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은 더불어 살며 나누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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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은 더불어 살며 나누는 행복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8.03 09: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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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18>

장곡면 도산리 이현준
하늘이와 마음껏 뛰놀며 살고 싶다는 이현준 씨.

도시 빌딩 숲 안 작은 오피스텔, 현준은 3일째 휴대전화와 컴퓨터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온라인 판매가 직업인 그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안 받는 것은 경제적 포기와 유통망의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식사는 배달 음식으로 때우고 단 한 번도 바깥출입을 하지 못했고, 그 옆을 하늘이만이 지켜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뭐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덩치가 산 만한 그를 생각한다면 어지럼증은 어울리지 않는 적신호였다. 덩치만큼 겁이 덜컥 난 현준은 병원에 갔다. 의사는 당연히 협심증을 의심했고, 온갖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병실이 나기를 기다리며 응급실에 3일을 있었다. 응급실은 전쟁터였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급하게 들어오는 환자, 피를 흘리며 소리를 지르는 환자, 방금 들어왔는데 얼굴에 하얀 이불이 씌워지는 사람 등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진행됐다. 현준은 생각했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그리고 알았다. 현준에게 행복이란 BMW나 명품이 아닌 사람과 더불어 살며 나누는 것임을 말이다. 검사 결과 약간의 협심증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했다. 이후 현준은 자원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단점은 돈을 못 번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 때 친구 녀석과 연락이 닿았다. 그의 상황을 들은 친구는 홍성으로 오라고 권유했다. 친구의 권유로 아무것도 없이 가방만 들고 홍성에 왔다. 그 때가 2015년 10월이었다. 친구의 소개로 아는 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석 달을 백수로 살았다. 매일 만나는 풍경도 매일이 새로웠다. 풍경만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각종 모임과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바빠도 즐거웠다. 그러나 조금 지나서 알게 됐다. 시골이 외할머니 품 같이 편한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빌딩만 없을 뿐이지 사람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이다. 그 순간 화면이 정지했다.

그러던 중 무릎에 탈이 나 수술을 받게 됐다. 넉 달을 입원했다. 그 사이 빈 집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상황이 이러니 당장 내려갈 수 없었다. 현준의 상황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빈 집을 청소하고 현준의 짐을 옮겼다. 퇴원을 하자마자 목발을 짚고 홍성에 왔다.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홍성군귀농지원연구회의 총무를 맡게 됐다. 현준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 만큼 회원 수도 늘었다. 그 노력으로 올해 초 홍성군품목농업인연구협의회와 홍성군귀농지원연구회 회원들에게 공로패도 받았다.

아직은 경제적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부천과 홍성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홍성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 이 씨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

“홍성에 농산물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우리 하늘이(현준의 반려견)와 마음껏 뛰놀며 살고 싶다.”

홍성군귀농지원연구회의 총무를 보면서 수없이 많은 귀농·귀촌의 사례들을 보아온 이 씨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몸으로는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고, 지역을 선택할 때는 적어도 6개월 정도를 살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반드시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성공을 꿈꾸는 것은 온갖 오해와 갈등, 경쟁과 시기 등이 씨줄과 날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살아가야함을 뜻한다. 그 모든 관계들을 가만히 내려놓고 가난하지만 단순하고 풍요롭게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늘이와 마음껏 뛰놀며 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단순하고 소박한 것처럼 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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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2018-08-16 19:52:46
오타가 있네요.
정리가 ~ 로 정정 합니다.

홍성인 2018-08-16 19:51:33
기사 내용이 ㅇ리가 잘되었으며,
소박하고 진실함이 느껴지네요.
좋은 기사 잘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