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나눔의 동네사랑방,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짜장’
상태바
돌봄·나눔의 동네사랑방,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짜장’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17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9>
대전시 중구 중촌동 중촌다목적복지회관 1층에 자리한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안목을 기르는 좋아하는 어린이도서관
지방자치단체 공간 무상지원, 풀뿌리 시민단체·지역주민 중심
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
미래세대 어린이들에게 태양광 발전기 통해 환경교육을 제공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민들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항상 웃음이 넘쳐나는 곳이 있다. 대전 중구 중촌동이 바로 그곳이다. 대전에서도 중심지인 중촌동은 대전천과 유등천의 합류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중촌네거리를 중심으로 패션특화거리 등 상업지역이 형성돼 있는 교통의 중심지이다.

중촌동은 고종 32년 18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대전군 외남면에 편입돼 중촌리라 불렸으며, 1948년 중촌동으로 개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전에 중촌동에는 대나무가 많아 죽말이라고도 불렀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중촌동이라는 명칭은 죽말에서 시작됐다고도 하고 도시의 한복판에 위치한 촌락이라고 해서 중촌동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곳 대전시 중구 중촌동에서는 누구나 귀에 익숙한 ‘짜장’이란 말을 뜻밖에도 도서관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중국 음식으로 알고 있는 짜장은 ‘정말’이나 ‘참’이라는 ‘거짓이 없는’뜻을 지닌 순수 우리말이라고 한다.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이라는 이름에는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숨어있는 본래의 의미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고,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어린이도서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자금지원으로 풀뿌리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돼 조성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위치한 중촌마을은 도서관을 구심점으로 다양한 공동체문화를 가꾸어가고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전여민회 ‘동화 읽는 엄마모임-아름드리’가 주축이 되고 더 많은 중촌동일대 엄마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뤄지면서 중촌동 주민자치센터의 공간 협력을 받고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에게는 즐거운 책 놀이터가 되고, 돌봄과 나눔의 중촌마을을 일구는 동네사랑방이고자 하는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은 대전시 중구 중촌동 주공아파트 3단지 정문 앞의 중촌다목적복지회관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 내부모습.

■자원활동가들 스스로 어린도서관 운영
인구 2만여 명이 모여 사는 구도심인 대전 중구 중촌동은 신도심인 서구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력이 떨어지는 동네였다. 하지만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이 터를 닦고부터 서서히 지역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자원활동가 김민정 씨는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 곳을 찾았고, 이웃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주민들도 도서관을 매개로 하나가 돼가고 있다”고 말한다. 마을어린이도서관 운영에 대해서도 “유급인력 1명과 다수의 자원활동가들로 이루어진 운영위원으로 운영된다”며 “자원활동가들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3시간씩 봉사하고 운영위원 중에서 1명이 관장을 역임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그리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은 열고, 7명의 사서자원 활동가들이 사서 일을 하고 정기적으로 4명의 자원활동가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원활동가들은 대부분 도서관이 개관한 후 새롭게 참여하게 된 주부들”이라고 설명하고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아이들이다. 도서관을 찾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춰져 있으며 30대 중반 정도의 젊은 엄마들이 많고 아이들과 함께 일과를 보내야 하는 전업주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다. 짜장에는 출산과 육아로 가정에만 있던 엄마들이 이웃과 만나 정보도 교환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하나의 울타리로 성장해 가는 기쁨이 있는 곳이다. 도서 대출은 일인당 2권씩 가능하며 열람은 누구나 가능하다. 특히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은 매주 금요일에 특별히 야간 개관을 하는데, ‘아빠수다방’과 동네 아빠가 진행하는 모임 등이 열린다고 한다. 또한 도서관옥상에 텃밭을 운영하는데 가족들이 함께 참여해 가꾸기도 한다.

가을배추와 열무 등을 심는데 아이들 교육으로도 쏠쏠하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 이곳 도서관은 태양빛으로 글을 읽는다는 의미로 태양광 발전기를 옥상에 설치해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의 가장 큰 자랑은 어느 곳보다도 왕성한 다양한 강좌와 교육활동에 있다고 설명한다. 도서관학교는 인문학적 소양을 강화하는 강좌와 도서관 운영과 관련 실무 능력을 높이는 강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발전량표시기.

■도서관이 구심점 돼 마을공동체 일궈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도서관이 구심점이 돼 어느 곳보다도 활발히 마을공동체를 일구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보다 더 자주 만나 품을 나누고 정보를 나누던 도서관엄마들이 어른을 위한 별도의 마을공동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마을까페 ‘자작나무숲’을 만들기도 했다. 공정무역커피와 직접 담근 과일차를 자율가격제로 판매하고 품앗이 강좌를 열고 까페 마당에서 프리마켓도 열며 영화도 같이 볼 수 있다. 수익이 날 리가 없지만 그래도 수익이 나면 마을의 청소년과 여성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자고 기획단계에서부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런 결과 지난 2012년에는 처음으로 청소년을 위한 배분사업을 공모해서 2팀에 각각 50만 원씩을 지원하기도 했다. 2010년도에는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는 엄마들의 작업장을 마을기업으로 만들기도 했다고 소개한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우리밀 발효빵을 만드는 ‘평화가 익는 부엌 보리와 밀’을 만들어 2013년에는 인증과 함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시켰다. 1인 사업장에서 현재는 5인 사업장으로 성장했다. 아이들이 자라면 마을 밖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엄마들이 마을활동이라는 가치 있는 일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만들자는 요구를 바탕으로 궁리를 한 결과다.

또한 지난 2012년에는 후쿠시마핵발전소 붕괴이후 더욱 심각하게 대두된 기후변화 시대 에너지문제를 걱정만 하고 있지 말자고 뜻을 모아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충청지사와 협력해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절전이 곧 발전이라는 모토로 ‘짜장마을 절전소’를 만들기도 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역본부, 절전소네트워크에 소속된 3개 마을어린이도서관은 미래세대 어린이들에게 태양광 발전기를 선물해 환경교육을 제공하는 ‘태양지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개 도서관(서구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중구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짜장, 유성구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 설치된 3~4KW 태양광발전기의 발전량을 모두 합치면 3만100KW로, 이는 CO2를 13.3t을 절감한 양이며 30년생 잣나무를 1090그루 심은 것과 같다고 한다.

 

대전형무소 기념 평화공원 안내판.


이 과정에서 매월 정례모임을 통해 에너지 공부도 같이 하고 절전 노하우도 나누는 주민학습모임에는 마을을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바람이 넘쳐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2년에는 대전시 텃밭공모 사업에 선정된 ‘지렁이네 텃밭’에선 유기농 배추 등을 심어 공동김장을 담그고 수확물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지난 2007년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짜장’이 문을 열면서 처음 시작한 ‘어린이책잔치’는 회를 거듭해 이제는 매년 10월 열리는 중촌마을문화축제의 ‘동네사람들 우리 함께 놀아요!’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마을안의 지역아동센터, 태권도학원, 미술학원, 음악학원, 노인정, 풍물패, 초·중학교, 대안학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민주체가 모여 매년 8월이면 중촌마을문화축제추진단을 구성해 축제기금도 마련하고 프로그램도 공동으로 준비한다. 그동안 집중해온 중촌마을공동체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부터 인근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마을신문 ‘오! 마을’ 도 창간했다. 이러한 활동들이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 각지에서 견학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중촌마을 자체를 브랜드화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자랑한다.

결과적으로 대전 중촌마을어린이도서관‘짜장’은 마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오게 하고 있다. 마을네트워크를 만들고,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만들어 가고 있는 ‘짜장’의 활동에 여러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마을어린이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은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고 길러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도서관의 운영이 돼야 한다. 민간의 자발적 추진력과 행정기관의 공간협력, 민간재단의 일시적 지원의 결과로 탄생한 마을어린이도서관 ‘짜장’이 지속가능한 운영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