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지진 2년, 현장에서는 아직도 복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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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구마모토지진 2년, 현장에서는 아직도 복구 중
  •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0.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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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7>
지난 2016년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무너진 구마모토성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복구가 진행중이다.

무너진 구마모토 성 돌 일일이 번호를 매겨 복원할 위치에 쌓일 예정
일본인들 ‘지진으로 성이 무너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는 교훈
구마모토성 복원작업 대중에게 공개 꾸준히 지진에 대한 경각심 유지
성 주변 ‘구마모토 대지진 잊지 말자’ 캠페인 포스터 쉽게 볼 수 있어


지난 2016년은 일본 구마모토에 비극의 해였다. 규모 6.5의 전진과 7.0의 본진이 구마모토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지진은 여진이 더 무서운 법이다. 2016년 4월 14일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지 2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지진피해가 심했던 구마모토성의 현장을 취재하던 중인 지난 9월 30일 오후 5시 54분께 일본 홋카이도에 규모 5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고 일본 기상청이 밝혀 묘한 현상이 중첩되고 있었다. 지진의 진원은 지난 6일 규모 6.7의 강진(최대 진동 진도 7)이 발생했던 홋카이도 이부리지방의 중동부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지진으로 홋카이도의 중심 도시인 삿포로(札晃) 일부 지역을 비롯해 아쓰마초(厚眞町), 무카와초, 아비라초(安平町)에서 진도 4의 흔들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일본 기상청은 진도 4정도는 전등을 포함해 천장에 걸린 물건이 크게 흔들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놀라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복원 작업 ‘향후 붕괴까지 예방하자’
이렇듯 지진은 언제 어떤 식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공포 속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는 법이다. 구마모토지진 당시 사상자는 1100명을 넘겼다. 이 지진으로 구마모토 성터의 돌담은 용암처럼 흘러내렸던 것이다. 이러한 비극의 현장은 이제 무너져 내린 성 돌들을 해체하면서 주변은 온통 암석의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구마모토는 비극의 세월이 흘러 복원이라는 희망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구마모토 시내가 한눈으로 펼쳐지는 시청 전망대와 구마모토 성안에서 보이는 광경은 크레인이 호위하는 가운데 구조물의 보호대를 찬 대천수각이 보이지만, 무성한 나뭇가지에 가려진다. 무너진 구마모토 성터의 성벽 돌은 일일이 번호를 매겨 기록된 위치에 다시 쌓일 예정이다. “복원 작업에 향후 붕괴까지 예방하자는 의지가 녹아 있다”는 것이 해설사의 설명이다. 구마모토 지진의 상흔은 아직도 그렇게 서서히 치유되고 있었다.

지난 2016년 4월 14일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구마모토 현과 오이타 현에서 지진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수만 명의 주민이 주택 붕괴 등을 이유로 대피하고 약 1만 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4월 28일 내각 회의에서 구마모토 지진을 ‘특정 비상재해’로 선포했다. 당시 구마모토 지진으로 259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지진 재해 또는 지진 후의 폭우로 희생된 사람은 총 55명, 관련 사망자는 197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희생자 중 지진 충격과 여진에 대한 공포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람은 40%를 차지했다는 설명이다. 피난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아 심신의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람이 30%, 현지 의료기관이 지진 피해를 받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치료가 늦어져 사망한 사람은 10%였다. 이밖에도 지진 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통해 결국 자살을 선택한 사람도 16명에 달했다고 한다.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지진을 통해 1995년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대지진(일명 고베 대지진) 이후 일본의 철저한 방재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베 대지진과 구마모토 지진은 피해 지역에서 측정된 진동의 세기가 같았지만, 인명 피해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였을 정도로 일본이 방재 강국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1995년 1월 17일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 사이의 아와지시마(淡路島) 북부에서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7.3, 최대 진도 7, 진원의 깊이 16㎞를 기록했다. 구마모토 지진은 리히터 규모 6.5, 최대 진도 7, 진원의 깊이 11㎞로 추정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지진에너지의 절대적 세기인 리히터 규모는 차이가 있지만 피해 지역에서 체감한 흔들림의 세기인 진도는 같았고 진원 깊이도 비슷하다. 따라서 일본 구마모토 지진 이후 일본의 지진 대비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일본 구마모토 지진이 1995년 이후 21년간 내진·면진 설계 확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고베 대지진 직후 국가·공공기관·지방공공단체·사업자 등이 재난 대응을 위해 할 일을 명시하고 실천하도록 방재 계획을 전면 개정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규모 재난 발생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 역량을 총동원하는 일본 사회의 특성이 구마모토 지진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지진으로 무너진 구마모토성을 복원하기 위해 성돌에 일일이 번호를 매겨 복원작업에 향후 붕괴까지 예방하자는 의지로 복원작업을 할 예정이다.

■ 지진 단층 등 국가천연기념물 지정 보호
구마모토 대지진은 2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현재까지도 꾸준히 세간의 관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7일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역 일간지인 구마모토일일신문(熊本日日新聞)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문부과학상이 구마모토현 마시키정에 나타난 후타가와 단층대의 활성단층 세 곳을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이미 현 차원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었다. 일본이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활성단층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구마모토지진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일본은 26건의 활성단층을 천연기념물로 보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995년 1월 6000여명이 사망한 고베 대지진의 진원지인 노지마 단층의 일부가 1998년에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노지마 단층의 경우 일본 정부에서 단층 주변에 전시관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어긋나 있는 당시 단층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지하로 내려가 단층의 밑 부분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노지마 단층의 보존 등에 대해서도 구마모토성에서 지진에 대해 해설하고 있는 시모다 코우 이치로(下田 皓一郞·83)해설사에 따르면 “지진으로 성이 무너진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진 피해를 잊지 말자는 교훈이 되고 있다”며 “일본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자연현상으로 지진 현상과 단층 활동을 이해하는 모습의 장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저장해 보존하고 있다”고 말하고 “대지진 이후 복원 중인 문화유산 구마모토성도 복원작업을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꾸준히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지진으로 무너진 구마모토성 등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복구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하에 얼마나 원형복원에 가까운 복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무너진 성벽의 성 돌을  하나 해체해 모두 번호를 매겨놓은 것도 복원을 할 때 원형으로 복원하기 위한 일본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말 기자는 구마모토성을 방문했지만 지진의 여파로 성 안에는 들어갈 수 있었지만 성안의 무너진 건물을 복원 중이라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성 바깥의 무너진 망루 등은 일부러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관리소 측에서 자리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 성 인근에는 ‘구마모토 대지진을 잊지 말자’는 캠페인 포스터 등을 쉽게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성안의 잔디밭에는 붕괴된 성벽의 성 돌들을 나란히 놓고 성돌 하나하나에 일일이 번호를 써 놓았다. 복구할 때 그 번호대로 성 돌을 쌓아 원형에 최대한 가까운 성을 복원하는 일이 일본의 문화재 복구 자세이며, 문화재 복구정신임을 읽을 수 있는 광경이었다.

한편 국내의 지진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진 대책은 복구에만 급급했지 기억과 보존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일본처럼 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집을 그대로 보존해서 미래 세대에게 지진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의 장으로 쓸 수 있다.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정부에 지진으로 무너져 복원이 힘든 집 한 채라도 보존하려는 자세보다는 빨리 고치고 보자”는 식이다. 일본의 지진 피해로 인한 문화재 복구정신과 한국의 지진 피해로 인한 문화재 복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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