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대륙을 겨냥 뚝심을 치솟게 하는 힘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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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대륙을 겨냥 뚝심을 치솟게 하는 힘의 원천
  • 유태헌(서울본부장)
  • 승인 2011.03.1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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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헌의 백두대간 종주기] 25구간 ②

올해 들어 본지는 국토의 등뼈를 밟아나가는 유태헌(홍주신문 서울본부장홍동출신ㆍ홍성고 20회ㆍ손전화 010-3764-3344) 출향인의 백두대간 종주기를 비롯해 산행기를 연재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산행일자 : 2011년 3월 5일~6일
구 간 : 도리기재 - 구룡산 - 곰넘이재 - 신성봉 - 차돌배기 - 깃대배기봉 - 부쇠봉 - 태백산 - 화방재
도상거리 : 24.6km
산행시간 : 10시간 40분 소요

태백산에 들러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 묵객은 많다. 고려 말기에 문명을 드날렸던 안축(安軸, 1287~1348)은 태백산에 올라 제법 감명을 받았던지, 그는 '등태백산(登太白山)'이란 칠언율시를 남겼다.

直過長空入紫煙 (직과장공입자연)
긴 허공 곧게 지나 붉은 안개 속 들어가니

始知登了最高嶺 (시지등료최고령)
최고봉에 올랐다는 것을 비로소 알겠네.

一丸白日低頭上 (일환백일저두상)
둥그렇게 밝은 해가 머리 위에 나직하고

四面群山落眼前 (사면군산낙안전)
사방 뭇 산봉우리들이 눈 아래 앉아 있네.
身逐飛雲懿駕鶴 (신축비운의가학)
몸은 날아가는 구름 쫓아 학을 탄 듯하고

路懸危嶝似梯天 (노현위등사제천)
돌층계 허공에 걸렸으니 하늘 오르는 사다리인가

雨餘萬壑奔琉張 (우여만학분류장)
비 그친 골짜기마다 시냇물 내달리고

愁度榮回五十川 (수도영회오십천)
굽이굽이 오십천에 근심을 띄우나니 


태백산을 오르고 나서 마음 속의 감회를 시로 읊은 것으로 천제단 남쪽 정상석 옆에 세워져 있는 글인데, 정말로 태백산의 전경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시이다.

한편 태백산은 추가령 지구대를 축으로 하여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한반도의 등줄기라면, 태백산은 그 앉음새부터 한반도가 그 허리를 쓰도록 육중하게 박혀 있는 꼴이 된다. 그것은 대륙을 겨냥하여 뚝심을 치솟게 하는 힘의 원천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산세도 특이하여 돌올하다거나 빼어났다거나 함이 없이 어디까지나 의젓하다. 야단스럽게 기암괴석으로 덮여 있는 금강이나 설악과도 달리 그저 뭉글뭉글한 육산(堉山)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눈에 융숭한 덕성을 감득하게 한다. 말하자면 사내다운 중후한 웅건함과 융융한 충실감이 꽉 차있어 남한의 어느 산보다 훨씬 대륙적인 기상을 풍겨준다.
1991년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된 천제단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방백수령과 백성들이 천제를 지냈고, 구한말에는 우국지사들이, 일제 때는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렸던 성스러운 제단이다. 태백시에서는 매년 10월 3일 개천절에 태백제를 개최하여 천제를 지낸다. 천제단을 중심으로 5분 거리인 북쪽 300m 지점이 태백산의 주봉인 가장 높은 장군봉, 남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면 멀리 수만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문수봉이 있다. 천제단에서 유일사 쪽으로 내려가는 능선 중간과 문수봉으로 가는 중간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때마침 내린 눈이 바람이 세차게 불어 잘 녹지 않고 계속 쌓여,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눈을 날려 설화를 만든 눈꽃으로 태백산 전체가 환상이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저마다 탄성을 자아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유일사 쪽으로 내려오는 동안 내내 눈 덮인 주목과 같이 한다. 주목 사이로 북쪽의 백두대간 길에 위치한 함백산의 조망도 일품이고, 하얀 눈을 잔뜩 머금고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유일사 삼거리에 도착한다. 인연이 없으면 못 온다는 유일사는 강원도 태백시 소도동 287번지에 위치한, 대웅전 위가 천제단이 있으며 태백산 능선 깊은 계곡에 자리 잡은 비구니 스님들만 계시는 조그마한 사찰이다. 불당인 무량수전을 불사하기 위하여 2010년 6월 23일 입재하여 2013년 6월 23일에 회양하는 1000일 기도를 하고 계시며, 현재는 임시 법당에서 무량수전의 편액만 걸어놓고 기도를 하고 있다. 한편 태백산에는 유일사 이외에도 망경사, 백단사, 만덕사, 청원사 등이 있다.

 

 

 



나무에 매달린 눈 고드름이 녹으면서 떨어져 바닥에 크리스탈처럼 영롱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면 산령각(山靈閣)에 도착한다. 사길령을 넘어 다니던 부보상들이 호랑이와 도적들로부터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지금도 음력 4월15일 태백산 신령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다. 현재 '태백산사길령산령각계회'에 보관중인 [천금록]은 200여 년 전부터 부보상들이 이곳 산령각에서 제사를 지낸 기록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래가 없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천금록에 의하면 전남과 함북지방에서도 산령각 제에 참석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춘양에서 태백으로 넘어오는 고직령~새길령~유령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영남 북부와 강원 남부를 잇는 상권의 통로였음을 알 수 있다. 산령각을 지나면 사길령이다. 경상도 봉화, 춘양에서 태백지역으로 넘나들던 사길령의 원래 이름은 새길령, 이는 고려시대에 새로 난 길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길령을 벗어나면 오늘에 날머리인 화방재에 13시 50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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