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령자생활협동조합·동경고령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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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령자생활협동조합·동경고령자협동조합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0.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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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⑪
▲ 일본 고령자협동조합 타지리 이사장(사진 왼쪽)과 토모오카 유키 연구원이 고령자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간기업, 55세 이상 고령자 전체종업원의 6.0%범위 의무적 고용
친목단체로 출발, 일자리 창출 위한 단체로 바뀌며 조합으로 발전
도쿄고령자협동조합, 1996년 시작 60세 정년·70~80대 주를 이뤄
고령자가 복지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과 사회의 주체로 등장해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시기가 빨랐던 일본도 은퇴는 여전히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고 한다. 정년이 지난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형태로 근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의 전체 취업자 중 65세 이상의 비율은 10%를 돌파했다. 일본의 고령자들 역시 늦은 나이까지 어떤 형태로든 일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현재 고용 중인 고령자가 정년 이후에도 근무하기를 희망한다면 계속해서 고용해야 하는 계속 고용제도의 도입을 의무화했다. 정년을 보장하는 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향후 점차적으로 70세까지 정년을 늘릴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또한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제정해, 모든 민간 기업들은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전체 종업원 수의 6.0% 범위 내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해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일본의 고령자협동조합은 삶의 질 향상과 노후 보장을 위해 고령자들 스스로 설립한 단체로 지난 1994년 설립돼 2000년에 법인 인정을 받았다.
 

▲ 일본의 고령자협동조합은 모두 연합회에 소속돼 있다.


초기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일감을 수주해 사업을 시작한 뒤 조직이 활성화되자, 사업단에서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조합은 일본 47개 도(都)·도(道)·부(府)·현(縣) 중 33개 지역에 설립돼 있다. 각 조합의 지역복지사업소까지 합하면 200곳에 이르는데, 각지의 조합들은 모두 연합회에 소속돼 있지만 적용 법이 없어 이중 26곳은 홈헬퍼 서비스 등 사업 확대를 위해 생활협동조합으로 법인 등록했다. 고령자협동조합 조합원은 맞벌이부부 등의 어린이 돌보기(베이비시터),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실, 폐비닐 및 농약병 수거, 낚시터 및 유원지 청소, 공제와 손해보험 대리점, 차량판매, 심부름센터, 대리운전, 주유원, 종합운동장 및 체육관의 행사 후 청소업무, 택배업, 인쇄출판업, 결혼주례업, 학원특강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고령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함께 어울리기 위한 친목단체로 출발했지만 자원봉사 및 소득 사업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체로 성격이 점차 바뀌면서 조합으로 발전하게 됐다. 조합비로 운영되는 사업소득은 회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며, 특히 조합은 조합원으로 가입된 고령자들이 필요할 때마다 서로 협동해 도와주는 것이 원칙이다. 조합원의 연령 제한은 없지만 주로 65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지만 간병 등 홈헬퍼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근 40~50대 여성들의 가입도 늘고 있다. 원칙적으로 조합원만이 일을 하거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일본 후생성이 홈헬퍼 사업에 대해선 비조합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사무실.

■퇴직 후에 일할 수 있는 정년이 없는 곳
일본의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의 성공비결은 “지금까지 할 일이 있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할일이란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을 말한다. 퇴직 후에도 일을 하고 있으니 자신들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20여 년째 고령자생활협동조합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타지리 이사장은 고령자생활협동조합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일반 주식회사의 경우 일본에서 정년은 65세다. 하지만 60세부터 명예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러나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은 정년이 없다. 일반적으로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으며 건강이 허락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며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은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타지리 이사장은 “일본 역시 한국처럼 65세 이상이면 받아주는 곳이 없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판국에 일선에서 물러난 은퇴 노인을 받아줄 곳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 고령자생활협동조합에서는 최소한 건강이 허락하면 70세까지, 그 이상까지도 일을 할 수 있다. 고령자협동조합은 연금도 없기에 연금 부담 때문에 채용을 기피하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참고로 일본의 연금제도는 3단계로 나뉜다. 60세부터 받는 후생연금, 65세부터 받는 기초연금, 그리고 기업에서 지급하는 기업연금이다. 대체로 일본의 근로자들은 60세부터 명예퇴직을 하며 65세부터는 연금 생활을 한다”고 설명했다. 토모오카 유키 연구원은 고령자생활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나이가 들었다고 그대로 누워 있지 않게 하며, 둘째 건강한 노년을 더욱 건강하게, 그리고 노인 혼자 외롭게 방치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일하면서 돈을 벌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복지, 그리고 음악과 취미활동을 통해 살아가는 보람을 깨닫는 노년을 위한 것이다.

 

▲ 일본고령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사무실.

■일본 도쿄고령자협동조합 회원 2000여명
유키 연구원은 계속해 “현재 일본 고령자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30여개가 있으며, 21개의 연합회로 구성돼 있다. 그 중의 한 곳이 도쿄고령자협동조합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지금 도쿄고령자협동조합에만 20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전국적으로 5만 여명의 회원이 고령자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고령자협동조합의 특징을 살펴보면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에 속한 고령자협동조합과 지역사회에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관련을 가지며 탄생한 고령자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령자협동조합은 노인들이 출자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자나 서비스를 공동 구입하고, 생활학교나 문화, 오락활동을 즐기며, 이용요금과 관리비까지 조합원들이 스스로 결정하여 관리하는 협동조합이다. 고령자협동조합의 노인 조합원은 가정봉사원으로서 다른 병약한 노인을 돌보는 가정봉사원 파견 사업에 참여하거나, 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가정으로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등의 일에 참여함으로써 유급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 일본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와 일본고령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건물 앞 안내판.

고령자협동조합의 하나인 ‘도쿄고령자협동조합’의 준비과정을 보면 일본 고령자협동조합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1996년 시작된 도쿄고령자협동조합은 정년이 60세인데 비해 70~80대의 회원이 주를 이룬다. 나이가 들어 활동 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된 여성 조합원과 정년을 전후한 남편들을 대상으로 함께 협동하여 새로운 삶을 꾸리자고 주장하여 1992년에 준비회를 발족시켰으며, 1996년에 시작돼 현재 도쿄에만 회원 2000여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토모오카 유키 연구원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회원들은 노인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며 공연도 하고, 고령자들이 모여 패션쇼도 한다. 또한 동아리 활동과 함께 사람 사귀기, 문화행사 참가 등 충실한 노후생활 영위, 적당한 일거리 찾기 등이며, 특히 일거리 만들기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의 활동은 아침식품 배달사업, 과수원 경영, 녹색조합(원예·정원 만들기), 영어회화교실, 기공교실, 결혼상담 등인데 주체는 모두 회원들이다. 이제 이들의 새로운 과제는 고령사회를 맞아 지역주민에 기반하고 지역고용을 창출하며 지역문화를 배양하는 ‘지역공동체’의 창조, 곧 ‘새로운 마을 만들기’로 집약할 수 있다”며 “일본의 고령자협동조합의 특징은 첫째, 고령자가 더 이상 ‘복지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생활과 사회의 ‘주체’로 등장한 협동조합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생산이나 소비협동조합의 영역을 벗어나 자기 지역에서 ‘일, 복지, 사는 보람’ 등을 종합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이다. 셋째, 구성주체의 면에서 농민이나 소비자처럼 어느 한 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물자·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과 공급받는 사람이 함께 조합을 구성하는 복합 협동조합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관료적 공공성’에 비교하여 시민 자신이 참가하고 결정하며 자율과 협동을 촉진하는 시민적 공공성을 가진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해 설명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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