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사동 한옥·유교마을 은진송씨 묘역 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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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사동 한옥·유교마을 은진송씨 묘역 소나무 숲
  • 취재=한기원 기자/사진·자료=한지윤 기자·신우택 인
  • 승인 2019.09.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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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시대 공동체의 삶과 생명의 공간이다<19>
대전 이사동 소나무 숲은 수령 100년 이상의 1400여 그루가 은진송씨 묘역 주변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마을 숲, 우리 고유의 생활과 역사문화가 온전히 녹아 있는 생태자원
수령 100여 년의 소나무 숲, 500여 년 역사의 장묘문화가 살아 있는 곳
500년 동안 1077기의 묘소가 집중돼 장묘·유교문화의 가치를 지닌 곳
장례·제례 등 무형유산 활용해 문화관광콘텐츠·민속문화축제 개발 추진


우리 민족은 예부터 태풍 등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거나 마을의 풍수·지리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마을 공동으로 숲을 조성하거나 보호해왔다. 마을 주변의 ‘산과 물 그리고 바람의 어울림’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 것이다. 주변 지형을 호랑이, 소, 용, 봉황, 지네 등의 형상으로 보고 마을 숲이 지형의 기운을 북돋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마을 숲은 우리 전통마을의 경관을 대표하는 요소인 동시에 토착신앙과 풍수, 유교 등 전통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공동 자산이었다. 또한 마을 숲은 마을 공동의 쉼터였고, 굿을 하거나 마을 제사를 올리는 장소였으며, 지신밟기와 씨름 같은 전통놀이의 장소이기도 했다. 우리 고유의 생활과 문화와 역사가 온전히 녹아 있는 생태자원인 셈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한국전쟁,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수의 마을 숲이 훼손됐으며, 가치 있는 수목들이 고사하고 후계목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산림청은 마을 숲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2003년부터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산림청은 2020년까지 367억 원(국비·지방비)을 투입해 전국 534개소의 마을 숲을 더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 유교문화의 가치를 지닌 곳
한옥마을 하면 떠오르는 곳은 아마도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 북촌 한옥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대전광역시에도 500여 년간 조선시대 유교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인 동구 이사동에 한옥마을과 유교마을이 있다. 대전광역시 동구 이사동의 한옥마을과 유교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오랜 세월을 간직하고 있을까. 울창한 소나무 숲 밑으로 한옥의 모습이 보이고 뒷산으로는 묘지들이 보인다. 안내문에는 수령 100여 년 이상 된 소나무 집단 생육지역으로 500여 년 역사를 이어온 장묘문화의 절정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적고 있다. 숲을 가꾸어 생육환경을 개선하고 소나무 후계림을 조성해 전통마을 숲으로 복원한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역사와 자연이 조화롭게 숙성된 소나무 숲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그윽한 멋을 풍긴다. 비록 가문의 영광은 예전 같진 않지만 옛것을 보듬어 현재화 시키려는 후손들의 마음만큼은 소나무 숲 아래서 여전히 향기롭다. 그 향기로움과 아름다운 수세를 체계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 대전시는 지난 2000년 12월 1일 이사동 소나무 숲을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했다.

이사동 한옥마을은 1000여 기가 넘는 묘역 가운데 3곳과 재실 2곳이 대전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2012년 추진된 이사동 한옥마을 숲 복원사업으로 한옥마을 숲의 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다. 대전광역시에서는 이러한 이사동 한옥마을을 2016년부터 10년 동안 250억 원을 투입해 유교문화 유산을 간직한 한옥마을로 만들고 전통 마을 숲을 복원해 누리 길 등이 조성되고 있다.

대전 동구 이사동 한옥마을 숲에는 송남수의 묘역(대전광역시기념물 제46호)이 있다. 이 숲은 수령 100년 이상 된 소나무 1400여 그루가 구릉을 따라 고루 분포하고 있어 진귀한 임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은진송씨 송담공파 종중 소유의 숲으로 500년 동안 1077기의 묘소가 집중돼 있어 장묘문화 등 유교문화의 가치도 지닌 곳이다. 묘소는 무질서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소나무 숲 등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하나의 거대한 공원이 됐다. 500년의 역사와 문화가 숲을 매개로 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사동에는 은진송씨 묘역이 조성되면서 동춘당 송준길(1606∼1672년)이 부친 시묘살이를 위해 지은 우락재(憂樂齋) 등 재실을 비롯해 석비와 상석, 향로석, 혼유석, 석인상, 장명등, 망주석 등 석물들이 즐비하다. 은진송씨 묘역은 조선시대 국가통치이념인 유교와 예법에 근거해 시대에 따라 묘역의 크기는 물론 각종 석물과 시설물 배치가 달라 시대상을 연구할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1000여 기가 넘는 묘역 가운데 3곳과 재실 2곳이 대전시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은진송씨의 집성촌 한옥마을
이 마을에는 절우당이라는 표석이 서있는데, 은진송씨가 1392년 이후부터 살기 시작했던 곳으로 500여 년 동안의 세월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변에는 묘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총 1077기의 조상의 묘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쉽게 보지 못하는 장묘문화의 실상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재실 16채와 학문을 강론하던 당우 5채까지 일반적인 도심 속 한옥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전통의 유교문화와 역사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곳이다. 작은 규모이지만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한옥마을이다.

절우당은 16세기에 가산군수를 지낸 은진송씨 송세협이 세운 별당으로 소나무, 대나무, 매화, 국화를 심어 이 네 가지를 ‘절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원래 위치는 중리동에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돼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절우당 앞으로는 한옥과 초가집으로 된 곳간이 서 있고 전통적인 농촌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또 이밖에도 마을의 끝 지점에는 새로 지은 듯한 취옹당재실을 만난다. 너무나도 아담하고 정적이 흐르는 마을, 은진송씨 승지공파 재실과 마주 친다. 은진송씨 승지공파 재실은 조선시대 청암찰방과 삼가현감, 진주진관병마동첨절제사 등의 벼슬을 지낸 승지공 임청언 송국보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일자형태의 사당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한옥은 월송재이다. 월송재 송희건의 조상 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재실이다. 이곳은 솟을 대문 안에 ‘ㄱ자’ 평면으로 지어진 일반 민가 형태의 재실로 은진송씨 승지공파 재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사동의 한옥마을 조성은 지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25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500여 년 전부터 은진송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한옥마을인데, 유교 민속마을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 주변 숲길을 복원해 6㎞의 누리 길을 조성했고, 전통의례관과 유교문화스테이션 등을 건립했다. 또한 이곳에는 500여 년 동안의 전통적인 장례·제례 문화 등 무형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콘텐츠와 민속문화축제 개발도 추진된다.

이사동은 원래 선산관리의 목적으로 정착이 시작된 마을이다. 그러나 그 후손들이 하나 둘 정착해 집단적인 가옥의 형태를 갖추며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전통마을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민가보다는 재실이 주가 되면서 이곳은 집성촌의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묻힌 인물들은 비록 은진송씨들로 한정되지만 한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들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입향조는 송성준(宋星駿)이다. 호는 한천(寒泉)이고 정조21년(1797)에 송촌에서 태어났다. 한천이 1820년에 이곳으로 들어온 후 은진송씨의 집성촌이 조성 된 것은 조선말기이다. 지금도 이 마을에는 그가 팠다는 한천이라는 우물이 남아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서 지붕을 덮은 기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퇴락해보이지만 한천이라는 명문과 함께 버젓한 우물의 모습은 지역에서는 유일한 격을 갖춘 우물로 평가된다. 우물의 지붕 처마에는 난곡 송병화의 한천명의 편액이 걸려 있다.

이처럼 한 곳에 많은 인물들이 묘역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극히 드물다. 이사동은 조선시대 유교문화를 잘 보여주는 곳으로, 유교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예학이고 예학의 실천덕목이 관혼상제이다. 그 관혼상재의 가장 중시 되는 것이 장묘문화인데, 이사동에서는 조선시대의 장묘문화가 꽃을 피운 곳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것도 500년 이라는 긴 세월 동안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축적돼 왔기 때문에 그야말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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