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바다형제들의 멸치잡이, 오늘도 출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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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바다형제들의 멸치잡이, 오늘도 출항합니다”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2.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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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을 잇는 청년, 청년CEO, ‘농촌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20>

(유)다정수산 홍명완 대표
자신이 직접 잡고 직접 만드는 멸치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일하는 (유)다정수산 홍명완 대표.

해도 뜨기 전, 항구는 선원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이번 조업은 열흘 예정이다. 바다 상태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배는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검은 바다를 향해 소리 없이 나간다. 27살에 선주가 된 청년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버지를 도와 배를 탔을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선원들의 안전, 바다의 상황, 멸치잡이의 수확량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죠. 아직도 이 부근에서는 가장 나이 어린 선주지만요.”
(유)다정수산 홍명완 대표(35)의 넉살 좋은 웃음 뒤에는 남다른 아픔도 존재했다. 광천김공장 1세대인 동아맛김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IMF 때 위기를 맞았다. 이후 아버지는 멸치배를 타기 시작했다. 홍대표는 홍성고 재학 시 씨름부에서 활동했다. 잠시 코치 시절을 거쳐 마케팅 공부를 위해 호주로 유학을 갔다. 그 시기가 김공장 위기와 겹쳤다. 홍대표는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지인의 도움으로 돈을 빌려 배를 사고 2009년 선주가 되었다.

“빌린 돈 이자를 갚기 위해 겨울에는 노가다도 했어요. 그 때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준비가 안 되면 이렇게 힘든 것이구나 실감했죠.”
홍 대표는 지난 6월 보령시 오천면에 수산물산지가공시설 지원사업으로 공장을 차렸다. 사무실이 자리한 건물 1충을 지역민들에게 유휴공간으로 활용하라며 내주었다. 지역과 상생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멸치만 잡아서는 도저히 유지가 불가능해요. 지금의 유통구조는 생산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자급생산으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우리가 직접 생산해 직접 만든 멸치를 판매하자고 생각했고 자금이 부족해 지원을 받아 공장을 만들었죠.”

배 2대에 그물을 둘러쳐 멸치호스를 이용해 잡은 멸치를 고기탱크로 이동, 가마솥에 부어 자숙을 시키고 곧장 공장으로 이동해 이물질을 제거, 1차선별 과정을 마친다. 이후 가공 처리 과정을 거쳐 지금은 학교 급식에 제공되고 있다. 직업군인이던 동생 홍성훈 씨(33)가 합류해 공장을 맡으면서부터 힘을 더 받았다.

“내년 2월경에는 인터넷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고, 멸치나 뱅어포 등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도 고민하고 있어요.”
가업에 대한 홍 대표의 생각도 남다르다.

“이미 경영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희 아버지에게 배울 것이 너무 많아요. 물건을 보는 법이나 만드는 방법 등은 아직도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어요. 저희 경영 2세대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 더 발전되고 확산된 방향을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야죠.”

흔히 바다는 넓다고 말한다. 그래서 망망대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정작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좁게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어선들,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 날들을 견디며 전쟁과도 같은 삶을 이어나간다.

가족의 품을 떠나 언젠가는 독립하는 시기가 청년기다. 반대로 다시 돌아와야 할 때를 아는 사람도 오직 청년이라는 이름의 당신뿐이다. 다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돌아와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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