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설립인가…희망을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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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설립인가…희망을 꺾다
  • 손규성(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
  • 승인 2010.01.1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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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한국에서 철수 한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세계 몇몇 곳에서 고전하기는 하지만 사업 철수는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의 고객 취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경영상의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고객의 취향은 미국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마트라고 해도 백화점식으로 잘 정돈되고 매끈하게 포장한 제품을 좋아했던 것이다. 월마트의 제품 정렬은 창고식이다. 창고에 많은 제품을 쌓아놓고 소비자에게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지만, 미국식인 이 방식은 한국민에게는 낯설고 '소비자가 왕'이라는 표어에 맞지 않게 소비자를 머슴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원래부터 대형유통업체가 아니었다. 흔히 창업의 형태가 그러하듯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에서 조그만 소매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세계 120여 개국에서 4300여개의 점포망을 가진 유통공룡으로 성장했다. 처음 출발할 때 시어스 등 다른 대형유통업체가 있었고 그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월마트의 이런 성공은 많은 사람에게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미래에의 희망을 갖게 할 것이다.

"앞으로 내 점포 갖기는 점점 힘들어지겠구나"
 
하지만, 홍성에서 대형마트 설립 승인이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월마트 설립자가 홍성에서 나오기는 틀렸구나!'라고 탄식을 했다. 생선가게 직원이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자기 가게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포를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사업체의 성공 경로이다.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시장에서 가능한 것이다. 대형마트가 주위에 들어서면 이런 일반적인 성공 경로는 대형마트가 망해서 사라지지 않는 한 어렵게 됐다. 역설적으로 대형마트 생선가게 직원이 그런 생선가게 점포 개설 목표로 일한다면 그 대형마트가 망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소기업청의 조사를 보면, 기업형 슈퍼 또는 중형시장이라는 SSM(Super supermarket)이 들어서면 관련경쟁 업종이 6개월 내에 30%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SSM의 골목상권 잠식 파괴력이 이러할진대 이보다 5~10배 정도 큰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그 파괴력은 누진적으로 커질 것은 뻔한 이치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선가게 직원이 동네 한 귀퉁이에 생선가게를 차릴 수가 없다. 망하는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성군에서 대형마트 설립인가를 내줬다는 뉴스를 보고는 '앞으로 내 점포 갖기는 점점 힘들어 지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홍성군청의 건립인가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더 신중했어야 하고, 더 고민했어야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대형마트 설립의 적정 인구규모는 15만 명이라는 것이다. 현재 홍성군의 인구가 8만7000여명이라고 하는데, 이를 보면 대형마트의 설립은 불가했던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가 맞는 것이라면 골목상권의 붕괴가 아니라 홍성 전체의 상권이 붕괴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대전의 경우를 보면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는 연간 1500억 원 안팎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당기 순이익도 150~200억 원에 이른다. 유통업체의 매출액은 상권의 제로섬게임이다. 매출이 새로 창출되는 것보다는 다른 점포의 매출을 가져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연간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네슈퍼가 있다고 보면, 150개~250개의 점포의 연간 매출액을 뺏어오는 것이다. 매출을 빼앗긴 동네슈퍼는 당연히 망해 문을 닫는 것이다.

상권의 붕괴, 홍성 도심은 암흑의 세상으로 변한다

상권의 상당부분이 붕괴하면 홍성 주요 도심가는 암흑의 세상으로 변한다. 주요 도심가의 점포들이 장사가 안 되면 문을 닫아야 할 것이고, 다른 사람도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 뻔하므로 입주를 꺼리고 그러면 결국 불 꺼진 점포가 점점 늘어갈 것이다. 밤거리는 쇼윈도의 불빛이 없는 어둠의 거리가 될 수 있다. 이는 홍성 인구의 타 지역 유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로 이주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시골진출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 큰 이유는 열심히 정열과 젊음을 바친 소점포 직원들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법적 이외의 방법으로 규제를 나서기도 한다. 도시계획시설 적용으로 규제를 한다. 예를 들어 일정규모 이상의 유통업체는 주거지와 준주거지에는 들어올 수 없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또 교통영향평가를 아주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규제를 하고, 그래도 진입을 막지 못한다면 ․주민의 안녕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가진 군수가 내 책무를 다하기 위해 법적 이상의 권한을 발휘하겠다고 하면서 막아야 한다.

그래도 안 된다면 이제는 소비자 즉, 주민의 몫이다. 월마트가 한국에서 실패하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철수한 것은 소비자의 외면이었다. 제품구매의 편리성은 대형마트가 좋겠지만 지역상권과 경제활성화, 더불어 살아간다는 소비의식을 갖는다면 지역경제를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번 간 곳에서 다시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충성도는 전통시장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은 후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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