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친화도시, 도쿄 커뮤니티하우스·도야마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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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령친화도시, 도쿄 커뮤니티하우스·도야마단지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0.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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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⑩
   
   
▲ 전체 입주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도야마단지 앞 공원에 더위를 피해 모인 고령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일본, 노인들의 천국인 이유 노인이 많고 노인 경제활동 왕성
복합실버타운, 노인과 젊은 세대 같은 건물에 함께 산다는 것
65세 이상 거주자 절반정도 홀로 사는 노인이라 고독사 빈발
‘늙은 일본’의 모습은 10~20년 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


 

일본 고령자들이 일할 의욕이 높고 사회 공헌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것에도 일본 정부는 적극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의 노인일자리 사업과 같은 형태로 일본은 앞서 실버인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실버인재센터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구인을 원하는 기업체와 구직을 원하는 노인들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진행한다. 실버인재센터는 교육·육아·간병·환경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안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사회참여를 희망하는 고령자에게 지자체와 협업해 업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은 대표적 고령국가답게 정부 차원에서 일찌감치 고령화 대비책을 마련했다.

1985년 일본 후생성은 실버서비스 진흥지도실을 설치하고 1990년 골드플랜, 1995년 신골드플랜, 2000년 골드플랜21 등 고령자 대상 복지로드맵을 5년마다 내놓고 있다. 1995년 신골드플랜에서는 가정간호원을 20만 명으로 늘리고, 특별양로원 수용인원을 30만 명까지 확대하는 등 재가복지 서비스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번드르르한 시설을 지어놓고 ‘찾아오라’는 식의 전시형 복지정책이 아닌 노인들에게 필요한 실질적 보호정책을 실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일본의 고령친화도시로 알려진 도쿄 니포리의 커뮤니티하우스와 신주쿠구 고령자 밀집 주거지인 도야마 아파트단지를 찾아 일본이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노인고용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그들이 실질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의 대안을 찾아본다.

일본의 하네다공항에 내리자마자 ‘일본이 왜 노인들의 천국인지’를 알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하네다공항 국제선 청사의 화장실에는 70세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제복을 입은 채 화장실 청소용구를 실은 카트를 밀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집에서 쉬거나, 경로당에서 소일할 나이인데 말이다. 이처럼 일본이 노인들의 천국인 이유는 노인이 많고 복지가 잘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인들의 경제활동이 왕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7%에 이르는 약 2200만 명을 넘어선 ‘고령 사회’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약 8%인 약 400만 명 정도가 노인이다. 일본의 노인 인구는 우리나라의 여섯 배쯤 되는 셈이다.

 

▲ 도쿄 니포리에 위치한 복합실버타운 커뮤니티하우스 전경.

■노인들과 젊은 세대 함께 사는 실버타운
일본 도쿄 니포리의 커뮤니티하우스는 우리나라에 없는 시설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복합 실버타운’ 정도가 될 것 같다. ㈜생활과학운영이 지난 2004년 6월 준공한 커뮤니티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노인과 젊은 세대가 같은 건물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다. 12층으로 된 이 건물은 젊은 세대들이 모여 사는 ‘컬렉티브 하우스’(2~3층),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시니어 하우스’(4~6층), 자립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을 위한 ‘라이프 하우스’(7~12층)로 이뤄져 있다. 시설을 안내한 구리하라 씨는 이 시설에 대해 “일본에서도 최근에야 시도되고 있는 실험적인 개념의 복합 실버타운”이라며 “노인들을 위한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젊은 일반 세대와의 공동 주거를 통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노인 편의와 공동체적 유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 세대와 노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개념은 1층에 자리한 보육원에서 잘 나타났다. 1세대인 노인들, 2세대인 젊은이들, 그리고 3세대인 어린이들이 한 건물에서 어울리며 살아가도록 설계한 것 자체가 고령화시대 감동에 가까운 일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건물에 과연 젊은 세대가 들어와 함께 살까, 또 어린이들은 어떤 보육원에 보낼 수 있을까 였다. 구리하라 씨는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젊은이들이나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거부감은 없다”며 “이웃과의 친교를 소중히 여기고, 즐겨하는 사람들이 입주했으며, 그들이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보육원의 경우는 원하는 어린이들을 모두 다 받지 못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 도야마단지 입구에 위치한 마트에서 도야마단지에 거주중인 고령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1인 가구 중심의 공공임대아파트 실현
한편 도쿄 신주쿠(新宿)구 히가시신주쿠(東新宿)역 근처 도야마(戶山) 아파트단지도 고령친화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무려 2321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단지 인구의 52%는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한다. 아파트단지 입구의 마트 앞이나 공원근처에는 노인들이 곳곳의 벤치에 앉아 졸거나 조용히 얘기하고 있는 모습, 무엇을 먹고 있는 모습 등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보관소엔 녹슨 자전거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고 주차장도 한산했다. 어린이 놀이터에는 산책 나온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또 단지 내 상가에는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붐볐다. 하지만 상가를 찾은 사람 10명 중 7~8명은 허리가 굽고 머리가 하얗게 센 노년층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배낭을 메거나 보행 보조기 겸용 쇼핑카트를 밀고 있었다.

이렇듯 2321가구가 사는 도야마 아파트단지는 이른바 ‘도심 한계부락(限界部落)’이라고 한다. 고령자 비율이 늘어나 지역 커뮤니티 유지가 불가능한 지역이란 뜻이다. 이곳 주민 중 65세 이상의 고령화비율은 일본 평균인 23.3%의 2배 이상인 5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도야마 아파트단지의 현실이 곧 일본의 우울한 미래를 상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아파트단지는 1990년대 기존의 아파트를 헐어내고 1인 가구 중심의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한 공공 임대아파트라고 한다. 도쿄도청이 소득이 적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입주 우선권을 주면서 노인들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곳 아파트에 산다는 주민 나카무라(76)씨는 “나는 단지 내에서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한다”면서 “65세 이상인 거주자의 절반 정도는 홀로 사는 노인이라 고독사(孤獨死, 가족이나 도움 받는 사람 없이 혼자 사망하는 것)가 빈발하고 있다. 이 단지에선 연간 약 50명은 고독사로 사망한다”는 설명이다.

 

▲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도야마단지 전경.

이처럼 대도시 도심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독사(孤獨死)’ 등의 사회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도쿄(東京)도가 고령자와 아이를 키우는 젊은 가족세대 거주를 함께 조합한 임대아파트 운영에 나서는 까닭이다. 도쿄도는 지난 2000년대부터 아파트를 고령자용과 육아 중인 가족세대용 주거 병설 아파트로 마련해 임대를 실행하고 있다. 독신 고령자의 병간호나 고독사, 육아의 중압을 감당하지 못한 젊은 부모들의 아동학대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다. 아파트는 2~4층에 고령자용, 5~11층에 육아 중인 가족세대용 등으로 구분해 임대한다. 고령자용 가구는 독신 입주를 원칙으로 한다. 이러한 공공임대 아파트에는 입주 고령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실내에 긴급연락 장치를 설치하고 개호 등의 상담실을 둔다. 또 젊은 세대의 육아지원을 위한 다목적실도 갖추고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교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도쿄도가 이 같은 공동주택 실험에 나선 것은 고령인구 증가로 도심에서도 65세 이상이 거주인구의 과반수인 ‘한계취락’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사회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도쿄도가 운영하는 도영아파트 명의인은 65세 이상 세대가 57%를 차지한다. 도쿄 신주쿠(新宿)의 도야마(戶山)도영아파트단지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을 넘고 이중 75세 이상은 약 60%가 독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일본은 전후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 고령화와 그 자녀들의 미혼 등에 따른 독신세대 증가로 ‘2020~2030년 문제’에 직면해 있다. 10년 후면 고령이 된 단카이세대가 수명을 다하면서 매년 사망자수는 150만 명으로 출생자의 2배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미혼, 이혼의 증가로 2030년대에는 독신자 비율이 전세대의 4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늙은 일본’의 모습은 10~20년 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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