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제 발굴 복원 연구 충청사람들 관심 속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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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발굴 복원 연구 충청사람들 관심 속 시작해야”
  • 글=전상진 전문기자/사진·자료=한기원 기자
  • 승인 2016.10.2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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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지역 중고제와 한성준의 맥, 그 소리와 가락의 복원 <8>
▲ 박성환 중고제 판소리연구원 대표.

판소리의 본향… 수운 교통·상업 발달한 충청 서해안과 삽교천, 금강유역 확실해
전문가 진단, 고유의 소리 유지한 중고제 판소리… 충청사람 관심 속 복원 가능해
전문가 진단, 판소리 전체 마당보다는 부분소리·토막소리 대중화 방향 모색 필요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 중고제 판소리 맥락 속에서 명고수·명무 부각해 이어가야



■중고제, 수운 교통과 상업 발달한 충청·전라북부 지역 본령 이뤄 형성돼
중고제(내포제) 판소리는 충청·경기지방을 중심으로 한 고제(古制) 소리를 잇는 대가닥이다. 판소리 비조(鼻祖)를 충청도 결성 최선달(최예운)로 본다면, 고제 소리는 홍주(현재 홍성)지역을 중심으로 서산, 서천, 강경(현 논산 강경), 공주지역과 전라도 익산, 완주, 전주지역 등 충청 서해안과 삽교천, 금강유역의 수운 교통과 상업 발달지역으로 볼 수 있다.

판소리 역사와 연구사, 역대 명창들의 사제 관계를 최초로 기술한 정노식 <조선창극사> (1940년 1월 15일 조선일보사)에 따르면, 전기 8명창과 근대 5명창에 이르기까지 충청·경기·전라 북부 출신으로, 중고제 판소리 명창이 다수에 이른다. 판소리 대가닥인 중고제, 동·서편제 등은 판소리 대명창들의 사제 관계 속에서 형성됐다. 전기 8명창의 사제 관계 속에서 중고제가 전승됐다면, 후기 8명창의 사제 관계 속에서 동·서편제가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 판소리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통설이다.

 

▲ 중고제와 한성준 학술세미나.

■중고제, 즉흥성과 개성, 독서풍 창법, 서울·이북지역 선호 등으로 명맥 끊어져
중고제 판소리는 특징은 첫째, 사설과 악곡이 다른 유파(동·서편제)에 비해 상당히 느슨하게 유동적으로 구성돼 창자의 즉흥적인 악곡 제작 능력과 아니리, 사설의 변화가 필연적이다. 둘째, 19세기 전반 장단, 악곡, 성음, 창법 등의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다른 유파처럼 고정적인 선율이나 사설에 의존하지 않고, 20세기 전반까지 전승됐다. 셋째, 중고제 이동백, 김창룡 명창처럼 스승으로부터 전수 받은 소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소리로 ‘자가독공(自家獨工)’하는 것을 득음의 과정으로 봤다. 또한 중고제 판소리는 창을 할 때 비교적 낮은 음성에서 평평하게 시작해 중간을 높이고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음성을 낮추어 부르는 것으로, 성량이 풍부한 사람이 불러야 제격인 높은 수준의 기교를 요구한다. 그리고 성음의 고저가 분명해 명확히 구분해 들을 수 있으며, 가가풍·독서풍의 소리로, 노래 곡조가 단조하고 소박한 맛이 있다는 점. 서울·경기지역, 이북지역 양반층이 선호했다.

하지만 충청·경기지역에 전승되는 중고제 판소리는 즉흥성과 자가독공으로 악곡과 소리를 창조하고, 감정 기교 없이 단순 소박하면서 지르고 높은 소리가 지배적이며, 서울·경기지역과 이북지역의 양반층이 선호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현재에 와서 전승이 끊어졌다. 반면 전라도 전역에 전승되는 동·서편제 판소리는 통성 소리와 ‘대마디 대장단’에 집중해 소리의 참맛을 살리거나, ‘갈 때까지 간다’고 할 정도로 감정 기교와 장단의 변화가 다양하다. 또 전승 관계가 확실해 많은 판소리 명창들이 국악계에 진출했고, ‘전주대사습놀이와 전주세계소리축제, 남원 대한민국국악대제, 구례동편제소리축제, 보성서편제소리축제’ 등을 매해 개최함으로써 국악인과 국악 애호가들을 끌어들인다. 이에 따라 지역적으로 국악 인구를 늘리고, 판소리 본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대명창 배출한 홍성 비롯한 충청 곳곳서 중고제 활성화 위해 노력
그렇다면 지금은 맥(脈)이 끊어져 유성기 음반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충청소리 중고제 판소리를 어떻게 복원하고, ‘판소리 본향 충청’의 명예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가. 그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올해 3월 24일 충남문화재단은 ‘중고제 맥 잇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고, 12월 초 ‘(가칭) 중고제소리축제’를 개최한다. 또 홍성지역 문화예술 기획단체인 홍주문화연구회는 중고제 전통문화 육성사업인 ‘중고제(내포제)와 한성준, 소리와 가락을 찾아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홍성역사인물축제에 맞춰 ‘중고제와 한성준 학술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또한 서천에서는 4회째 ‘국창 이동백 명창 선양 전국국악경연대회’를 비롯해 지난해 중고제 이동백 명창의 삶과 예술혼을 기리는 ‘국창 이동백전’을 장항 문화예술창작공간(옛 미곡창고)에서 개최하고, 서천 문헌서원에서 2년째 판소리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서산에서는 심정순가(家)의 중고제 판소리 전승을 위해 이애리·이은우 전수자 등이 지난해까지 9회째 ‘심화영 중고제 판소리 발표회’를 비롯해 심화영 서산승무 전승을 위해 애쓰고 있다. 공주에서도 박동진판소리전수관에서 17회째 ‘박동진 판소리 명창·명고대회’ 개최했고, 판소리 전수교육에 노력하고 있다.
 
 

▲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

■노재명 관장, “판소리 고유성 지켜온 중고제, 충청사람의 노력에서 답 찾아야”
중고제 판소리의 발굴 및 복원은 아무래도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에게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국악애호가인 노 관장이 2001년 7월 경기도 양평에 설립한 박물관은 국악 관련 각종 희귀음반(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을 들여 구입한 송만갑의 ‘농부가’ 음반을 비롯 이동백의 ‘백발가’, 임방울의 판소리 ‘쑥대머리 등)과 문헌·사진·영상자료·악기 등 총 6만3000여 점의 국악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국악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최근 서울 성동구 용답동으로 옮겼고, 현재 서울과 양평에 자료들이 흩어져 있는 상태이다.

노 관장은 “중고제 판소리의 맥이 끊어졌다는 판소리 연구가들의 주장에 동의 할 수 없다. 오히려 동·서편제 판소리의 고유성이 사라져 왜곡·변질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며 “중고제 판소리는 오히려 그 고유성을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전승하고 있다. 서천·홍성의 김성옥 명창의 김문(金門)소리는 김창룡 명창을 거쳐 손녀인 가야금병창 김차돈 명인에게 이어졌다. 서산 심정순 명창의 심문(沈門)소리는 이애리·이은우 씨 등이 이어가고 있다. 또 심문소리의 또 다른 가야금산조 명인 심상건의 소리는 딸인 심태진 씨가 현재 미국에서 잇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동편제 송홍록 명창조차 김성옥 명창과의 관계 속에서 중고제(진양조)를 받아들여 판소리를 발전시켰고, 송문(宋門)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충청소리는 현재 장사익, 송소희 등 국악인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물론 보수적인 국악계에서는 인정하고 있진 않지만…” 하고 웃는다.

그는 다시 “중고제는 충청도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 등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충청의 문화”라며 “충청 사람이 우리의 문화를 외면하고 다른 지역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고제에 흠뻑 빠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전 재산을 팔고, 30년 넘게 중고제 연구에 매달린 것은 단 하나다. 충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고제 판소리에 대한 충청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 중고제 발굴 복원이 더딜 뿐”이라며 “최근 충남문화재단을 비롯해 홍성 서천, 서산, 공주, 논산 등에서 중고제 판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발굴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발굴 복원을 위해 노력한다면 2~3년 후에는 전라도 지역처럼 중고제 판소리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중고제 판소리 애호가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악음반박물관 내부모습.

■최혜진·박성환 전문가, “충청 고유의 특성 살려 부분·토막소리부터 살려내야”
이밖에 중고제 판소리 발굴 복원을 위해서는 충남문화재단의 ‘중고제 맥 잇기 학술세미나’와 홍주문화연구회의 ‘중고제(내포제)와 한성준 학술세미나’ 등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최혜진 목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는 “중고제 명창들은 민중 해학적인 세계관을 많이 그렸고, 다양한 창법과 개인적 기량이 독보적이라 독자적인 미학과 개성을 가졌으며, 담백하고 소박한 충청지역의 문화·성향을 담고 있어 가치를 지닌다”며 “판소리 초기의 더늠과 잔영을 살필 수 있는 중고제 명창의 유성기 음반 소리와 사설이 남아 있어 복원 전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판소리 여섯 마당 전부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복원 전승보다는 부분소리·토막소리를 대중화시키는 방향으로 복원 전승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옛것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보다 충청지역 판소리 향유층을 넓히고 활성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성환 중고제판소리연구원 대표는 “중고제 이동백·김창룡 명창의 소위 ‘유성기 고음반’의 소리를 들어보면 고졸함과 담박함 그리고 꽉 채워진 틀을 벗어난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분위기, 자유자재하고 유려한 가곡풍 등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러한 중고제의 특징은 그 시대와 지역의 문화적 풍토와 고유한 정서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판소리를 지적하면서, “빈번한 소통과 문화의 혼합으로 유파의 의미가 사라지고, 소리판 전체가 한두 바디의 소리로 통합돼 버렸다. 날이 갈수록 판소리 내면의 본질적인 아름다움, 즉 꿋꿋함, 강건함, 온유함, 담대함, 비장미는 사라지고, 대중에게 호소하는 과도한 감정적 호소와 기교 위주의 가벼운 발성, 현대적 창법이 넘쳐나고 있다. 바탕소리별로 한두 개 바디 소리가 전체를 차지해 음악적으로 다양성을 상실하고 매우 단조로워 지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그 이상의 음악 세계를 열어갈 수 없게 고착화 되고 있는 셈”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만일 중고제 판소리를 복원한다면, 전통음악의 다양성확보와 새로운 창작의 토대를 마련하는 매우 뜻 깊고 긴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중고제 판소리 발굴 복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한성준 선생.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 지역에서 연구와 기념사업 등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전상진 홍주문화연구회 회장(본인)은 ‘중고제(내포제)와 한성준 학술세미나’에서 강조한 것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를 토대로, 판소리 비조인 결성 최선달(최예운)의 존재 여부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 밝히고, 중고제 판소리의 전승 맥락 속에서 김창룡-김세준-김차돈 명창명인과 인근지역 명창명인들이 ‘홍주지역에서 어떻게 활동했느냐’를 본격적인 발굴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 ‘판소리의 고향, 홍주’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한성준 선생의 기념사업이 지지부진한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한성준 선생 기념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지역의 분발을 촉구하고, 판소리 명고수이자 서민 전통춤의 시연자에서 당대 최고의 전통춤 선구자로 나아간 한성준 선생의 업적을 지역에서 ‘판소리에서 시작해 전통춤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연구는 물론 기념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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