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제주 하도리 돌담은 소중한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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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제주 하도리 돌담은 소중한 문화유산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한지윤·이정아 기자
  • 승인 2019.10.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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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돌담길의 재발견<16>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마을의 돌담은 제주 돌담의 원형과 미학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돌담으로 꼽힌다.

문화재청, 2005년부터 보존가치 있는 마을의 돌담 등록문화재로 등록
1970~80년대 새마을운동에도 남아 한국미 전형 보여주는 귀중한 자산
돌담 가운데는 제주도 설촌마을 돌담이 가장 특색이 있다는 평가를 해
제주 하도리마을 원형 간직한 돌담 “여기만큼 아름다운 돌담은 없을 것”


돌담이 문화재가 되면서 잊었던 우리의 푸근함과 자연스러운 정서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이제 돌담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돌담은 유명세를 날리던 장인의 작품이 아니며, 한 사람의 작품도 아니다. 보통 사람들에 의한, 보통 사람들을 위한, 보통 사람들의 작품이다. 돌담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 시대에도 돌담이 존재하는 이유다. 돌담에는 또 친근감과 따스함이 있다. 산업화의 거친 격랑을 헤쳐 온 서로를 보듬는 사랑이 있다. 최근까지 제도권 학자들로부터 주목되지 못했던 돌담은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등록하면서부터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5년 10월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을 받은 마을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전문가들이 현지 조사를 한 뒤 보존가치가 있는 마을의 돌담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했다. 마을마다 특징이 있는 이들 돌담은 우리 민족의 수준 높은 미적 감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향토적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1970~1980년대 전국에 휘몰아쳤던 새마을운동의 와중에서도 용케도 살아남아 한국미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돌담 가운데는 제주도 설촌마을 돌담이 가장 특색이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이 곳은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을 한 줄로 쌓은 밭담과 돌담이 공존하는 전형적인 제주도의 농촌마을이다. 담장 길이가 10km에 이르는데, 특히 밭 경계에 쌓은 돌담과 올레돌담은 제주지역 돌담의 특질을 잘 보여준다. 밭을 개간할 때 나온 돌들을 쌓아 자연스럽게 방풍벽 역할을 하게하고 경계를 구분했다. 머리통만한 주먹돌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쌓여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제주의 바닷가 연안에 일정한 너비와 높이로 쌓아둔 후 밀물과 썰물이 물높이를 이용해 고기를 가두어서 잡는 돌담을 ‘원담’ 혹은 ‘갯담’이라 했으며, 조선시대에 소와 말을 키우는데 필요한 목장 울타리용으로 쌓아놓은 거대한 돌담은 ‘잣성’이라 했다. 또 조선시대에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 등 읍성과 주둔지였던 진성에 쌓아 돌담을 ‘성담’, 고려 말에서 조선에 걸쳐 왜구 등을 막는데 활용됐던 돌담을 ‘환해장성’이라 불렀다. 또한 큰 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의 돌담을 ‘올렛담’, 택지 옆에 붙어있는 텃밭의 돌담을 ‘우엉담’, 돼지우리를 둘러놓은 돌담을 ‘통싯담’, 묘의 둘레를 네모나게 둘러놓은 돌담을 ‘산담’이라 부르는 등 돌담이 쌓인 위치나 장소에 따라서도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그래서 제주의 돌담은 제주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 둘레 1km의 타원형 성곽의 별방진
제주 하도리의 길을 걷다가 ‘별방진(제주기념물 제24호)’을 만난다. 별방진은 1510년 제주목사 장림이 왜구가 접근하기 쉬운 우도를 방어하기 위해 김녕방호소를 이곳 하도리로 옮겨놓은 진(鎭)으로 제주도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됐다. 김녕읍에 있던 진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해 별방진(別防鎭)이라 했다. 돌은 제주를 지키는 성벽을 축조하는 데 유용했다.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에 설치된 9개의 진에는 성곽이 세워졌다고 한다. 중종 5년(1510년) 제주목사 장림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 구좌읍 하도리에 ‘특별방어진지’를 뜻하는 ‘별방진’을 설치했다. 정의현의 도읍을 성읍으로 옮긴 뒤 제주 동부지역의 안보가 허술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주도내 모든 진에 주둔하던 군사들이 무예시험을 치르기도 했던 별방진은 군사훈련과 경계를 특히 강화했던 점으로 미뤄 우도에 진을 친 왜구의 침입에 각별하게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둘레 1km의 타원형으로 높이 4m의 성곽을 갖춘 별방진은 다른 진에 없는 공격용 치성(雉城)을 갖추고 있었고, 제주에 물이 귀한 탓에 성곽 주위의 해자(垓子)는 구덩이를 파고 물을 대는 대신 가시나무를 심었다. 성곽 밖으로 툭 튀어나온 부분이 성벽을 타고 넘어 들어오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치성(雉城)이다. 문화재청이 별방진을 복원했으나 고증을 전혀 따르지 않아 성곽의 기본적인 기능도 갖추지 못한 모양으로 만들어놓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적의 침입을 막는 ‘미석’이나 적의 화살을 피하는 동시에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여장’도 없이 돌로 벽만 쌓아놓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돌을 정교하게 깎아 당시의 성곽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만들었으니 이를 복원이라 할 수 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도리 돌담
돌은 제주인의 삶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농업에서부터 건축, 어업, 축산, 통신, 신앙, 예술, 안보, 죽음에 이르기까지 돌은 제주의 바람처럼 늘 제주인과 함께 해온 제주의 상징이다. 제주의 돌은 제주의 자연이며 역사이며 문화, 그 자체였다. 제주의 돌담 속에는 정겨움, 소박함, 억척스러움,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미가 스며있다. 어찌 보면 거친 자연 환경을 헤쳐 나가는 제주인의 삶의 철학이 배어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고 해 삼다라 부른 곳, 옛 제주도민이 평소 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나온 돌들을 그냥 편하게 쌓아 바람을 막고, 우마의 접근을 막고, 있는 그대로 소박함을 보여주는 게 제주의 돌담이 됐다. 제주의 돌담은 제주가 바람과 함께하고 있음을 알린다. 현무암으로 쌓인 돌담을 모두 이으면 중국 만리장성의 열배가 넘는 십만리장성이 된다고 한다. 누군가 어림잡아 계산해 보니 지구의 반 바퀴를 돈다나?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담을 간직한 곳은 제주시 하도리 돌담이라고 한다. 제주시 하도리 돌담마을에는 300여 명의 해녀가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제주 하도리 마을의 바다는 경관의 아름다움에 앞서 문화적인 원형이 많이 남아있어 문화유산의 가치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나와 몸을 녹이던 ‘불턱’과 해안가에 돌을 쌓아 올려 고기를 잡았던 ‘원담’ 등 해안가 돌과 관련된 문화가 상당수 남아있다. 옛 포구를 뜻하는 ‘개’도 36곳, 용천수가 솟는 ‘물’이 26곳이나 된다고 한다. 이와 함께 현대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해안도로를 따라 곳곳에 위치해 있어 발길을 멈춰 쉬엄쉬엄 탐방하는 재미도 제주도 돌담마을로 손색이 없는 하도리의 매력으로 꼽힌다.

해안도로의 중심에는 제주 동부지역의 핵심 군사적 요충지였던 ‘별방진’이 있다. 별방진에 올라 해안선과 마을을 내려다보면, 마치 마을의 수호신이 된 것처럼 가슴 뭉클함이 밀려온다. 여기에서 굴동포구를 지나면 바다 가운데 ‘토끼섬 문주란 자생지(천연기념물 제19호)’를 만난다. 주목할 장소는 토끼섬 앞 큰 바위 2개가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바람의 신이 관장하는 장소라고 여기며 여전히 신성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곳부터 하도철새탐조대까지 1㎞ 정도의 구간은 제주 돌담의 원형과 미학을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장소가 펼쳐진다. 제주 하도리 마을의 원형을 간직한 돌담의 모습에 대해 제주사람들은 “여기만큼 아름다운 돌담은 없을 것”이라고 자랑한다.

과연 제주 돌담의 매력은 무엇일까. 제주를 다녀 온 사람들에게 제주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단연 ‘돌담’이라는 대답일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올레길로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섬 지역인 제주의 돌담은 바닷바람과 어우러져 가히 신비스럽기까지 하다는 반응이다. 어찌 인간의 손으로 쌓아올린 돌담이 저렇게 정겹고 따스한 예술의 진미를 표현 할 수 있단 말인가? 구멍 숭숭 뚫린 검게 그을린 제주의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돌담과 돌담길이 우리들에게 주는 삶의 따스함은 또 다른 희망의 원동력은 아닐까.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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