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험해 데굴데굴 굴러 내리는 고개, 대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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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험해 데굴데굴 굴러 내리는 고개, 대관령
  • 유태헌 서울본부장
  • 승인 2011.08.11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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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헌의 백두대간 종주기] 31구간
산행일시 : 2011년 5월 28일~5월 29일
산행구간 : 대관령 - 새봉 - 선자령 - 곤신봉 - 동해전망대 - 매봉 - 소황병산 - 노인봉휴계소 - 노인봉 - 진고개
산행거리 : 25.80㎞
산행시간 : 8시간 30분

 


백두대간 산행기를 2개월 정도 쓰지 못했다. 6~7월 제주도, 부산, 경남에 있는 경찰서에 강의가 있다 보니 주말에 백두대간 산행 후 정리를 못하고 이제야 산행기를 올리게 돼서 독자들에게 송구스럽다. 이번 구간은 대관령에서 시작해 선자령, 오대산 노인봉을 지나 진고개 까지다.

백두대간의 큰 고개인 대관령(大關嶺. 832m)은 강원도의 유서 깊은 고을인 강릉과 역사를 같이해 온 고개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활을 하는 고개로서 강릉의 전설과 신화는 모두 여기서 시작한다. 대관령을 아직도 ‘대굴령’ 이라 부르는데 이는 ‘너무 험해 데굴데굴 굴러 내리는 고개’ 라는 뜻이라고 강릉 촌로들은 아직도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까지 이용하던 ‘대관령 옛길’은 동쪽의 강릉 구산에서 반정을 거쳐 대관령 너머 서쪽의 횡계까지를 말한다. 이중 현재까지도 비포장으로 남아 있는 대관령 옛길은 제민원이 있던 대관령박물관에서부터 옛 영동고속도로(456 지방도)와 만나는 신사임당사친비 앞의 반정까지 5㎞ 구간이다.

백두대간의 큰 고개인 대관령을 뒤로하고 옛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휴게소 근처의 산불감시초소 옆으로 난 큰길을 따르면 대관령국사성황사와 산신각이 나온다.

한국의 4대 명절이라 하면 설. 한식. 단오. 추석을 말한다. 이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하다는 음력 5월 5일 단오날을 전후하여 서낭신에게 지내는 제례가 바로 단오제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단오제는 강릉에 전해온다. 200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에서 모시는 주신(主神)은 대관령국사성황사와 산신각에서 모셔온다.

국사성황사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오르면 새봉에 이른다. 새봉(1071m)은 선자령과 발왕산 사이의 봉우리이며 날씨가 좋으면 강릉시와 동해까지 내려다 보인다. 백두대간 새봉이라 적힌 안내판과 철탑이 맞아주지만 정작 멋지게 만들어 놓은 전망대는 안개로 바로 앞도 분간 안된다. 대간길은 키작은 나무 사이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면 선자령(仙子嶺, 1157m)이다. 맑은 날이면 강릉 시내와 동해의 파란 물결, 그리고 우리나라 최대의 고위평탄면인 대관령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남으로는 능경봉 -고루포기산, 북으로는 황병산 -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마루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겨울이라면 대관령 고원목장의 눈 덮인 능선과 파란 하늘이 만든 조화는 한 폭의 풍경화다. 운동장 같이 넓은 정상에는 안개속에 우뚝하게 장승처럼 서 있는 백두대간 선자령 표지석이 반긴다.


뒷 면에는 친절하게도 산경표에 대간과 정맥을 새겨 놓았다. 삼각점(도암23)과 아담한 선자령 표지석도 정겹다.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선자령은 제왕산, 백덕산, 태백산과 더불어 겨울 산행코스로 인기 있는 곳이다. 선자령(仙子嶺) 유래는 한자 뜻 대로 능선에서 뻗어 내린 계곡의 경관이 수려해 하늘의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을 줄기며 놀았다는데서 유래된다.

파란 하늘과 새하얀 설원이 펼쳐져 ‘한국의 알프스’ 라 부르며 눈과 바람이 극치를 이루는 겨울 선자령을 사람들은 더 좋아 한다. 한편 다른 계절의 선자령은 푸른 초원이다. 600여 만평의 풀밭으로 이루어진 대관령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광경은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며, 특히 쉬~익 쉬~익 소리내며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수백개가 떼지어 서있는 선자령은 이국적이다. 뿐만 아니라 선자령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푸른 초원과 풍력발전기의 아름다운 대간길은 곤신봉(1131m)에 이른다. 곤신봉에서 강릉쪽으로 대공산성이 있는데, 1979년 5월 강원도 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된 대공산성은 강릉시에서 서쪽으로 약 20㎞ 쯤 되는 성산면 보광리 북쪽에 있는 길이 약 4㎞의 산성으로 보현산성 또는 대공산성이라고도 불린다. 축성연대는 미상이나 축성에 관하여 두가지 전설이 전한다.

옛날 백조의 시조인 온조왕이 군사 훈련을 위해 쌓았다고 하고, 또 발해의 왕족인 대씨(大氏)성을 가진 사람이 쌓았기 때문에 대공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본격적인 삼양대관령 목장이 펼쳐지는 곤신봉은 초지와 숲 영동과 영서의 경계를 이룬다. 길은 숨박꼭질 하듯 숲으로 들었다 임도로 나왔다를 반복하며 ‘웰 컴투 동막골’과 ‘태극기 휘날리며’ 찰영지를 지나 동해일출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강릉시내와 동해바다가 아름답다.

오늘 구간은 크고 작은 간판도 가지가지다. 왜 있는지도 모를 ‘대관령지역 군사 시설물 철거 현황판’을 비롯하여 백두대간까지 잠식한 대관령 목장 안내판, 태극기 휘날리며,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한다는 출입금지간판, 또 군데군데’ 목초는 우유와 고기입니다’라는 푯말을 지나면 어느덧 매봉(1173m)에 이른다.

오대산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매봉에서 오른쪽 출입금지판을 지나면 어디서 본 듯한 소나무 한구루가 깊은 사색에 잠긴듯 멋지게 서 있는 오르내림이 제일 적은 평탄한 숲길이다.
때 늦은 철쭉이 만발한 대간길을 모처럼 힘써 오르니 소황병산(1328m)이다.
소황병산 지킴터에서 벌금을 내고서야 통과 했다.

공단에서는 대간꾼이 백두대간을 훼손한다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정작 산림을 크게 파손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온 산에 임도를 낸다며 파헤치는 산림청이 그 중 하나고, 돈에 눈이 멀어 대간길을 파 헤치는 바로 그들이 아니 겠는가?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노인봉 대피소에 도착하니 대피소가 텅 빈채 방치되어 있다. 대피소는 원래 백두대간 지킴이 괴짜 노인 성량수 씨가 머물던 곳이다. 지난 1986년 노인봉 산장에 들어 20여년을 노인봉에 살아오며 뼈를 묻을 곳이라 여겼던 곳이나 그는 2006년 3월 이곳에서 쫓겨 났다. 이역시 마음 한구석 아파온다.

대피소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노인봉(老人峰.1338m)이다.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하여 노인봉이라 불렀다한다. 노인봉은 남쪽으로는 황병산(1407m)이 있고, 북동쪽으로는 긴 계곡이 청학천을 이룬다. 노인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류로 내려가면서 낙영폭포,만물상,구룔폭포,무릉계로 이어지는데 이름하여 청학동소금강(靑鶴洞小金剛)이라한다.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가진 명소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1970년 우리나라 최초로 명승1호로로 지정된 청학동소금강이 대표적인 절경이다.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부여할 때는 대개 지역 이름을 앞에 붙여 경기 소금강, 정선 소금강 등으로 부른다.

노인봉에서 발원한 청학천이 13㎞ 흘러내리며 이룬 이 소금강은 기암기석과 층암절벽, 소와담, 폭포 등이 절경을 빚고 있다. 무릉계를 기준으로 상류쪽을 내소금강, 하류쪽을 외소금강이라 한다. 외소금강에는 금강문,취선암,비봉폭,그리고 내소금강에는 삼선암,세심폭,청심폭 등이 대표적인 경관을 이룬다. 이밖에도 30개가 넘는 경관지가 있는데, 특히 금강산의 그것과 흡사한 만물상,구룡연,상팔담 등이 볼만하다.

계곡 요소마다 철난간이나 구름다리등이 놓여 있다.소금강은 무릉계 무릉폭에서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무릉계에서 1.1㎞ 거리에는 계곡 물이 열십자 모양의 못을 이룬 십자소가 낭떨러지 아래에서 깊은 물을 일렁이고, 다시 600m 지점에는 식당암이라는 평평한 암반이 있다. 식당암에서 극락고개를 오르면 세심대와 청심대를 지나 구룡폭(구룡연)에 이른다. 아홉 폭포가 연달아 내려꽂히는 자태가 장관이다.구룡폭 바로 위에는 만물상이 있다. 거인의 옆얼굴을 닮은 귀연암, 촛불형상의 촛대석, 암봉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낮이면 해 같고 밤이면 달 같은 일월봉, 거문고 타는 모습의 탄금대 등이 만물상을 장식한다.

관리사무소에서 만물상까지는 약 4㎞로 2시간쯤 걸린다. 소금강은 일찍이 율곡 이이선생이 머물며 남긴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금강산을 빼 닮았다하여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렀다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계단길을 내려서면 진고개(泥峴)다. 진고개는 비만 오면 땅이 질어지는 이 고개의 특성이 지명이 되었다. 또 고개가 길어서 긴고개라 하다가 방언의 구개음화(ㄱ~ㅈ)로 진고개가 되었다.

진고개는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4리에 있는 높은 고개로 백두대간줄기인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에 있으며, 연곡면 삼산리 쪽으로 가면 송천이 되고 남쪽으로 가면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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