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울려 매일매일 즐겁게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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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울려 매일매일 즐겁게 생활합니다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7.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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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14>

장곡면 상송리 최 익
최 익 씨가 지난 2월에 심어 주렁주렁 열린 완두콩을 수확하고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당연히 혼자는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와는 어울려 살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 어울려 살아간다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가족끼리도 모이면 언쟁을 하는 판에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마음을 의지하며 살기는 많은 시간과 서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간들이 첩첩이 쌓이는 것이 한 지역에 정착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장곡면 상송리로 귀농한 최 익 씨는 현재 아내와 함께 두리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서 개인 사업을 운영하던 최 씨는 운전면허증 갱신을 하던 중 한쪽 시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포도막염이었다. 일종의 염증인데 심하면 실명의 위험도 있는 질병이다. 과로와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하루 3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던 최 씨는 큰맘을 먹고 시골생활을 하기로 했다. 트럭 하나를 마련해 텐트 하나를 들고 마을로 들어왔다.

평소 산을 좋아하던 최 씨는 홍성의 산들을 다니다가 하산하던 중 장곡 광성리로 내려와 먼 친척과 막걸리를 한 잔 마시다가 이 땅을 알게 됐다. 물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상답이었던 논을 밭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한편에 텐트를 치고 100일 동안 생활했다.

“그 3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이 고생했다. 유기농을 해야 하는데 땅을 되살리는 일은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다.” 3년의 시간 동안 토양이 점점 좋아지고 유기약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니 이제 땅은 스스로의 힘을 가졌다. 3년 전부터는 근대와 시금치 등 부부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양만큼만 생산하고 홍성유기농조합과 학교급식에 납품한다. 연중 시금치를 생산하고자 하는 취지로 차양막도 설치해 유기농 시금치를 생산한다.

“처음에는 유기농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가 애를 먹기도 했다. 이제는 천연약재를 만들어 유기농 조합원들과 공유한다.” 마당 한 편에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있고 그 안에는 약재가 5시간 이상 달여진다. 그 옆 냉장고에 약재를 보관한다. 쉬이 상할 수 있기에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그렇게 건강하게 자란 시금치는 홍성의 아이들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는 바탕이 된다.

“내가 흙을 잘 만들어놓으면 다른 후임자가 왔을 때 좋을 것 같다. 이제는 잠 좀 자면서 하려고 한다. 마음적으로 여유도 생기고 급한 것은 얼추 했다는 생각이다.” 농사 초반에는 자연의 흐름과 같이 했다. 해가 뜨면 나와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서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농사와 관련한 이런저런 일을 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이제는 자연농법에 가까운 유기농법으로 자리를 잡았고, 소득을 쫓아가지 않고 마음 편하게 일한다.

논을 밭으로 만들면서 아내와 함께 고생도 많이 했다. 공사장에서 나온 통에 돌을 담아 옮기는 일을 수차례하기도 하고 집을 짓는 동안 나무파레트 위에 놓인 가구들은 비닐을 덮은 채 일 년을 있기도 했다. 결국 몇몇 가구는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귀농하면 먼저 집 사지 말고 땅 사지 말라고 하는데 난 집부터 지은 경우다. 집을 짓고 나니 돌아갈려 해도 돌아갈 데가 없다. 여기서 서로 어울리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간다.” 귀농을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최 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경제적으로 올인하겠다는 생각으로 오면 쉬이 지친다. 돈은 순리적으로 붙어야 하는 것이고 운대도 맞아야 한다. 처음 2~3년 동안은 보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사는 것이 좋다.”

두리농장 입구에는 커다란 평상과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일명 장곡다방이다. 오가는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며 차를 마시고 정을 나누는 자리다. 그렇게 오늘도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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