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빈집의 재발견, 빈집활용 숙박 공간 인기
상태바
제주 빈집의 재발견, 빈집활용 숙박 공간 인기
  • 취재=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05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촌의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5>
덤 하우스가 제주도 농촌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관광객들의 숙박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빈집의 숙박공간에 카페도 갖춰져 있다.

제주 귀농·귀촌 가구주 절반 이상 활동력 지닌 40대 이하 주목
덤하우스 빈집의 재발견을 기치로 리모델링 숙박공간으로 제공
귀농·귀촌인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조례에 이어 법률까지 등장
귀어·귀농·귀촌이든 이주민들이 발을 딛고 사는 곳은 결국 마을


오늘날 쇠퇴하는 공간인 빈집이 많은 지역과 사람이 떠나려는 도시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의 문제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잘 알다시피 빈집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망가지는 것처럼 건물과 도시는 사람이 이용하지 않으면 흉물로 변하기 마련이다. 흉물로 변한 집(건물)과 도시는 그 자체로 사람들을 밀어낸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불리는 심리적 이유 때문이다. 사람이 없다면 범죄가 일어나도 감시를 할 수도 없고, 따라서 쇠퇴가 가속화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도시재생’이 화두로 제기되는 사회적 고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귀농·귀촌 가구가 많다고 한다. 지난 2013년 204가구 493명에서 2014년엔 3569가구 7439명으로 가구 수만 20배 가깝게 늘어난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전체 귀촌가구의 10.7%를 차지하는 수치다. 통계청은 귀농·귀촌 가구 수가 많은 시·도를 두고 귀농·귀촌인들이 수도권과 인접해 생활 여건이 낫거나 자연경관이 좋은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도를 귀농·귀촌지로 택한 경우 휴양이나 편안한 노후 생활을 염두에 뒀겠지만 문화이주 사례 역시 적지 않다고 한다. 귀농·귀촌 가구 비율에 비해 귀농·귀촌 가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은 제주 섬의 자연과 문화를 창작의 터전으로 삼겠다는 문화예술가들의 이주도 한몫했다. 그래서 제주 귀농·귀촌 가구주의 절반 이상(2100가구)이 활동력을 지닌 40대 이하라는 점은 주목된다.

특히 제주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협동조합 덤하우스의 빈집 활용 운동은 고쳐 쓰기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관리가 안 되고 있는 낡고 허름한 수십 년 된 빈집이 인테리어를 거쳐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집 본연의 특수성을 고이 간직한 채, 집의 기능을 올린다는 발상의 전환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다. 특히 협동조합 덤하우스(대표 이태희)는 빈집의 재발견을 기치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내버려 둔 집을 관광객 숙박시설 등으로 활용한다는 구상 등이 우선은 신선하다. 덤하우스가 빈집을 임차 혹은 매입해서 리모델링을 한 이후에 숙박공간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농어촌의 빈집을 고쳐 지역특수성을 알리는 저렴한 숙박시설 등으로 이용하자는 것이 협동조합 덤하우스의 빈집활용에 대한 대안이며 취지인 것이다.

■ 이주 정착주민 등 지원 조례 만들어
이러한 가운데 도시를 떠나 섬이라는 특성을 가진 제주도에 짐을 풀어놓는 귀농·귀촌인들이 증가하는 만큼 지자체의 걸음도 빨라졌다. 그만큼 빈집에 대한 활용도도 높다. 제주도와 제주시·서귀포시 두 행정시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제주살이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귀농·귀촌을 준비하던 종전과 달리 여러 경로를 통해 미리 정보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서귀포시, 제주농협,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에서 개설하는 귀농·귀촌 교육이 매번 열기를 띠고 있는 점이 그 한 예라고 전한다.

하지만 제주라고 하는 이 땅 역시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주올레길 걷기 여행 등을 통해 느린 삶을 꿈꾸며 팍팍한 도시생활을 청산했던 사람들에게 이제 제주는 어제의 그 얼굴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값은 해마다 치솟고 생계를 이어갈 방법은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 몇몇 업종에 한정돼 있으며, 때로는 원주민들과 갈등이 빚기도 한다. 빈집에 둥지를 튼 예술가, 풍광 좋은 곳에 차려지는 플리마켓이나 아트마켓 등 제주 이주의 양상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그것이 오래도록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제주도의 빈집활용 문제가 귀농·귀촌 등 이주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상이다.

이와 함께 귀농·귀촌인 등 이주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조례에 이어 법률까지 등장했다. 귀어든 귀농이든 귀촌이든 이주민들이 발 딛고 사는 곳은 결국 마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제주도민, 서귀포시민 이전에 어느 마을 사람으로 지내야 하는 것이다. 집을 구하고, 잠을 자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등 일상의 여러 일들이 마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4월에는 ‘제주도 정착주민 등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제주도로 이주한 정착주민의 안정적 적응을 통해 도민과 정착주민 간 상생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조례상 정착주민은 외국 혹은 타 시·도에서 장기간 거주하다가 제주도로 이주해 제주도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하면서 지역주민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제주의 문화와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단서도 붙었다.

이 같은 정의대로라면 귀농·귀촌인, 외국인, 결혼이주여성 등이 정착주민에 포함된다. 정착주민은 언뜻 포괄적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가령 제주시나 서귀포시 동지역에서 읍·면으로 전출할 경우 귀농·귀촌인에 해당되지만 제주도내에서 이동한 탓에 조례에 언급된 정착주민으로는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제주도 정착주민 조례가 생겨나기 이전에 이미 유사한 자치법규도 있었다. 제주도 거주 외국인 등 지원 조례(2007년 제정), 제주도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2008년 제정), 제주도 귀농·귀촌인 지원 조례(2013년 전부 개정)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 6월 21일부터는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법률에 근거해 귀농어·귀촌 지원계획 수립, 실태 조사, 귀농어·귀촌종합지원센터 지정 등이 잇따랐다.

제주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조례와 맞물려 귀농·귀촌인과 정착주민 업무가 이원화된 점도 문제다. 제주도의 귀농·귀촌 지원 업무는 친환경농정과, 정착주민은 지역균형발전과에서 맡고 있다. 도시민어촌유치지원사업에 선정된 서귀포시의 경우는 해양수산 관련 부서에서 귀어·귀촌 업무를 담당한다. 귀농·귀촌인이 정착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따로따로 부서가 운영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덤 하우스의 내부 모습.

■ 덤하우스, 빈집을 활용하는 재생운동
이러한 가운데 제주에서는 빈집을 활용해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협동조합 덤하우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의 빈집을 활용, 재생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농촌의 빈집에 대한 재생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덤하우스의 등록된 빈집들은 현재 인근 주민들이 관리해주고 있다. 덤하우스 홈페이지를 통해 손님이 예약하면 관리를 맡은 주민이 전날 청소와 함께 기타 시설 점검을 해준 뒤, 수익의 일부를 덤하우스와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저렴한 숙박비용은 여행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역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빈집을 재생한 까닭에 저렴한 숙박비용은 여행객들의 잠재수요를 유효수요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덤하우스 이태희 대표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아나바다 운동’을 넘어선 ‘온국민고쳐쓰기운동’을 전개하는 인물이다. 덤하우스의 빈집 활용 운동은 고쳐 쓰기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관리가 안 된 낡고 허름한 빈집이 인테리어라는 과정을 거쳐 사람들이 다시 살 수 있는 집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태희 대표는 “10여 채 빈집과 계약완료 후에 수리를 끝냈는데 하루 30실정도 팀이 예약이 가능하다. 사람 수 관계없이 하루 숙박비용은 5만 원이며, 덤하우스 숙박 고객에 한해 덤하우스와 제휴를 맺은 커피숍에서 마음껏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덤하우스는 제주도 등 전국 100만 가구가 넘는 빈집을 이용한 우리나라 최고의 숙박시설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덤하우스에서 숙박을 하고 있는 관광객 김경숙·이미희(35·서울 거주)씨는 “친구와 여행을 왔는데 덤하우스를 예약한 것을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우선은 가격 측면에서도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우리들끼리 한집에서 이용하다 보니까 편리하면서도 조용히 지낼 수 있다”며 “집에서 머무는 느낌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렇듯 ‘빈집 활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다. 제주도가 전국적인 귀농·귀촌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전국 농어촌지역의 빈집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