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고장에 문 연 태국식당 문전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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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장에 문 연 태국식당 문전성시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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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12>

홍성읍 대교리 마티카
마티카 씨(앞줄 왼쪽)와 친정어머니 수판 씨, 마티카 씨를 홍성으로 불러들인 김짠디마 씨(뒤).

오후 3시가 넘으면 조용할 줄 알았는데 그 날도 손님들이 우루루 타이씨암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기자도 그들을 뒤따라 들어가니 조삼현(50) 사장이 갑자기 분주한 상황에서 기자를 알아보고 인사하며 부인 마티카(40) 씨에게 특별한 손님이 방문했다고 알렸다. 마티카 씨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병 모양의 잔에 든 시원한 차를 갖다주고 방금 같이 들어온 손님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예닐곱 명 되는 손님들은 마티카 씨와 같은 태국 출신 노동자들로 보였다.

2주 전에도 조용할 줄 알고 오후 3시 경 식당을 방문했다가 헛수고 한 적이 있다. 점심시간이 이미 지난 오후 어중간한 시간인데도 3~4개의 테이블을 채운 손님들로 왁자지껄했다. 겨우 인사만 하고 주방으로 모습을 감췄던 마티카 씨를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태국차를 마시고 바로 나와 버렸다.

지난해 7월 홍성읍내 번화가에서 개업을 한 태국음식점 타이씨암은 이제 태국뿐만 아니라 비슷한 음식문화를 가진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 출신 외국인들에게 명소가 됐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태국음식을 좋아하게 돼 찾는 고객이 늘고 있으며, 영어권 원어민 교사들도 단골로 찾아오는 곳이 됐단다. 지금 주방은 마티카 씨가 책임지고 있다. 

홍성은 원래 마티카 씨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낯선 고장이었다. 2004년 한국에 와서 삼현 씨를 소개받고 결혼한 마티카 씨는 그 후 줄곧 서울에서 맞벌이를 하며 살았다. 삼현 씨는 고향이 전라남도 곡성으로 홍성에는 전혀 연고가 없었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나중에 광주에 가서 2년을 살았어요. 홍성에는 아는 언니가 태국음식점이 없다고 와서 해보라고 권유받고 작년에 오게 됐어요.” 마티카 씨의 말이다. 아는 언니란, 같은 태국 출신 김짠디마 씨로 그녀는 홍성으로 먼저 시집와서 정착한 다문화가족이다. 결국 광주에서 다니던 직장에 사직하고 두 부부가 홍성으로 이사왔다. 홍성에서 두 부부는 그 동안 맞벌이하면서 모은 돈을 다 털어 가게를 얻고 사업을 시작했다. “원래 요리를 잘 하지 못했어요. 고모가 한국에 와서 태국 요리에 대해 많이 가르쳐줬어요.”

지금은 노련한 요리사가 된 마티카 씨가 겸손하게 말한다. 다른 손님들을 먼저 접대하다가 겨우 짬을 내어 기자와 마주앉은 그녀는 한국말도 능숙했다. 삼현 씨는 아예 끼지도 앉고 식사 손님들의 시중을 들기도 하고 식재료를 날라온 거래처 손님을 상대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아까 기자와 같이 들어왔던 태국 손님들은 1시간 이상 느긋하게 앉아 여유롭게 식사와 대화를 즐기고 있었다. 간간이 맥주와 음료수를 주문하거나 추가로 요리를 시키기도 했다. 그 사이 라오스 출신 외국인 손님 두어 명이 들어왔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찾는 고객들로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들 부부를 홍성으로 불러들인 언니 김짠디마 씨가 서빙을 돕고 있었는데 같은 나라 사람끼리 상부상조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는 홍성읍에 태국음식점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또 하나 더 생겼어요.”

새로 개업한 태국식당은 롯데마트 안에 있다고 했다. 물론 업주가 같은 고국 출신으로 마티카 씨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잘 되기를 바랐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말에도 많이 오지만 주중에 날이 궂거나 비가 오는 날도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옥외에서 현장 일을 할 수 없는 날은 음식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야 될 것 같았다. 군내 어디서 버스를 타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주변에 전통시장과 은행들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도 읍내 번화가에 위치한 타이씨암의 장점이었다. 

전남 곡성에는 결혼할 때 혼자 계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아무도 없다. 마티카 씨에게는 홀로 남은 친정어머니만 계시는데 지금 딸과 같이 지내며 식당 일을 돕고 있다. 초교 5학년과 2학년생인 아들과 딸의 곁에 있어주지 못할 때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외할머니 수판(60) 씨가 아이들에게 든든한 보호자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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