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심는 농부의 즐거운 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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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을 심는 농부의 즐거운 시골살이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8.19 09: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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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20>

장곡면 행정리 김종삼·홍성희
김종삼, 홍성희 부부가 운영하는 호미질 농장 앞에 섰다.

작물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잡초와의 싸움이다. 뽑아도 뽑아도 질긴 생명력의 잡초는 특히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모든 농부의 골칫거리다. 그런데 풀을 뽑지 않고 심는 농부가 있다.

장곡면 행정리에 지난 2016년에 귀농한 김종삼, 홍성희 부부가 운영하는 호미질 농장이다. 약용식물관리사 부부가 운영하는 농장에는 구기자와 아로니아, 눈개승마, 질경이 등이 풀과 경쟁하며 식물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초생재배로 이뤄진다.

“공부를 하다 보니 모든 식물에 다 있는 파이토케미컬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그래서 아로니아 옆에 청보리와 호밀을 심어 식물이 서로 경쟁하면서 생성하도록 하고 있다. 조금은 힘이 들지만 내가 생산한 작물이 가능하면 누군가에게 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짓는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성을 의미하는 ‘파이토(phyto)’와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활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을 의미한다.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는 아니지만 식물의 독특한 향, 맛, 색깔을 부여해 각각의 음식 고유의 개성을 나타내주고 건강유지에 필요한 성분이다. 관리가 힘든 유기농을 짓기 위해 김 씨 부부는 18가지의 약용식물 액비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공급해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이 살아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EM미생물과 남당항의 바닷물과 조금 모양이 안 좋은 구기자와 아로니아 등을 섞어 주고 있다.” 또한 아로니아 가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양봉도 배워 직접 채취한 꿀로 당절임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 되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농사만 잘 지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판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농업기술센터에서 강소농을 대상으로 하는 SNS활용과 블로그 등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오히려 도시에서는 안 하던 SNS를 시골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처음 이웃추가 한 사람이 90명에서 이제는 1200명으로 늘었고 페이스북은 3500명이 팔로우를 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약용식물작목반이 정식 등록되면서 초대 회장을 맡게 된 김 씨는 더욱 바빠졌다. 약용식물작목반에서는 올해 밭을 3000평 임대해 연구회에서 공동으로 재배·관리·출하를 해서 소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씨는 귀농을 하기 위해 2년 동안 아내를 설득하고 전국에 있는 땅을 보러 다녔다. 김포에서 제조업을 하던 김 씨는 자동차 내부를 살균하고 악취를 제거하는 장비를 특허 받아 전국 정비소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그 일을 30년 하다 보니 염증이 생겼다. 전국을 역마살 든 사람처럼 헤매고 다니는 일에 지쳐 귀농을 생각했다. 귀농해서 한 달에 50만 원 정도만 벌 생각으로 내려왔다. 농업으로 수익을 내려면 강소농으로는 힘들다. 귀농하시는 분들 중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처음에 집을 지으면서 아로니아를 심기 시작했지만 굳이 집부터 지을 필요도 없고 굳이 넓은 땅도 필요 없다. 무작정 내려와 시작하기보다는 일정 기간 직접 겪어보는 것이 좋다.”

김 씨 부부의 최종 목표는 강소농들이 한데 뭉쳐 각 농가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농약이나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호미 하나 달랑 들고 농사를 짓는 약용식물관리사 부부는 지금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자신 있다고 말하는 김 씨 부부의 환한 웃음과 부지런한 호미질 덕분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는 일에 감사할 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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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2018-08-21 19:27:16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