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2년… 한옥 전통기와 짝퉁 함석기와로 바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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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진 2년… 한옥 전통기와 짝퉁 함석기와로 바뀌고
  •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0.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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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6>
지난 경주 지진으로 일부가 파손돼 복원한 대릉원 전경.

경주지진 23명다치고 재산피해 5368건에 110억 원에 이르러
행정안전부·기상청 이원화된 긴급재난문자 기상청으로 일원화
한옥마을 상당수 지붕 전통 한옥골기와 대신 함석기와로 수리
관광객 발길 뚝, 자타가 공인하는 수학여행1번지 명성 사라져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8.2㎞ 지역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해 경주시민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얼마 뒤 들이닥친 본진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경주시민들이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불과 48분 뒤인 오후 8시 32분 전진 진앙과 500m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이 지축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 지진을 관측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다.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으로 경주에서는 집들의 담이 무너지고 건물의 벽이 갈라지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포항, 대구, 울산, 부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2일에는 여진 105회, 13일에는 134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여진은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본진이 발생한지 일주일 뒤인 19일에는 경주시 남남서쪽 2.3km 지점에서 또다시 발생한 규모 4.5 여진이 경주지진에서 최대 규모의 여진으로 기록됐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한동안 지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듯 경주에서의 강진으로 23명이 다치고 재산피해가 5368건에 110억 원에 이르자 정부는 같은 달 22일 지진피해로는 처음으로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엄청난 피해와 충격을 안겨준 비상상황이었지만 지진상황 전파와 대피 등 초기대응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다급해진 정부는 그동안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으로 이원화했던 ‘긴급재난문자(CBS)’ 발송 체계를 기상청으로 일원화했고, 옥외 대피소나 실내구호소를 지정해 주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도 붙였다.

지진이 일어난 지 2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표면적으로는 경주에 언제 지진이 발생했었나 싶을 정도로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 주민들은 어지럼증이나 두려움에 시달리는 증세에서도 이제 벗어났다고 입을 모으지만 지진이란 단어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 전통 한옥기와 대신 함석기와로 수리
경주에서는 지진으로 피해를 본 건물들은 대부분 복구가 끝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진 피해를 입은 문화재 58건 가운데 첨성대와 불국사 다보탑 등 대부분은 수리가 마무리돼 제 모습을 찾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경주는 여전히 지진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겉보기와는 달리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라 천년고도의 옛 모습과 정취를 잃은 곳이 예상보다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첨성대와 대릉원 등 신라 유적과 오래된 기와집이 한데 어울려 있는 경주시 황남동과 황오동 일대의 한옥마을은 지진으로 예전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주시 황남동·황오동 일대의 역사문화미관지구 한옥마을의 상당수 지붕은 전통의 한옥 골기와 대신 함석기와 지붕으로 수리를 하는 등 고즈넉한 옛 한옥의 멋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지진피해를 당한 주택과 상가 등의 지붕 보수에 흙으로 구워 만든 재래식 한옥 골기와 대신 철판에 아연을 도금한 함석기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함석기와는 전통의 한옥 골기와에 비해 매끈하고 색깔도 선명해 천년역사를 간직한 마을 고유의 모습과는 한참 동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다. 전통의 한옥 골기와로 지붕을 복구하려면 부서진 기와를 모두 걷어내고 구조 진단과 보강 공사를 한 뒤 새 기와를 올려야 하지만 무게가 적게 나가는 함석기와를 사용하면 보수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설명이다. 가격도 건축 면적 80~90㎡의 한옥 지붕에 전통의 재래식 골기와를 새로 얹으려면 20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함석기와 지붕은 500여만 원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짝퉁 기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주시 황남동에 사는 한 주민은 “재래식 전통 골기와로 지붕을 복구하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고작 100만원 밖에 안 되는 지원금으로는 골기와로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함석기와로 복구하는 현재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황남동 같은 역사문화미관지구(15.9㎢)에서 한옥을 신축하거나 고칠 때는 전통 양식을 따라야 하고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기 때문에 황남동 등 역사문화미관지구의 주민들 대부분은 기와지붕 복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지금까지 경주시는 역사문화미관지구에 대한 한옥 피해에 대한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나머지 다른 역사문화미관지구에 있는 한옥 피해자들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시계획조례에 따른 과태료 등의 처분을 현재로서는 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 관계자는 “피해 주민이 골기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 외에 경주시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면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본 주민이 함석기와를 사용했다고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지진의 진앙지인 경주시 일대의 집들에는 집집마다 균열이 생긴 담벼락과 벽면·옥상 등 지진의 흔적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 집의 담벼락은 10여m가 무너졌지만, 벽돌로 보수하지 않고 철제 울타리로 대신했다. 경주시는 피해가구별로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 작은 피해로 결론 난 가구에 대해서는 100만 원을 지급했다. 많은 주민들은 “지진으로 곳곳에 금이 난 집에 살고 있어도 2년 동안 수리비 한 푼 지원받지 못했다”며 장탄식을 토해낸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 관계자는 “2년 전 지진피해 당시에는 명확한 지진피해 보상규정이 없는데다, 조사 담당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담당공무원들의 시각에 따라 보상에 차이가 있었을 수 있다”며 “읍·면·동에서 1차 피해조사를 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한 차례 거른 뒤 경주시 건축과에서 재조사를 벌여 지원 대상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전통한옥 기와집과 지진피해로 함석기와를 올린 집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여행객들 발길 늘어나지 않아
한편 다행스럽게도 경주의 관광객은 예년 수준을 되찾았다는 설명이다. 관광객은 2015년 1136만9000여명이었다가 지진이 발생한 2016년(1095만1000여명)에는 40만여 명이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1261만8000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경주는 연간 100만 명에 이르는 초·중·고 수학여행단이 몰려와 숙박할 때만 해도 불황을 모르던 곳이었다. 하지만 강진이 일어난 이후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학여행 1번지’의 명성은 사라졌다고 하소연 한다. 불국사 숙박단지는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숙박 업주는 “예전에는 최대 20명이 넘는 직원들을 뒀는데, 지금은 서너 명 정도만 일하고 있다”면서 “업소 운영에 꼭 필요한 영양사 등을 빼고는 모두 내보낸 상황이고 청소도 직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주 불국사숙박협회 윤선길 회장은 “일본이나 대만 등에서는 그렇게 지진이 자주 일어나도 여행객들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고 여행을 잘만 다닌다고 하는데 경주에서는 지진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나 이미 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여행단 등 여행객들의 발길이 늘어나지 않아 속이 터질 지경으로 답답한 심정”이라며 “정부는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 전국으로 뛰어다니며 수학여행단 등 여행객을 모집하고 있지만 좀처럼 경주를 찾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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