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시골 정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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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시골 정착기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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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25>

홍성읍 옥암리 원종배
해가 뜨거운 한낮에 홍성의 한 카페에서 만난 원종배 씨.

아침 6시면 일어나 밥을 챙겨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출근을 하고 저녁이 되면 때로는 야근을 하고, 간혹 술 한 잔 마시며 직장생활의 고단함을 풀기도 하지만 다시 집에 오면 할 일이 태산이다. 그 어떤 한 순간도 벗어날 수가 없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 쯤 되면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이 직장에 얼마나 더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오래 다닌다 한들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직 아이도 어린데 이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얼마나 돈을 벌어야 하는가 등등의 고민들이 잠자리처럼 맴돈다. 그 고민의 끝에 원종배 씨는 시골에 정착하기로 했다. 마침 누님이 홍성에 살고 있었다.

이제 홍성에 온 지 3년이 된다. 2년 전부터 톱밥 봉지 재배로 표고버섯 농사를 짓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모든 것이 다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다. 땅을 사고 시설비 등을 투자해 버섯 농장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시설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 냉난방시설이 시급하다. 이번 여름에는 아예 버섯 재배에 손을 놓았다. 에어컨이 없으니 이 상황에서 버섯을 재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수익에 비해 시설이나 자재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농자재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 도저히 판단이 되지 않는다.

어려운 부분은 또 있다. 홍성은 버섯 재배에 적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지원책도 별로 없고 버섯 농사와 관련해서 딱히 상의할 만한 사람도 없다. 부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버섯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협에서 일괄적으로 수매를 하고 지원책도 다양하다. 귀농을 하면서 그 지역의 특산품으로 해야 편하게 갈 수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스스로 닥치고 나니 그제야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 년 농사가 망가지니 이래저래 생각만 많아진다.

처음 귀농했을 때만 해도 농사를 지어 가공해 식품 쪽으로 나가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다 꿈이었다. 2년 동안 투자한 것도 있으니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겠지 하며 다짐해보기도 한다. 또 다른 복병도 있다. 바로 도시와 시골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다. 시골에 살면서 제때 꼬박꼬박 밥을 먹다보니 체중이 늘었다. 살을 뺀다고 밥을 굶으면 어지러워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나름 살을 뺀다고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하러 하천 주변을 걸었다. 그런데 한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래위로 훑는다. 옷에 뭐가 묻었나, 지퍼가 내려갔나, 아는 사람인가 등 별별 생각을 하며 안경을 콧등으로 치켜 올리며 빤히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물론 지금은 그러려니 하며 같이 빤히 쳐다본다.

아이 문제도 고민이다. 아이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시골에서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나도 처음 알았었다. 눈에 비친 그 모습이 세상을, 그리고 사회를 조금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지금 아이한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이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날래야 날 개천도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주차문제다. 시골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언제 어느 때 어느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순간을 감수해야한다.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는 차들이 많다. 또 주차가 아무 곳이나 돼있고, 했다하더라도 주차선을 맞춰 제대로 돼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아직 적응을 못해서인 것인지 아니면 시골의 주차 문화를 그냥 받아들이고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경우의 수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 혹은 당위성을 찾고 있다. 허긴 세상 살아가는데 어디 모범답안이 있기나 한가 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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