원 고용의 핵심 ‘주 28시간 이하 근무’ 가능하기 때문


 

우리나라는 현재 낮은 출산율에 평균수명이 늘면서 고령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13년 613만 명(12.2%)이던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800만 명(15.7%)을 넘어 2030년 1270만 명(24.3%), 2050년에는 1800만 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3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뒤 2017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가 되는 데 36년이 걸렸고, 미국은 10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일 때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고령화는 곧 노동력 감소와 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 국내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 명을 정점으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대량 퇴직하는 2017년부터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2010년 기준 생산가능 인구 6.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던데 비해 2030년에는 2.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생산 활동 위축, 경제성장 둔화, 국민생활기반 약화라는 악순환과 함께 기초연금 수요도 폭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 심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 일본 가토제작소에서 일하는 노인들의 모습.

■가토제작소, 진정한 노동의 가치 실천
그렇다면 과연 노인들이 고령화와 양극화의 함정에 갇히고 있는 상황에서 출구는 무엇일까. 많은 출구전략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 맞춤형 일자리’ 창출로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핵심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대안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노인 고용 실험을 진행 중인 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시(中津川)에 있는 ‘가토제작소(加藤製作所)’는 자동차와 항공기에 쓰이는 금속 부품 등을 생산하는 판금 가공 공장이다. 가토제작소는 1888년에 창립되어 2016년인 올해에 창립 128년이 되었다. 자동차와 항공기,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금속 부품 등을 생산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제조업체로 자리 잡은 가토제작소의 모토가 ‘60세 이상만 고용’이라는 것이 특징적이다. 일본 사회의 고령화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자, 역발상으로 60세 이상의 노인을 고용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60세 이상의 실버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실버 직원들 중에서 70세 이상의 직원이 50여명이 되는 노인 고용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주목받는 회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인을 고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토제작소의 사장은 일본의 제조업을 중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숙련되고 기술력을 겸비한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신념하에 60세 이상만을 고용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노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왜 이들을 고용해야 하는지? 이를 현역 직원들에게 잘 이해시켜야 하고, 그리고 노인들이 작업을 잘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고 사장의 생각은 적중했다는 평가다. 지금은 직원 1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며 최고령자는 80세가 넘었으며, 정년도 없다고 한다.

직원이 그만두고 싶을 때가 정년이라는 것이다. 이 꿈같은 회사는 노인 고용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3배 가까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1년 365일 연중무휴로 공장이 운영되기 때문인데, 평일 작업자의 평균 나이는 39세, 주말 작업자의 평균 나이는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가토제작소’의 경영과 인력운용 비법, 노인고용을 통한 노력이 매출증대와 수익성 증대로 이어지는 비법과 노하우다. 우리나라와 홍성에서도 노인일자리 창출의 대안이나 방법 등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모델로 꼽히는 이유다. 가토제작소는 인간이 노동을 통해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를 알려주고 있는 대표적인 노인친화기업이다.

 

▲ 일본 가토제작소 내부의 모습.

■남녀·경력 불문, 단 나이제한 60세 이상
이러한 노동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눈가에도 주름이 자글자글한 가토제작소의 60세 이상 노인 직원들, 일명 ‘시루바(Silver)’들이다. 가토제작소의 시루바들은 정신도 육체도 팔팔하기만 하다. 이들 시루바들은 “연금만으론 생활이 빠듯해 이곳을 찾았는데, 지금은 ‘나도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회사에 대한 애착을 갖고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는 설명이다. 가토제작소는 현재 104명의 직원 중 절반인 50여명이 노인들이라고 한다. 최고령 직원은 83세이며, 60대의 직원들은 ‘청년’으로 불릴 정도라는 설명이다.

그러면 가토제작소는 왜 노인들을 채용하기 시작했을까. 창업자의 증손자이며 현재 사장으로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가토 게이지(55) 대표는 “회사 대표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주문이 쏟아지면서 주 7일 라인을 가동해야 겨우 납품이 가능했다”며 “당시 직원들이 연일 초과근무를 해야 했지만 지역의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 상황이었다”고 회상하고, 이때 가토 대표는 ‘나카쓰가와시의 노인 인구 중 절반이 미취업 상태로 그중 17%가 취업을 희망한다’는 연구 결과를 접했고, 그는 즉시 신문에 구인 전단을 끼워 배포했다는 것이다.

<의욕 있는 사람을 구합니다. 남녀 불문. 경력 불문. 단, 나이 제한 있음. 60세 이상인 분만>이라는 채용광고 전단이었다. 이것이 시루바 채용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첫 채용 인원은 15명으로, 이들이 주말에 나와 일하면서 주 7일 생산체제가 확고해졌다는 설명이다. 가토 대표는 3년 만에 회사 매출을 15억 엔에서 40억 엔(한화 약 400억 원)대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로 대다수 일본 중견기업에 ‘해고 열풍’이 불었으나 가토제작소는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은 채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다만 납품량이 줄어 생산체제를 주 7일에서 주 5~6일로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가토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노인 직원들에 대한 고용의 핵심은 ‘주 28시간 이하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일본은 근로기준법상 정규 근로시간(40시간)의 3분의 2 이상 일할 경우 회사가 사회보장 책임을 지는 대신 정부에서 나오는 노인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연금 액수는 평균 월 120만 원 가량 되기 때문에 이 회사가 노인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시급은 800~900엔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치자면 한 달이면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가토 대표는 “노인들 입장에선 연금과 월급을 동시에 받는 게 이익”이라며 “그들도 더 일하게 해달라고 할 이유가 없고, 회사도 꼭 필요한 시간에 그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계약서상 노인 직원들의 정년은 70세이지만 이 회사는 이들이 그만두고 싶어 할 때까지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노인들을 고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것은 탄력적인 시간 운용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예전처럼 억척스럽게 일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루 근무시간은 6시간 이내, 주 근무시간은 30시간 이내로 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판단의 문제는 여기서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가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자유롭게 휴직과 복직을 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든가, 몸이 아프거나 배우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도 ‘잘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게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수적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의 노인전문가들도 마찬가지지만 가토 대표의 말처럼 이제는 ‘노인’이란 명칭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노인이란 단어에는 ‘늙음(老)’이란 의미가 선입견적으로 부각돼 있는 만큼 살아오거나 사회적으로 연륜과 경험을 부각시키는 ‘선배시민(senior citizens)’이라든가, 일본에서  처럼 앞으로 노인을 대체하는 단어로 바꿔 써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부터 노인(老人) 대신 ‘고년자(高年者)’나 ‘시니어(senior)’라는 단어를 주로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1960~70년대부터 ‘늙은 사람(old people)’이란 단어를 ‘연장자(the elderly)’나 ‘시니어(senior)’ 등으로 대체했다는 설명에 긍정적인 측면이 더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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