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특화 노인일자리 사업 ‘이바구자전거·갈맷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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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특화 노인일자리 사업 ‘이바구자전거·갈맷길’ 인기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2.0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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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홍성, 노인고용에 눈을 돌리자 ⑭
▲ 부산역 광장에 있는 이바구자전거와 정류소. 지나가는 행인들이 관심을 갖고 안내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바구자전거, 갈맷길 안내 등 지역맞춤형 특화사업 노인일자리 창출
이바구자전거는 시속 15km까지 속도를 내는 3인승 전동 세발자전거
68~76세노인들 32명 교대, 1시간 코스 11개 차량 오후4시까지 운행
부산을 대표하는 걷는 길 갈맷길 700리, 노인들이 안내와 해설 맡아

 

부산시는 노인들의 활기찬 생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2016 노인일자리 창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모두 3만 3200개의 노인일자리를 새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해 2만 5400개의 노인일자리를 만든 것과 비교할 때 30.7%(7800개) 증가한 것이다. 우선 이바구길(이야기)자전거, 갈맷길 안내와 같은 지역맞춤형 특화사업 등 부산특화노인일자리가 2590개 생겨난다는 것. 또 아파트 택배사업, 카페운영, 도시락 제조·배달사업 등 수익형 노인일자리사업 3691개를 만들기로 했다. 월 2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노노케어사업, 취약가정 방문·상담 등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 1만 8892개 등이다. 올해는 특히 부산만의 고유한 특색을 살린 부산특화노인일자리 추진에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대표적 사업으로는 공동작업장 및 공동제조형 노인일자리 확충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비어있는 유휴시설을 새로 고쳐 공동작업장으로 조성하고, 근로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일거리를 가져와 노인들로 하여금 공동작업을 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노인일자리 증대와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윈윈사업’으로 기대되고 있는 이유다. 부산시는 또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과 함께 노인 재능 나눔활동, 시니어인턴십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특화일자리 사업인 이바구자전거와 갈맷길 안내 사업 등을 통해 노용고용의 가능성 등을 진단해 보고 홍성에서도 벤치마킹을 통해 대안과 가능성 등을 찾아본다.
 

▲ 정류소 행정담당 어르신과 이바구자전거 운행담당 어르신이 다음 운행에 대해 의논중이다.

■이바구자전거, 건강·일·관광객 세 마리 토끼 잡다
부산시 동구는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의 실정을 감안해 예비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산복도로 르네상스 등 서민경제 활성화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오고 있다. 그 결과 이바구자전거, 경로당 공동작업장, 168계단 모노레일 구간 부스 운영, 수정동 정란각(일본식 가옥) 위탁, 전통시장(부산진·자유시장) 시니어 물류센터 운영 등 5개 사업과 노인일자리 202개가 마련됐다. 특히 노인들이 운전하는 ‘이바구자전거’는 부산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산복도로의 역사 해설을 듣고 현장을 둘러보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바구자전거는 시속 15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3인승 전동 세발자전거다.

이바구자전거의 운행은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68~76세 지역 어르신 32명이 교대로 맡고 있다. 관광안내 교육을 마친 이들은 자전거 뒷좌석에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며 골목길에 얽힌 각종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바구자전거는 부산역광장 홍보부스에서 티켓을 구입한 뒤 부산역 횡단보도 맞은편 편의점 앞에서 차례로 이용하면 된다. 운행 코스는 백제병원, 명태고방인 남선창고 터, 한중우호센터, 이바구충전소, 이바구공작소를 거쳐 유치환우체통에서 168도시락국, 소림사, 페루광장 외국인거리로 내려와 종착지에 도착한다. ‘시니어도슨트’라 불리는 문화재 해설사가 관광객과 함께 전동 자전거를 타고 지역 관광특구인 차이나타운과 초량 이바구길을 탐방하며 명소 소개와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바구자전거’는 약 1시간 코스로 운영된다. ‘이바구자전거’는 정류소 행정업무담당 4명, 운행업무담당 6명 등 총 10명의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11개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동절기에는 눈과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행하고 있다.
 

▲ 코스를 돌며 쉬지 않고 그 곳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안내해준다.


‘이바구자전거’는 정부의 실버사업으로 20만원이 지원되고 구청 복지과의 실버사업을 통해 나머지 운영비용이 지원되고 있다. 지역의 시니어클럽이 위탁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바구자전거’ 외에 ‘한땀한땀사업단’이라는 이름으로 여성고령자들이 김밥만들기, 봉투만들기, 식당 운영 등을 하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한 실버사업은 부산에서는 유일하다. ‘이바구자전거’는 5시간만 충전하면 하루 종일 운행할 수 있다. 한 명당 평일 기준 하루 평균 1~2바퀴, 주말엔 최대 4~5바퀴씩 운행하는데, 단체손님예약이 많다고 한다. 별도의 교육을 받아 안내해주지만 사람마다 안내하는 내용이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예전에는 사람이 다니기에도 좁은 길만 있던 산동네였다는 설명이다.

이바구자전거 정류소에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종진(72) 노인은 “퇴직한 고령자 중 건강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라며 “젊은이들에게는 보수나 업무환경이 좋지는 않지만, 운영시간도 짧고, 전동자전거를 사용해 큰 힘이 필요하지 않아 고령자들이 일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또 이바구자전거 운행담당 최정경(71) 노인은 “이바구자전거를 탄 관광객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에 나도 더불어 뿌듯하고 보람차다”며 “관광객들이 내가 해주는 이야기를 신기해하고 사진에 담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찾는다”고 말했다.

▲ 운행담당 최정경(71) 어르신이 이바구자전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갈맷길 700리, 9개 코스 20개 구간 86시간 걸려
부산을 대표하는 걷는 길은 아마도 갈맷길일 것이다. 부산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걷는 길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구간별로 걸어도 되지만 총 길이가 300km 가까이 되다보니 그 방대함이 여행자를 압도하기도 한다. 부산에는 갈맷길이 아니어도 걷기 좋은 길이 많다고 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부산 동구에 있는데, 부산역에서 길만 건너면 바로 시작되는 초량이바구길이다. 부산역 앞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소요거리가 1.5km에 불과한데다가 그 거리마저도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동구에는 초량 이바구길 외에도 호랭이 이바구길, 부산 이바구길 등이 있다. 초량은 길이 조성된 동네 이름이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의미하는 경상도 방언이다. 즉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는 의미다.

부산 동구는 격변하던 근대의 한반도를 보여주던 곳 중 하나로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초량 이바구길을 걷다보면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초량 이바구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옛 백제병원이다. 한 눈에도 오래된 건물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90여년의 세월을 넘겼다. 지난 1922년 일본 오카야마의전 출신인 재일동포 최용해가 건립한 서양식 지하1층, 지상 5층 건물로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백제병원’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1932년 병원이 문을 닫고 난 뒤 건물의 주인은 부산의 역사와 함께 변해왔다. 봉래각이란 중국요리집에서 일본 아까즈끼부대의 장교 숙소를 거쳐 해방 뒤에는 치안대사무소, 중화민국 영사관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1953년에는 신세계예식장으로 운영되다 1972년 화재로 건물의 일부를 태웠으며 이후 5층 부분이 철거되고 현재 4층의 일반상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부산의 산책길인 ‘갈맷길’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부산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갈맷길’은 부산의 시조(市鳥)인 갈매기와 길이 합쳐진 말로 부산만이 가진 특색 있는 해안로와 강길, 숲길을 말한다. ‘갈매’는 순수 우리말로 ‘깊은 바다’를 뜻하기도 한다. ‘갈맷길’은 부산시가 정부에서 지원받은 희망근로사업 예산을 포함한 총 630여억 원을 투입해 지난 2009년부터 집중적으로 걷기 좋은 탐방로를 조성했다. 9개 코스 20개 구간에 263.8㎞에 이른다. 갈맷길과 함께 2009년 말 길 걷기 전문 조직인 (사)걷고싶은부산이 태동하기도 했다. 부산시와 걷고싶은부산은 코스별로 시 종점을 정하고 안내판과 이정표를 세워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부산은 이바구자전거와 함께 갈맷길 안내와 같은 지역맞춤형 특화사업 등 부산특화노인일자리 2590여개를 창출해 내고 있다.

‘갈맷길 이야기’ 사업은 사회공헌분야 노인일자리로서 은퇴 후의 어르신들에게 전문지식을 활용한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길 안내와 해설 등 길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부산시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의 신체 건강한 어르신이면 누구나 신청해 참여할 수 있으며, 문화해설 관련 자격증 소지자 및 도슨트 활동 유경험자를 우선하고 있다. 부산 갈맷길은 9개 코스 20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갈맷길은 2009년 6월 7일, 부산시가 당시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걷고 싶은 도시’를 공식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갈맷길은 700리에 달하는 거리로, 9개 코스를 모두 답사하려면 어른 걸음으로 약 8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특히 전 구간이 단절되지 않고 순환코스로 이뤄졌으며 소요시간과 거리, 노면상태, 경사 등을 감안해 코스를 등급화해 편의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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