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안면도 소나무 숲, 쭉쭉 뻗어 아름다운 붉은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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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안면도 소나무 숲, 쭉쭉 뻗어 아름다운 붉은 줄기
  • 취재=한기원 기자 사진·자료=한지윤 기자·신우택 인턴기자
  • 승인 2019.07.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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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시대 공동체의 삶과 생명의 공간이다
안면도 소나무 숲은 대부분 홍송으로 국가유전자보존림으로 지정됐다.

안면송, 궁궐 건축과 선박 제조, 왕실 재궁(梓宮)용 목재로만 사용
국가산림문화자산 지정, 고려시대부터 특별관리 역사성 담고 있어
안면도의 소나무는 대부분 홍송, 쭉쭉 뻗은 소나무들 훤칠하게 커
잔가지 없이 곧게 뻗어, 나무 둘레 위아래 차이 없어 목재로 으뜸


충남 태안 안면도의 소나무 숲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올해 1월 산림청의 심사를 거쳐 산림 생태·경관·문화적으로 보존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있는 115㏊ 규모의 소나무 숲이다. 고려시대부터 존재한 천연 소나무 숲으로, 조선시대에 봉산(封山·벌목을 금지한 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궁궐 건축과 선박 제조, 왕실 재궁(梓宮)용 목재로만 사용됐다. 이곳의 소나무들은 다른 지역 소나무보다 단단하다. 줄기가 대통과 같이 곧고 우산 모양의 수형(樹形)이라서 수려한 미를 자랑한다. 충남도는 소나무 숲에 안내판과 편의시설을 설치해 보존·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안면도는 소나무 숲으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시대부터 궁궐에 쓰이는 목재를 조달하기 위해 조정에서 직접 안면도의 소나무 숲을 관리했다. 이런 까닭에 지금도 안면도 전역에서는 대규모의 소나무 숲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 국가산림문화자산 지정 충청남도 관리
안면교 다리를 건너 안면도로 향하는 길을 가다 보면 조금씩 소나무들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숲인지, 저 숲인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동안 차를 달려 고갯마루를 넘으면 어느 순간 시야에 안면도의 소나무 숲이 드러나면서 감탄사가 절로 난다.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가던 발길을 모두 멈추어 그 잘생긴 솔숲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잠시 도심에서 찌들린 마음만 솔향기에 씻고 다시 발길을 재촉해야 한다. 안면읍내를 지나 도로를 덮은 소나무 숲 터널을 지나 얼마가지 않아 승언리 마을에 이르면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는 솔숲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승언리의 소나무 숲 주변에는 자연휴양림이 만들어져 있어 편안하게 걷고 쉬며, 이 웅장한 소나무 숲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게 돼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솔잎이 바람결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러나 안면도의 소나무 숲은 가깝게 다가 갈수록 새로운 맛을 전하는 그런 숲이다.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왜 바닷가에 붉은 소나무들이 몰려 있을까하는 점이다. 본디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분포하는 소나무는 줄기가 붉어 적송(赤松), 육지에 분포해 육송(陸松)이라고 하는 반면 바닷가에는 수피가 검어 흑송(黑松), 해안에 있으므로 해송(海松)이라고도 부르는 곰솔이 주로 분포한다. 그런데 안면도의 소나무는 섬 안에 분포하면서도 완벽하게 붉은 소나무들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참 이상하고, 소나무의 형태도 강원도 산간지대의 금강소나무처럼 곧으면서도 그 모양이 사뭇 다른 독특한 수형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모여 안면도 소나무들의 유전적인 특징을 연구했는데, 종래의 안면도 소나무 숲에 다른 지역에 있는 곰솔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와 그 혈통이 섞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산림청의 심사를 거쳐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된 안면도 소나무 숲은 고려시대부터 특별하게 관리할 정도로 역사성을 담고 있다. 소나무 재질이 우수한 데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목재를 운반하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곳에 식재된 소나무는 줄기가 통직하고 수고가 높은 우산 모양의 수형을 이루고 있어 수려한 미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소나무에 비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안면도 바닷가에는 울창하게 소나무 숲이 형성돼 있는 곳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령 80~100년 된 안면도 소나무 천연림이 집단적으로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곳이다. 서해바다에 연접한 곳에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육지까지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울창한 소나무 숲이 형성돼 있는 곳은 바로 안면도 자연휴양림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절정을 이룬다. 과거 고려시대 때부터 궁재와 배를 만드는데 이곳 안면도 소나무를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이후 도남벌이 심해지면서 고려 때부터 왕실에서 특별히 관리했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되면서 충청남도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 붉은 빛깔의 홍송 곱고 화려하고 단아해

조선시대 때 전국 282개 지역을 봉산으로 지정해 나라에 목재를 공급했는데 그중 73개가 안면도 지역이었다고 한다. 안면도 소나무는 특별히 안면송(安眠松)이라고 부른다. 목재의 품질이 뛰어나 18세기 말 수원성 건설에 필요한 4m³짜리 원목 344그루를 공급했다고 전해진다. 안면도는 대부분 산이 높지 않아 나무를 베어 한강까지 운반하기에 쉬운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안면도의 솔숲은 우리나라에 특별한 식물유전자원으로 분류됐다. 자그마치 3.5ha의 소나무 숲 가운데 특별히 우량한 1.8ha의 숲은 산림청에 의해 유전자보존림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소나무의 평균 수령은 60년 정도이며, 가슴 높이의 나무 지름은 30cm 정도이다. 이 숲을 구성한 소나무들의 숫자는 대략 17만 그루 정도라고 한다.

안면도의 소나무는 대부분 홍송이다. 붉은 빛깔을 띠는 홍송은 곱고 화려하고 단아하다. 소나무가 유난히 붉고 단단한 데다 향기가 진하다. 아름드리 거목은 없지만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훤칠하다. 안면도 소나무는 지역 이름을 따서 안면송으로 불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명이 이름이 된 경우다. 경복궁을 지을 때 안면도 홍송을 가져다 썼다. 안면송은 보통 15∼20m 정도, 큰 것은 30m까지 자란다. 잔가지가 없이 곧게 뻗는 데다 나무 둘레의 위아래 차이가 거의 없어 목재로도 으뜸이다. 대신 뿌리가 깊게 직선으로 뻗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 있다. 모래땅이라 착근이 어려운 것이 원인인 듯하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바람이 불거나 겨울철 눈이 많이 쌓이면 힘없이 쓰러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라고 한다. 요즘도 이런 피해를 입는 안면송이 1년에 100여 그루는 족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소나무 숲이 만들어졌을까. 조선시대에는 이 숲이 왕실에 목재를 대는 황장봉산으로 정해져 숲의 훼손을 막기 위해 섬 주민들을 격리, 이주시킬 정도로 엄격히 보호했다는 기록이 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소나무의 가장 큰 적인 솔잎혹파리 떼가 들어와 전체의 40% 이상이 피해를 볼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마을 사람들은 힘든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나무마다 일일이 수간(樹幹)주사를 놓으며 소나무 살리기에 큰 몫을 했다고 한다. 1991년에는 이 지역에 핵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올 것을 막아 지금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숲을 지키는 데도 역시 마을 사람들의 힘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만의 힘으로 안면도의 소나무 숲에 밝은 미래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건너오는 황사와 각종 공해물질의 피해 징후가 나타나는가 하면 소나무 가지 끝이 휘어 더 이상 높게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숲 속에서는 이 나무들의 대를 이어갈 후계목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안타까워 한다. 안면도 솔숲에는 진귀한 식물들도 많다. 먹넌출이라는 덩굴식물, 흔히 춘란이라고 부르는 보춘화나 새우난초와 같은 자생란, 고란사에서 처음 발견된 고란초, 그리고 그 모양새가 너무 특별한 뻐꾹나리라는 식물도 이곳에서 자란다고 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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