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미세먼지시대 대응 방안과 마을 숲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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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미세먼지시대 대응 방안과 마을 숲의 가치
  • 취재=한기원 기자 사진·자료=한지윤 기자·신우택 인
  • 승인 2019.04.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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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시대 공동체의 삶과 생명의 공간이다<1>
충남도청내포신도시 인근의 삽교읍 목리마을에 조성된 마을 숲.

마을 숲은 예나 지금이나 나무와 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과 곤충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인간이 만든 가장 생태적인 자연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마을 숲은 마을의 문화적 상징으로 마을 신앙과 풍수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 마을공동체의 쉼터 역할을 했고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울타리가 되기도 하고 휴양, 놀이, 풍치, 이정표, 목재생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현대사회에서도 마을 숲은 역사와 문화를 후대에 전승하는 교육공간, 힐링, 체험 등의 관광자원, 기후변화, 미세먼지시대 생태환경적인 유산이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을 숲 가꾸기는 생명사업이다. 산과 숲은 공동체 삶의 공간이며 원천이다. <편집자 주>

마을 숲, 마을 공동의 쉼터였고 굿을 하거나 마을 제사 올리는 장소
도시나 농촌의 환경 등에 접목해 기후환경 변화, 미세먼지 등에 대응
마을사람들의 심신·안식 제공, 커뮤니케이션 나누는 근린공원의 원형
전통마을 숲, 복원가치 있는 곳 선정 지방자치단체와 복원 추진해야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거나 마을의 풍수지리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마을 공동으로 숲을 조성하거나 보호해왔다. 마을 주변의 ‘산과 물 그리고 바람의 어울림’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 것이다. 주변 지형을 호랑이, 소, 용, 봉황, 지네 등의 형상으로 보고 마을 숲이 지형의 기운을 북돋우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마을 숲은 우리 전통마을의 경관을 대표하는 요소인 동시에 토착신앙과 풍수, 유교 등 전통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공동 자산이었다.

또한 마을 숲은 마을 공동의 쉼터였고, 굿을 하거나 마을 제사를 올리는 장소였으며, 지신밟기와 씨름 같은 전통놀이의 장소이기도 했다. 우리 고유의 생활과 문화와 역사가 온전히 녹아 있는 생태자원인 셈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한국전쟁,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수 마을 숲이 훼손됐으며, 가치 있는 수목들이 고사하고 후계목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산림청은 마을 숲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2003년부터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우리는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에 따른 마을 숲의 조성 필요성 등이 제기되고 있고,  ‘마을 숲’의 사회적·문화적 기능을 도시나 농촌의 환경 등에 접목해 기후환경 변화, 미세먼지 등에 대응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 숲은 나무들의 공간, 생명의 공간

숲은 나무들의 공간, 생명의 공간이다. 나무는 함께 사는 법을 안다. 평생 한 곳에서 옆의 나무와 치열하게 햇볕 경쟁을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을 조금씩 내어주는 상생의 길도 잊지 않는다. 인간은 나무와 숲에서 배워야 하며, 여기서 자연생태와 인문생태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어느 농촌마을이든 마을 어귀에 당산나무 한 그루쯤 서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마을의 수호신 같아 왠지 듬직한 나무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휴식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우리 농촌의 일상풍경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 숲은 마을을 지켜주는 성(城)으로서 기능 뿐 아니라 마을사람들에게 심신의 안식을 제공하는 공동쉼터이자 정보교환 등 이야기(커뮤니케이션)를 나누었던 곳으로 근린공원의 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을 숲은 사람들의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서려 있는 곳으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또한 ‘마을 숲’은  마을전체 경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을 뒷동산의 자연지형을 자연스럽게 이용해 계획적으로 식재한 매우 독특한 ‘경관 숲’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실용적이면서도 다목적 기능을 한 보기 드문 ‘숲 정원’인 것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어나가야 할 참으로 소중한 지역문화유산이며 향토문화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숲의 가치를 이해하고 숲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을 뿐 아니라 숲 속에서 자랑스러운 향토문화를 키워왔다. 최근 미세먼지 등이 사회적·국가적으로 이슈가 되는 시기에 단순히 숲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숲을 지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역사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그들의 삶 속에 깊이 관여해 왔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의 안녕과 마을화합을 기원하는 당산제 등이 바로 이 마을 숲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역사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인 충남지역의 대표적 인 마을 숲을 통해 이뤄지는 공동체 삶의 면면을 살펴보고,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즈음 마을 숲의 가치와 의미를 돌아봐야 할 때이다.

■ 마을 숲, 철저한 고증·보존대책 등 필요
마을 숲은 마을사람들의 생활속에서 마을주민들과 정서적인 교감이 이루어진 것으로 마을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되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보호 또는 유지되어 온 크고 작은 숲을 말한다.

마을 숲 자체가 정서적인 안정이라는 심리적 효과뿐만 아니라 생물의 다양 성 유지와 방풍 및 홍수방지 등의 공익적 효과를 주는 등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전통마을 숲은 대략 300~500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마을 숲은 마을의 입구나 마을의 좌우산줄기, 마을 하천가, 마을 뒷동산, 또는 해안가 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부분 띠모양이나 원형을 보이고 있다. 마을 숲은 작게는 몇 그루에서 많게는 수백그루의 아름드리나무들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느티나무와 팽나무, 소나무 등으로 식재돼 있다. 마을의 역사, 문화, 신앙을 바탕으로 수백 년, 수 천년동안 보존된 우리의 산림문화유산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조상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마을의 중심에다가 나무를 심어 보호했다. 당산나무와 둥구나무가 지금도 시골마을에 가면 흔히 볼 수 있어 이런 것들 을 아주오래전부터 조상들이 믿고 의지한 것이다. 마을 숲은 질병이나 홍수 및 가뭄 같은 재앙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고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 것이다.

최근 마을 숲에 대해 행정기관과 여러 산림과 숲 관련 단체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관과 단체에서는 전국에 산재해있는 전통마을 숲 중 복원가치가 있는 곳을 선정,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마을의 숲 복원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전통마을 숲의 가치와 기능에 대한 사례연구와 마을 숲 DB구축으로 자료를 공유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보전가치가 있는 전통마을 숲 문화행사가 계승되고 있거나, 지역사회 발전과정에서 사라진 전통마을 숲 관련 문화행사를 복원하는 마을, 마을 숲 문화행사 프로그램 등을 새롭게 개발해 지역공동체가 활성화 되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발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전통마을 숲 복원관련 학술행사나 숲 기행을 농 산촌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 숲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홍보하며 도시와 농어촌의 교류를 활성화하도록 한다고 한다. 민속신앙이 살아있는 마을 숲에 조탑이 쌓여있고, 솟대와 장승이 세워져있는 숲, 마을의 아담한 정자가 있는 주민화합의 장소, 민족 신앙과 조화를 통하여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나가는 마을 숲이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훼손되고 숲의 기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있어 이제라도 마을 숲에 대한 철저한 고증조사와 보존대책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충남지역의 대표적인 숲과 마을이 서로 엉기어 그려내는 풍경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의 근저에 깔린 생태환경적·역사적·경제적·문화적 가치를 재조명 하고, 침체됐던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공동체 정신을 부활시킬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본다. 또한 ‘마을 숲’의 사회적·문화적, 생태적 기능을 환경변화 등에 접목해 공동체 삶에 있어 최근 가장 기본적인 삶의 문제로 등장한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문제 등을 자연친화적인 가치로 되살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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