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치와 시조 향에 취하는 거북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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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치와 시조 향에 취하는 거북이마을
  • 이은성 기자
  • 승인 2010.08.27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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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항면 내현리 거북이마을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나 갈려하느니
- 약천 남구만 선생의 '권농가'


항면 내현리 거북이마을은 29번 국도를 타고 구항면으로 진입, 구항초등학교를 지나 좌회전해 2km지점에 위치해 있다. 마을 모양이 거북이 목처럼 생겨 구항, 구목, 구을목이라 하고, 거북모양의 바위가 머리를 안쪽으로 향하고 있어 내현이라고도 불린다. 보개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 감싸고 있어 그 모양이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형태라 거북이마을이라고 한다. 인심좋은 정헌식 마을이장은 "보개산은 우리 민족이 30년 먹을 수 있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오랫동안 전해져 왔다"며 거북이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전망 좋은 곳에 설치된 정자에서 설명해준다.
솟대와 장승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솟대와 장승이 거북이마을의 시작을 알린다. 솟대는 민간신앙의 상징물인 장승옆에 나무로 깎아만든 새모양을 달아놓은 형태로 새해의 풍년을 바라는 뜻에서 정월 보름날 마을사람들이 농악을 벌인다. 거북이마을에는 유독 장승이 많이 세워져 있는데 사방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막기위해 마을중심에서부터 동, 서, 남, 북에 세워져 있다. 이 장승터에서 마을의 안녕을 위한 공동제를 지내는데 이를 오방제라 한다. 오방제는 음력 정월 초부터 대보름 사이에 그 해의 생기복덕을 보아 정초에 좋은 날로 정하며, 제주 세 명과 축관 한 명을 뽑고 제주는 오방제를 지낼 때까지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오방제는 마을로 들어서는 북쪽, 서쪽, 남쪽 입구에서 지내는데 서쪽과 남쪽의 장승터는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큰길 양쪽 입구에 있다. 북쪽은 마을의 뒤쪽 입구인 서낭당 터에 있으며 예전에는 동, 서, 남, 북, 중앙 등 다섯 방향에서 제를 지냈다. 그래서 오방제라고 불렀으나, 현재는 동쪽과 중앙의 두 곳은 제를 지내지 않고 있다. 동쪽은 마을 뒤쪽에 있는 보개산 상봉 부근에 있어 산이 험하고 오르내리기가 어려워 지내지 않고, 중앙은 하천 석축을 할 때 쌓여 있던 돌더미를 모두 써버려 서낭당 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방성 황당


제를 지내는 곳으로 서방은 구항면소재지 쪽에서 들어오는 입구이며 이곳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남방은 구항면 지정리 쪽에서 들어오는 입구이며, 산 언덕에 장승터가 있다. 본래 이 장승터는 바로 옆으로 뚫린 길 위에 있었는데 길이 뚫리면서 장승터가 없어져 길 옆의 산 언덕 쪽으로 장승터를 옮겼다. 북방은 마을 뒤쪽에 있는 보개산 고개마루에 있다. 이곳은 구항면소재지로 통하는 입구로 옛날부터 서낭당이 있던 터로 장승을 세우지 않고 제만 지낸다.
남방성 황당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오방제를 미신이라 하여 중단한 적이 있는데 해마다 지내던 제를 중단해 마을 어르신들의 걱정이 많았다. 지금까지 이 마을은 6ㆍ25때도 무사했고 타지에 나가서 객사하거나 특별한 재앙이 없어 마을에서는 대대로 오방제를 지내온 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오방제를 지내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많아 한 해 중단했던 오방제를 다시 시작해 지금까지 지내게 됐다.
구산사


마을입구에서 길을 따라 오면 길 우측으로 연자방아가 세워져있고 바로 좌측에 길이 하나 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구산사와 오래된 종가의 전통가옥들이 자리잡고 있어 장수의 상징 거북이처럼 역사가 오래된 마을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마을 중심에는 보살바위와 장승들이 함께 서있는데 보살바위는 예로부터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자들이 소원을 빌면 다음해에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보살바위를 중심으로 오른편에는 구산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위치해 있다. 구산사에는 담양전씨의 삼은선생 즉 야은 문명공, 뇌은 문혜공, 경은 문원공 삼형제를 봉안한 사당으로 삼은선생은 고려말 명망 높은 공신으로 당대에 많은 존경을 받았으나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되자 벼슬을 마다하고 숨어 버렸다고 한다.
생태체험 연못


구산사 왼쪽으로는 오래된 방죽을 수리해 만든 연못이 고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연못엔 민물고기등이 살고있어 생태학습 체험장으로 활용되며 여름체험프로그램으로 약천 남구만 선생이 즐기던 대나무 낚시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금왕정


보살바위 왼쪽으로는 금왕정이라는 정자가 고요한 자태를 뽐내며 서있고 정자 앞길을 따라 마을 위쪽으로 보개산 안자락에는 500년생 느티나무가 마을을 굽어본다. 마을보호수인 느티나무는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나무그늘을 제공해 주민들의 쉼터로 애용된다.
500년 된 느티나무


느티나무를 지나 위로 올라가면 멋진 기와지붕을 얹은 장충영각이 자리잡고 있다. 도지정 문화재인 담양전씨 문중의 좌천공 전웅상, 석천공 전천상의 영정과 한유도 등을 전시한 영정각으로 방6실을 갖춘 전통한옥 숙박시설로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고루 갖춰져 있다.
장충연각


장충영각 바로 위에는 약천초당이 위치해 있다. 약천초당은 약천 남구만 선생의 생가터에 지은 시조체험장으로 사군자정원과 산책로가 있어 아늑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로 시작되는권농가의 저자인 남구만 선생은 조선 숙종때 인물로 개국공신 남재의 후손이다. 대사성, 형조판서 대사간 등을 거쳐 영의정을 지냈다고 한다.
약천 남구만선생 체험관


약천초당을 뒤로하고 꽃나무길을 따라 마을 가장 위쪽에는 99칸 전통가옥 전용석 고택이 본채만 남아있다. 오달영(74) 내현마을 노인회장은 "예전 부잣집으로 나라에서 100칸짜리 집은 짓지 못하게 되어 99칸으로 지어진 집이다"며 "현재는 본체만 남아 있어 복원이 안된 상태"라고 전했다.
전용석 고택


현재 거북이마을은 40세대, 약 130여명이 살고있다. 거북이마을은 원래 70세대가 살고 있는 큰 마을이었으나 젊은 사람들이 도심지로 떠나면서 확연히 인원이 줄었다. 하지만 테마마을 조성사업으로 인해 마을이 하나되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다. 봄에는 화사한 꽃과 봄나물로 상큼한 입맛을 되찾고, 여름에는 500년된 느티나무 밑에서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글 수 있다. 가을에는 풍성한 수확을 함께 체험할 수 있고, 겨울에는 눈썰매, 연날리기 등 전통놀이의 정겨움을 느껴볼 수 있다.

시집올 때 백여명의 하인을 거느리고 오셨다는 종가집 할머니가 아직도 이 지방 특산주인 연엽주를 담그는 것을 볼 수 있고, 담양전씨 집안의 전통음식과 보리고추장을 맛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거북이마을이 간직한 전통의 향기를 느끼며 어릴적 향수를 고취시켜 도시민들에게 각광받는 테마마을로 성장하고 있다.


정헌식 마을이장은 "저희 거북이마을에 오셔서 보개산의 아름다움과 구산사의 우아함을 통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으시기 바란다"며 "계절별로 다양한 맛과 멋을 체험할 수 있는 우리 마을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마을 주민들이 하나되어 최선을 다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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