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해돋이 볼 수 있는 울창한 마량리 동백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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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 해돋이 볼 수 있는 울창한 마량리 동백나무 숲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한지윤 기자·신우택 인
  • 승인 2019.08.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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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시대 공동체의 삶과 생명의 공간이다<15>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식물학적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차나무과인 동백나무 키가 7m까지 자라는 난대성 상록활엽수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은 식물 분포학적 가치에 대한 연구대상
비인반도, 해돋이와 해넘이가 공존해 정월이면 관광객들 몰려
화력발전소 건설로 34년 전 폐쇄된 독백정해수욕장 원형 복원


서천 팔경 중의 한 곳인 서천군 서면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은 1965년 4월 1일,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500여 년 수령의 동백나무 85주가 8265㎡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 숲에 가면 3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푸른 잎 사이에 수줍은 듯 피어있는 붉은 동백꽃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 때만 되면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또 다른 숲의 장관을 이룬다. 또 동백나무 숲 정상에 있는 동백정(冬栢亭)에 올라가면 서해의 푸른 바다와 낙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바로 앞에 떠 있는 섬인 오력도의 풍경과 어울린 바다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해넘이와 해돋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도 이곳 동백나무 숲이 울창한 비인반도 언덕이다.

■ 숲 가치 높아 천연기념물 지정·보호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서쪽은 바람이 강해 몇 그루만이 남아있고, 반대로 동쪽에는 70여 그루가 분포하고 있다. 차나무과에 속하는 동백나무는 키가 7m까지 자란다는 난대성 상록활엽수이지만 이곳의 동백나무는 강한 바람 때문에 키가 2~3m 내외이며, 옆으로 퍼져있다. 특히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동백나무 숲으로써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상에 위치하고 있어 식물 분포학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또한 풍어제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숲으로 문화적 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중국 등의 따뜻한 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남쪽해안이나 섬 등에서 자라고 있다. 중부지역인 충남 서천지역 바닷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또 다른 식물 분포학적 가치에 대한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꽃은 이른 봄에 피는데, 매우 아름다우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부른다. 마량리 동백나무는 춘백(春栢) 상록활엽 교목으로, 잎이 두텁고 표면이 진한 녹색으로 광택이 있으며, 잎이 많이 빽빽하게 붙어 있어서 아름답게 보인다. 그 뿐만 아니라 늦 겨울철부터 피어나는 붉은 꽃은 늦은 봄까지 만발해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는 것이 이곳을 지키는 해설사의 설명이다.

전설에 의하면 500여 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水軍僉使)가 바다 위에 꽃뭉치가 떠 있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에서 바닷가에 떠 있는 꽃뭉치를 많이 증식시키면 마을에 항상 웃음꽃이 피고 번영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그런 꽃이 있어 증식시킨 것이라고 전해져 온다. 제단을 세워 제를 지내면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고 마을이 번성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바닷가에 나가 그 꽃을 가져와 심은 것이 바로 이곳 서천 마량리의 동백나무 숲이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정월에 이곳에 모여서 고기가 많이 잡히고, 바다에서 무사하게 해달라고 비는 제사를 지내왔다고 한다. 현재 이 숲은 마을의 방풍림 구실을 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지구의 자전 공전과 함께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마량리 동백나무 숲 옆에는 큰 규모의 발전소가 있는데 정부의 폐쇄방침에 따라 지금은 철거가 시작됐다고 한다. 인근에 새로운 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다. 철거 예정인 화력발전소의 뒷길을 따라 가다가 언덕 돌계단을 지나 잠시 올라가면 언덕 위에 동백정(冬栢亭)이란 누정(樓亭)이 있다.
 

34년전 폐쇄되기 이전의 동백정 해수욕장 전경. 우측으로 동백나무 숲이 있는 동백정이 보인다.

■ 폐쇄된 동백정해수욕장 원형 복원
지난 1965년 한산군 옛 관아의 목재를 옮겨다 지었다는 동백정에 오르면 물빛 고운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엔 의도된 소품마냥 작은 섬 오력도가 한 점으로 놓여있다. ‘옛날에 장수가 바다를 건너다 신발 한 짝을 빠트린 게 섬이 됐다’는 전설이 이 한 점의 섬에 얽혀 있으나 동백나무 숲에 얽힌 전설과 마찬가지로 확인할 길이 없다.

한편 500여 년 전 이 마을 사람들은 뗏목을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했는데 파도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편과 자식을 잃은 한 노파가 ‘앞바다에서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용왕을 잘 위해야 화를 면하리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백발노인의 현몽으로 해안사장에서 널에 들어있는 선황 다섯 분과 동백나무 씨앗을 얻어 선황은 신당에 모시고 동백나무 씨앗을 주변에 심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동백나무 숲 85주가 무성하게 잘 자랐으며, 매년 정월 초하룻날 당에 올라 초사흘까지 제사를 지내온 것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으며, 그 이후부터 고기잡이에서 화를 입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제사는 선창제, 독경, 대잡이, 마당제, 용왕제, 거리제로 이어져 제사가 시작되기 수일 전에는 경비로 마을의 가구(호)당 쌀 한 되씩을 거두어들이고, 신당 부근에는 수십 개의 어선깃발 풍어, 만선을 꽂고, 화주, 화장(선주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 당굴(대잡는 사람) 2~3명 등의 의상준비를 하면 제반 제사준비가 끝난다고 한다. 이렇게 용왕을 위해 제사를 올리는 마량당집을 품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서 바라 본 한 점 섬 앞으로 작은 고깃배가 희미한 물꼬리를 매단 채 바다를 가른다. 또 다른 고깃배가 철썩거리는 파도를 딛고 해무 속으로 아득히 멀어져간다. 갈매기 몇 마리가 짙은 해무를 숨죽이며 저어간다. 확인할 수 없어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법이다. 마량리가 속해있는 비인반도는 동서로 바다와 면한 데다 갈고리 모양으로 휘어져 동쪽 바다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덕에 해돋이와 해넘이가 공존하는 마량리에는 해마다 정월이면 관광객들이 몰린다. 동해안이 부럽지 않은 해돋이 명소이기 때문이다. 이곳 마량리에서는 해넘이와는 달리 해돋이는 동짓날 전후 한 달간 한시적으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동백꽃 피는 봄엔 해넘이뿐이지만 쏟아지는 낙조에 물드는 수평선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일이란 눈에도 행운이고 입에도 즐거움이다.

서천 마량리 비인반도 언덕에 군집을 이루고 있는 동백나무는 그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고 나무모양은 원형에 가깝다. 이 동백나무숲은 방풍의 목적으로 심어졌다 하나 지금은 방풍의 기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마을에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마을사람들이 모두 이 마을을 떠났기 때문이다. 또한 이 마을은 동백정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서천화력발전소 건설로 34년 전에 폐쇄됐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은 최근 서천건설본부에서 동백정해수욕장 복원 기본계획 용역 착수설명회를 열고 복원사업 진행 계획을 발표했다.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사업은 서천군과 한국중부발전이 체결한 핵심 지원사업으로 철거예정인 기존 서천화력발전소 남측을 중심으로 해안선 500m의 해상 생태계와 동백나무숲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복원, 지역관광자원의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오는 2023년까지 원형 그대로 복원될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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