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삶
상태바
즐겁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삶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18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30>

홍동면 구정리 오다인
홍동면의 한 농로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 가볍게 걸어 다닌다는 오다인 씨. 생각만으로도 마음 가벼워지는 풍경이다.

도시의 젊은이들이 다른 삶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직장에서 주는 월급을 받아 그 규모대로 사는 획일적인 삶, 사람들이 정해놓은 가치 기준에 부합되는 삶을 벗어나 인생을 즐겁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서는 젊은이들이 그들이다. 어른들 혹은 기성세대는 그런 그들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나이 들어 어쩌려고 그러느냐, 도대체 무슨 돈으로 뭘 먹고 살려고 그러느냐 등 걱정 가득한 다그침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알아서 먹고 산다. 적어도 굶지는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하더라도 그 과정만큼은 청년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과정이다. 그 과정을 밟아야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어른이 되어서도 찾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제발 다그치지 말고 다독여주고 안아주고 기다려 줄 일이다.

지난해 홍동면을 찾은 오다인 씨는 현재 청년농부인큐베이팅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청년농부인큐베이팅은 귀농하려는 청년들에게 농장과 청년을 멘토·멘티로 매칭시켜 1년 동안 농사일을 배우며 지역사회와 연계시키는 사업이다. 오 씨는 금평리 풀풀농장에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상상하고 느끼며 산다.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하고 행복한 일이다.
“농사를 업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급자족하는 삶이 먼저다. 여기 와서 주변에 좋은 분들을 너무 많이 만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미술을 전공한 오 씨는 졸업 후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미술도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했지만 대학미술교육 방식에 회의를 느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그림, 나를 위하고 표현하는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싫어졌다. 졸업 후 직장도 다녀봤지만 성격상 맞지 않았다. 도시에서는 돈이 없으면 낙오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회가 정한 노동기준을 지키고, 주어진 월급 안에서 틀에 박힌 사고를 하며 살아가는 일이 점점 두려운 일이 되어갔다. 이 도시를 벗어나는 길만이 자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됐다. 그 뒤로 오 씨의 여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에서 만난 길 중 하나가 시골에서의 삶이었다. 
“얼마만큼 벌어야 과연 행복한 걸까? 나는 자신이 즐겁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인데 사회에서 정한 기준에 맞춰 사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돈이 아닌 관계에서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

오 씨는 넥스트젠코리아에듀케이션 활동을 시작했다. 넥스트젠코리아에듀케이션은 청년마을네트워크활동을 하는 국제단체다. 세계 생태마을을 둘러보기도 하고. 우리나라 전국 생태마을을 방문하며 청년캠프도 디자인한다. 자급자족하는 삶을 실천해보는 청년들의 모임인 것이다. 
홍동에서 오 씨는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격하게 공감했다. 도시에서 동생과 둘이 살던 오 씨는 집에서 밥을 해서 먹는 일이 없었다. 대부분 배달을 시켜 먹거나 인스턴트 음식이 전부였다. 늘 속이 더부룩했고 배가 아팠다. 더구나 도시에서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공장에서 행복하지 않게 자란 음식을 먹은 나도 결국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텃밭에서 건강하게 키운 작물을 내 손으로 수확해 직접 해 먹는 음식이 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자본주의 사회가 규정하는 삶의 규정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청년들이 있어 우리 사회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