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기 가득한 해송 방풍림 절경, 별주부마을 노루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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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기 가득한 해송 방풍림 절경, 별주부마을 노루미 숲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한지윤 기자·신우택 인
  • 승인 2019.08.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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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시대 공동체의 삶과 생명의 공간이다<16>
태안 원청리(노루미) 별주부마을의 바닷가 경계에 펼쳐져 있는 쭉쭉뻗은 해송(海松)은 해풍에 젖은 솔향기와 함께 방풍림역할을 하고 있다.

원청리 별주부마을, 마당같이 넓은 포구라는 의미 ‘청포대’라 불러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싱그러운 해송(海松) 방풍림 절경
조수간만의 차이 이용해 물고기 잡는 독살로 유명, 체험관광 운영
해풍에 젖은 싱그러운 솔향기가 뭍과 바다의 경계 해변에 펼쳐져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서해에서 가장 푸른 바다라 하여 원청(元靑)이라 한다. 마치 처음 보는 서해인 듯 푸르다. 하얀 모래사장은 큰 활처럼 놓여 있다. 이 해변은 밀물 때면 250m 정도 너비의 모래사장이지만, 썰물 때면 4㎞의 조간대(潮間帶)가 펼쳐진다. 그래서 ‘마당같이 넓은 포구’라는 의미의 ‘청포대’라 부른다. 청포대 남쪽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마검포 포구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달산포와 몽산포 해수욕장과 이어진다.

이제 ‘원청리’ 마을은 옛이야기 ‘별주부전’을 등에 업고 ‘별주부마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가고 있는 테마마을이다. 본래 서해안에서 바닷물이 가장 푸르다는데서 유래한 원청리(元靑里)라는 법정지명은 이젠 별주부전의 유명세에 밀려 지도 언저리에서 이름만 유지하고 있다. 옛이야기의 흔적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별주부마을 연가’비가 눈을 잡는다. ‘청포대해수욕장 남쪽으로 긴 해변에, 안마을 내궁(內宮)이 있어 용궁(龍宮) 터 잡은 곳, 덕바위·묘샘·노루미 어우러진 곳, 독살이 참사랑 꽃피울 수 있는 우리 마을이다.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영글어 별주부전의 배경이 된 별주부마을아! 덕바위가 자라바위로 바뀐 뜻을 아느냐.’라는 마을비석 뒤 노루미재 마루에는 높다란 건물 하나가 탑처럼 서 있다. 탑은 전망대이자 ‘독살 문화관이자, 별주부마을 모임터, 별주부마을문화센터, 노인정인’ 건물이 등대처럼 높이 솟아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 마을 입구엔 솔향기 가득한 해송(海松)이 쭉쭉 뻗어 바닷가를 감싸고 있는 방풍림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 노루미, 별주부마을 싱그러운 해송(海松)
청포대 바닷가에는 밑동이 잠긴 바위 하나가 솟아 있다. 그것은 ‘덕바위’ 혹은 ‘자라바위’라 불린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를 찾아 육지로 올라왔던 ‘별주부전’의 자라라고 믿는다. 안내판에 ‘자신의 충성이 부족해 토끼에게 속았다고 탄식하며 죽은 자라’라는 설명이 새겨져 있다. 바위가 된 자라는 유배지의 신하가 한양을 향해 절하듯 용왕이 있는 바다를 향해 엎드려 있다. 원청리마을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토끼가 살았던 마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자라바위를 비롯해 지명도 여럿 남아 있다. 마을 입구의 아름드리 해송 숲은 용왕의 명을 받은 자라가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첫발을 디뎠다는 용새(龍塞)골이다. 마을에는 토끼가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추어 놓고 왔다”는 ‘묘샘’이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충직한 자라가 더 좋았나 보다. 그래서 원청리의 또 다른 이름인 ‘별주부마을’이다.

자라바위가 있는 해안의 뒤쪽에는 ‘노루의 꼬리를 닮았다’는 ‘노루미재’가 솟아 있다. 자라의 등에서 폴짝 뛰어내린 토끼가 “간을 빼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며 놀려 대고는 사라졌다는 곳이다. 이 고개의 이름을 따 원청리는 ‘노루미’라고도 하고, 청포대는 ‘노루미 해변’이라고도 한다. 제법 높이가 있는 노루미재를 오르면 서쪽에는 바다, 동쪽에는 마을이 환하다. 토끼는 재 넘어 이 마을에 당도한 뒤 어떻게 됐을까. ‘밤이면 미색과 풍류로 밤을 지내고, 낮이면 의원과 점쟁이에게 고칠 방도를 묻느라고 국력을 소진했다’는 용왕은 어찌 됐을까. 승상 거북, 영의정 고래, 해운군 방게와 같은 신하들은 어찌 됐을까.

오래전 자라(별주부)는 용왕의 병환을 다스리는데 특효약이라는 토끼의 간을 구하고자 노루미 숲과 지척인 용새골(龍塞)에는 ‘토끼가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춰 놓고 왔다’는 묘샘과 궁앞 등 별주부전의 흔적이 지명으로 남아 구전되고 있다. 청포대해수욕장의 은빛모래 바다와 마을 사이의 노루미재는 노루 꼬리를 닮은 지형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구사일생으로 뭍에 오른 토끼는 이곳에서 “간을 꺼냈다 넣었다 할 수 있는 짐승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명이란 것은 다 하늘의 뜻이니 쓸데없는 망령부리지 말고 죽을 날이나 기다리라고 용왕에게 전하라”고 자라를 조롱했다고 한다. 자라는 노루미 숲으로 달아나는 토끼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하다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서 바위가 됐다고 한다. 드넓은 모래사장에 홀로 우뚝한 자라바위는 아직도 뭍과 바다사이에서 머뭇거리며 돌아오지 않는 토끼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바위 옆에는 자라 등에 올라탄 토끼의 모습을 담은 화강암 조각상이 서있는데 토끼의 표정이 익살스러운 모습이다.

■ 전통적인 어로 방식인 ‘독살’로 유명
매년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바위 앞에서 주민들은 용왕제를 올려 용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여느 용왕제와는 달리 풍어제가 아닌 기원제를 올리는 마을 주민들의 익살도 별주부전 속 토끼 못지않다는 생각이다. 용왕제에선 소를 한 마리 잡아 머리는 용왕에게 바치고 몸통은 용왕제에 모인 사람들끼리 나눠먹는다고 한다. 몸통을 나눠먹을 때에는 마을 사람, 외지인들을 나누지 않는 풍습이 있다니 공동체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자라의 허탈한 심정과 용왕의 안녕과 관계없이 자라바위를 둘러싼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바위에 올라 뭍을 바라보면 해안선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지면서 늘어선 싱그러운 해송(海松) 방풍림이 절경을 이룬다. 뒤돌아서서 바다로 시선을 돌리면 거아도·울미도·삼도·자치도 등 크고 작은 섬들과 낡은 어선 몇 척이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석양에 제 몸을 내준 숲이 바다 위에 쏟아지는 낙조와 더불어 이때만큼은 ‘원청리’라는 본래의 마을 이름이 ‘별주부마을’보다 시원스럽고 싱그럽게 느껴진다.

원청리 별주부마을은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독살로도 유명하다. 노루미 숲 너머 바다에 간조가 들면 물 아래 감춰져 있던 거대한 돌담이 떠올라 장관을 이룬다.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의 정체는 전통적인 어로방식인 ‘독살’이다. 돌발, 돌살, 석전, 석방렴으로도 불리는 독살은 길이 150m 가량의 돌담을 V자로 쌓아 밀물 때 휩쓸려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전통적인 어로 방식이다. 태안 일대에는 100여개의 독살이 있었다고 한다. 독살은 20세기 이후 특히 1970년대 이후에 급속히 사라졌다. 어족 자원의 고갈, 어로 기술의 발달, 어업 환경의 변화라는 보편적인 이유도 있고, 새마을운동의 바람과 함께 건축용 자재로 하나둘 사라져 갔다는 구체적인 이유도 있다. 독살은  만조 때 휩쓸려 들어온 물고기들이 간조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어구(漁具)다. 주민들은 지난 2006년부터 마을 앞바다의 어른 키 높이에 길이 150~400m의 독살 7개를 복원해 체험관광코스로 운영 중이다. 이와 더불어 전통어구로 물고기를 잡는 어살문화축제도 함께 열린다.

청포대해수욕장 해변을 걷다가 노루미 숲 안으로 들어서면 해풍에 젖은 싱그러운 솔향기가 뭍과 바다의 경계를 가르며 해변에 펼쳐져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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