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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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 취재=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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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10>
서울 성수동은 재생을 통한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동네다. 옛 빈 창고를 재생한 카페와 음식점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충남의 방치된 빈집, 전국에서 서울 다음 7번째로 9만2110호
전국의 빈집 126만4707채, 1995년 37만호에서 3.4배가 늘어
빈집,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공간으로 부활해
지역재생자원으로써 기능할 수 있도록 빈집 구분 기준 마련돼야


농촌의 빈집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충남의 경우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폐가 제외)의 수가 전국에서 서울 다음인 7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의 빈집이 126만4707채로 늘어나 전국의 주택 1712만2573호의 7.4%에 해당한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9만4981호, 경북이 12만6480호, 경남이 12만548호, 전남이 10만9799호, 부산이 9만4737호, 서울이 9만3343호, 충남이 9만2110호, 전북이 7만7631호 순인 것으로 통계청이 밝혔다. 지난 1995년 37만호에서 23년 만에 3.4배가 늘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빈집이 전국의 27.3%인 34만5813호에 달했다. 빈집 중에서 아파트가 66만9620호로 전체의 52.9%나 됐다. 서울 4만7076호, 경기 10만8752호, 인천 2만4561호로 나타나 수도권의 아파트 18만389호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의 발생 원인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집주인의 사망이나 신규주민의 유입감소가 34.7%, 정비사업 지연이나 취소가 22.1%, 기반시설 노후화 등 도시쇠퇴로 인한 이주가 18.9%인 것으로 주민의식조사결과 답했다고 국토연구원이 밝혔다. 빈집의 방치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가 65.3%, 5년 이상이 44.2%인 것으로 조사됐다.

■ 빈집, 지역공동체 다양한 공간으로 부활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을 이제는 주민들이 직접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빈집은 미분양 주택을 제외하고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말한다. 빈집의 정비·재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지자체들은 대부분의 빈집이 사유재산으로 정비·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주택문제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득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주택가격,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쉽지 않은 전세구하기, 과열된 분양열기 등을 연상한다. 지난 30~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언론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했던 이슈들이라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향후 우리사회를 무척이나 힘들게 할 새로운 주택문제가 수면아래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빈집문제다. 인구증가와 고성장시대에는 주택부족이 가장 심각한 주택문제로 대두된다. 그러나 저성장 인구감소시대에는 정반대로 주택과잉이 주택문제의 가장 주요한 화두가 된다. 선진국 특히 일본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빈집 대국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주택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획일적인 정책수단으로 빈집 상태를 일거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역실정에 맞는 적절한 정책수단의 조합 등이 필요하며, 이런 차원에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의 본질적인 성격은 도시의 사회운동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다음 세대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사회운동. 도시재생은 인식 전환에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빈집 정비정책은 지역사회의 안전이나 경관을 심각하게 해치는 빈집들의 철거 절차와 빈집을 잘 활용할 때 정비와 지원프로그램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지역사회의 노력들이 결합해 빈집들은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다양한 공간으로 부활하고 있다. 빈집은 더 이상 흉물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활로를 보여줄 무한한 가능성이다. 빈집의 활용사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다.

제주에서는 빈집을 활용해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협동조합 덤하우스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는 빈집을 활용, 재생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일종의 농촌의 빈집에 대한 재생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도시를 떠나 섬이라는 특성을 가진 제주도에 짐을 풀어놓는 귀농·귀촌인들이 증가하는 만큼 지자체의 걸음도 빨라졌다고 한다. 그만큼 빈집에 대한 활용도도 높다는 점에도 주목할 일이다.

서울시 성수동은 빈집 재생을 통한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동네다. 성수동은 남성·여성·아동용 완제품 수제화 매장뿐만 아니라 중간 가공, 원부자재 유통 매장까지 모인 수제화 산업의 메카다. 인쇄업 관련 공장도 즐비하다. 그러나 공장들이 서울 밖으로 이전하면서 빈 창고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낡은 창고와 공장, 빈집인 주택이 핫한 공간으로 떠올랐다. 문화예술 공간과 카페, 식당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부터 빈집의 열기가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성수동 대림창고는 도심 속 공간재생과 관련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북 군산시의 경우 ‘농어촌 빈집 활용 반값 임대지원 사업’을 통해 빈집들을 리모델링한 후 주변시세 반값의 임대 주택으로 제공하는 등 농어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전북 완주군의 도시재생 사례로는 삼례문화예술촌이 대표적이다. 삼례 양곡창고는 2010년까지 창고로 사용됐으나, 전라선 복선화로 철로와 역사가 옮겨가면서 기능을 잃었다.  이후 양곡창고 천장이나 외벽 등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를 각각 김상림 목공소, 디자인뮤지엄, 문화카페,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책·공방아트센터, 책박물관, 운영사무동으로 활용한다. 전남 순천시는 빈집과 빈 점포 등을 활용해 창작예술촌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 기존 빈집 정비 방식,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성공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를 언급한다.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차별적인 사업 발굴, 지역 자립형 도시재생을 위한 주민 참여, 지역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 등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북지역에서도 도시재생 성공 기반을 만들어가는 곳이 있다. 중앙정부의 주도적 성격을 띤 군산 근대역사문화지구, 지방정부의 주도적 특성을 보이는 전북 완주군의 삼례문화예술촌이 그렇다. 군산시와 완주군의 도시재생은 도시사회운동으로까지 발전·진화해야 만 도시재생의 성공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관광거점시설을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지역 내부 경제순환구조 즉, 사회적 경제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빈집 정비 방식 중에서 철거는 크게 소유자의 자진 철거와 소유자 동의를 거쳐 철거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소유자 동의를 거쳐 주택정비기금과 같은 공적 재원을 투입해 철거할 경우 일정기간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기존의 철거형 정비 방식은 급증하는 빈집 전부를 한정된 공공 재원으로 정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철거 후 공공활용 방식 또한 주민생활체육시설 등으로 한정되는 문제와 빈집 밀집지역의 경우 반경 30~40m 내에 동일한 기능의 주민생활체육시설이 중복 설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심각한 위험이나 위생상의 문제로 건물 철거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건물 소유주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빈집 정비의 어려운 점으로 지적된다. 정비 대상인 빈집과 활용 대상인 빈집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정비 대상인 빈집의 경우도 그 특성에 따라 필요한 정비방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의 제시돼 있지 않다는 점도 기존 빈집 정비방식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08년을 기점으로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보다는 기존 주택에 대한 관리·정비를 통한 주택 공급 방안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빈집 재생을 통한 활용 방안은 초기에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주택이나 건물 중심으로만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싸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이나 활동거점을 필요로 하는 요구가 증가하면서 활용대상이 되는 빈집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빈 주택이나 빈 건물을 생활환경 개선이나 지역 활성화를 위한 체험숙박시설·교류시설·학습시설·창작활동시설·문화시설 등의 지역재생자원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활용 가능한 빈집과 철거할 빈집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빈집의 활용은 리모델링을 통해 귀농·귀촌인에게 장기 임대하거나 가족농장, 교육관 등으로 활용하는 등 농촌지역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끝>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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