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혈은 여름에는 냉풍이 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 나오는 신비스러운 대자연의 결정체
상태바
풍혈은 여름에는 냉풍이 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 나오는 신비스러운 대자연의 결정체
  • 유태헌(홍주신문 서울본부장, 홍성고 20회)
  • 승인 2011.01.0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꾼 유태헌의 전국 100대 명산 산행기 충북 알프스 구병산

홍주신문은 국토의 등뼈를 밟아가는 산꾼 유태헌(홍주신문 서울총괄본부장ㆍ홍동출신ㆍ홍성고 20회ㆍ손전화 010-3764-3344)의 전국의 100대 명산 산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홍주신문 독자들과 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주>

산행일자 : 2010년 12월 25일
구 간 : 서원리-527봉-저수지삼거리-백지미재-구병산-853봉-신선대-정수암지-죽암리
산행거리 : 15.8km
산행시간 : 7시간 30분 소요

 

 

 

 

 

 

 


"산악인에게 등정의 욕심은 강렬한 것이지만 산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올라 갈 기회는 언제든지 있다. 이번에 실패하면 원정 경비를 벌어 다시오면 된다고 생각햇다. 설령 못 올라간들 어떤가. 산 정상에 올라간다고 인생이 바뀐 적이 있었는가. 꼭 정상을 밟아야겠다는 욕심에 화를 부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산악인 한왕용의 조선일보 인터뷰 중에서> 

두대간 속리산 구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구병산 산줄기의 장쾌하고 아름다움에 반했다. 산자락마다 푸근하게 이어지는 능선의 굴곡이 멋있어서 꼭 종주 하려했던 구병산 충북의 알프스 구간! 충북의 알프스는 충북 보은군에서 지정한 경관이 뛰어난 능선 코스다. 비록 지리산 주능선이나 설악산 서북능선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그 장쾌함만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리산처럼 가슴 포근한 육산의 면모와 현란한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색다른 곳이다.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리에서 시작하여 구병산 - 석기산 - 장고개 - 갈령 - 형제봉 - 천왕봉 - 문장대 - 관음봉 - 묘봉 - 상학봉 - 활목재에 이르는 43.9km 능선을 '충북알프스' 하며 1999년 10월 17일 특허청에 업무포장 등록을 하였다. 그 첫 구간인 구병산을 오르기 위해 남부 터미널 에서 06시 20분에 출발하여 09시20분 보은에 도착, 택시를 타고 09시 50분 들머리인 서원리에 도착한다. 충북의 알프스 산행은 보은군 외속리면 서원리의 고시촌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언제 부터인가 고시원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해서 고시촌이 형성 됐는데 지금은 그 수가10여개에 이를 정도다. 이곳에 고시생들이 몰리는 것은 화암서원이 있었기 때문에 지어진 서원이라는 마을 이름과 관련이 있고, 또한 선부잣집 넓은 99칸의 선병국 고가 공간이 과거를 공부하던 곳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산행는 서원교를 지나면 충북알프스 표지판이 있는 능선 초입에서 시작한다. 표지판에는 충북알프스 구병산 - 속리산(43.9km)라고 쓰여 있다.

 

 

 

 

 

 

 

 

 

 

 


9시 50분에 출발 한다. 527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은 초반부는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다. 경사가 만만치 않아 숨고르기가 쉽지 않다. 안부에 오르니 속리산 서북능선이 아득하고, 구병산 7.1km, 서원리 1.4km의 표지판이 선명하다. 서원 계곡의 입구와 보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665봉에 오르니 동 쪽으로 펼쳐진 능선 마루가 보통의 산행 코스가 아님을 알게한다. 능선 좌우를 가르는 길의 폭이 좁고 특히 조망이 너무 좋아 능선 산행의 참 맛을 느끼게 한다. 또한 속리산 천왕봉의 안정된 구도가 좌우에 거느린 능선과 함께 시야에 꽉 찬다. 작은 봉우리 몇 개를 넘으면 칼바위 능선이다. 바위가 칼날처럼 생겼는데 그 길이가 쾌 길다. 건너에 솟구친 753봉을 바라보며 탁 트인 시야를 만끽하니 상쾌함이 최고다. 구병산이 빤히 보이는 전망대에서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며 점심 식사를 한다. 추운 날씨에도 땀 흘리고 난후 마시는 막걸리는 여전히 시원하다.

 

 

 

 

 

 

 

 

 

 

 


구병산 정상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터질 듯한 가슴의 일그러짐을 느낄 때 고통에 비례하여 그 희열 또한 대단하다. 이것이 산행의 묘미가 아닐런지.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풍혈(風穴)을 만난다. 풍혈은 여름에는 냉풍이 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 나오는 신비스러운 대자연의 결정체로 구병산 정상에서 서원 계곡 방향으로 30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직경이 1m 풍혈 1개와 30cm 풍혈 3개 등 4개가 2005년 1월19일 발견되었다. 구병산 풍혈은 전북 진안군 대두산 풍혈과 울릉도 도동 풍혈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풍혈로 명성을 얻고 있다. 산행시작 4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주변이 모두 탁 트이는 구병산(876m)정상에 오른다. 구병산은 충북 보은군에 위치하고 있는 암릉산이다. 9개의 봉우리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면서 구봉산(九峰山)이라 했던 것을 마치 병풍을 두른듯하여 구병산(九屛山)으로 이름 지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 천왕봉은 '지아비山', 구병산은 '지어미山', 금적산은 '아들山'이라 하여 이들을 '삼산(三山)'이라 일컫는다. 정상에 서니 마치 내가 선계(仙界)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선선한 공기, 이 융융한 산기운, 이고요한 적막, 정상에 올랐다는 이 뿌듯함! 이 맛에 빠져 이렇게 땀 흘리며 산행하는 것이 아닐런지..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우거진 숲으로 물도 맑아 여름 산행에 적격이나 가을 단풍, 눈 덮인 겨울 산행 또한 기암절벽과 소나무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의 전망이 모두 뛰어나지만 특히 남쪽 전망은 기가 막힐 정도다. 좌우로 가로 지른 상주~당진 간 고속도로가 팽팽해진 연 줄처럼 쭉 곧게 뻗어 있고, 나란히 하는 25번 국도로 들판을 숨바꼭질 하면서 횡단하고, 산 아래에는 넓은 접시형 안테나가 여러 개 서있는 금산위성국 보은지구국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서쪽을 바라보니 걸어온 능선이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오고 있는듯하며, 동쪽으로는 연속되는 허연 이빨을 드러낸 암봉 들이 여러 개 겹쳐 보이는 것이 갈 길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 북쪽으로는 천왕봉에서 연이어 문장대, 묘봉,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하늘금을 그리며 용트림을 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구병산 최고 암릉 구간인 853봉 기암에 오르니 나무사이로 구병산 두 봉우리가 아름답다. 또한 동쪽으로 보이는 암릉 구간이 산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일반인들은 가끔 험로를 피해 우회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멋진 코스를 놓치고야 산을 탄다고 할 수는 없다. 암릉코스의 초반에 매우 오르기 힘든 암릉릿지가 있다. 툭 튀어나온 바위에 머리를 다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하고 선등자가 후등자를 도와주어야 하는 곳도 있다. 첫 번째 위험구간을 지나면 바위를 감싸고돌아야 하는 스릴이 기다린다. 또한 절벽을 내려서는 방법이 나무를 부둥켜안고 내려서야 하는 곳도 있다. 능선 마루를 따라 조금 지나면 신선대를 만난다. 오래된 소나무로 둘러싸인 신선대는 넓적한 바위로 이루어져 옛날에는 신선들이, 지금은 등산객의 쉼터로 적격이다. 신선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S자형 충북알프스 능선이 이어지고 저 멀리 봉황산과 대궐터산(청계산) 이 눈에 들어온다. 구병산 정상 1.8km, 적암리 4km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휴식을 취하고 적암리로 하산 한다. 급경사 길을 내려오니 정수암지를 만난다. 절터에는 흔적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시설물도 없다. 다만 왼쪽에 샘물만 졸졸 흐르고 있을 뿐이다. 500여 년 전에 이곳에 정수암이라는 암자가 있었고, 스님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암자에 수도하는 스님들은 6개월을 더 버티지 못하고 암자를 떠났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이 옹달샘 물을 마시면 정력이 넘쳐 이를 주체치 못하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하니 웃기는 전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구병산 남쪽 25번국도 상에 있는 적암리(赤岩里)는 일명 사기막 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 조헌의 문인인 가평 출신의 포제 이명백이 의병을 일으켜 사기를 크게 진작 시킨데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실제로 적암리 마을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시루봉의 암릉이며, 구병산 일대의 암릉들은 붉은 기운을 띠고 있다. 팔각정을 지나 적암리로 내려오니 까치밥을 위해 남아 있는 빨간 감이 세찬 바람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적암리 뒤쪽으로 구병산의 바위 봉들이 병풍을 세워 놓은 듯 우뚝 솟아 있다. 바위 봉을 세어 보니 9개가 되기도 하고 10개가 되기도 한다. 대전~상주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25번 국도에 있는 적암리 휴게소가 북적였는데, 지금은 등산객만이 찾는 한산한 곳이 되었다. 캔 맥주 한 병에 갈증을 풀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고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구병산의 장쾌한 산줄기에 넋을 잃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