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당항 궁리포구 낙조, 풍부한 수산물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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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항 궁리포구 낙조, 풍부한 수산물의 보고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20.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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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관우의 우리가 자란 땅’ 천년홍주 100경 〈13〉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에서 빠져 나와 천수만 방조제 쪽으로 달리다보면 조그만 항구도시인 홍성 서부의 남당항과 마주치게 된다. 잔잔한 은빛 수면으로 오색 빛 석양이 아름다운 물빛 위로는 괭이갈매기 등 철새 떼들이 간척지인 AB지구를 감싸는 남당항은 광활하게 펼쳐진 천수만과 어우러져 풍부한 수산물의 보고로 꼽히는 곳이다. 새조개를 비롯해 대하, 우럭, 주꾸미, 꽃게, 새우 등 사계절 싱싱한 수산물이 잡히는 사연을 남당항만은 알고 있을 대표적인 명소다. 특히 겨울철 최고의 별미인 새조개가 유명해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새조개’는 귀족조개, 황금조개, 해방조개로 불리며 조개 중의 으뜸이라고 한다.

이 맛을 보지 않고 어찌 세상을 살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으랴. 껍질을 벌리면 삼각형의 긴 발을 늘어트린 채 작은 새가 털도 없이 태어난다. 다리가 닭고기 맛과 비슷하다고 해 조합(鳥蛤)이라고도 한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경남지역에서 대량 번식하여 인근의 어민들에게 수년간 ‘황금’수입원이 됐으며, 이 때문에 ‘해방조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형으로 볼록하고 얇으며 껍데기를 붙이면 공처럼 보인다. 껍데기 표면에는 40∼50개의 가늘고 얕은 방사상의 주름(방사륵;放射肋)이 있고, 이 방사륵을 따라 부드러운 털이 촘촘히 나 있다. 껍데기표면은 연한 황갈색의 각피로 덮여 있고, 안쪽 면은 홍자색이다. 발은 삼각형으로 길고 흑갈색이다. 사람들은 이 조개의 이름을 ‘새조개’라 부른다. 이 조개는 가만히 있을 때는 크기나 모양에서 평범한 조개의 모습과 비슷하나,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마치 먹이를 쪼려는 듯 진한 초콜릿 빛 부리를 쏘옥 내민다. 바닥에 놓으면 파닥파닥 튀어 오르려는 모습으로 봐서는 영락없는 새다. 특이한 이름이나 모양만큼, 귀한 것 또한 새조개다. 얼마나 귀했으면 웬만한 사람에게도 붙이기 힘든 ‘귀족’이란 말을 조개에 붙였을까. 일단 새조개는 양식이 불가능하며, 청정갯벌에서만 잡힌다. 얼마나 까다로운지 죽은 갯벌에서는 절대로 살지 않는다고 한다.

새조개를 잡는 방법은 백합을 잡는 방법과 비슷하다. 갯벌에 박힌 백합을 오롯이 사람의 힘만으로 ‘그레(갈퀴가 달린 끌개)’를 끌어 캐낸다면, 새조개는 배의 동력을 이용해 그레 역할을 하는 ‘형망 틀’을 끌어 잡는다는 점이 다르다. 

일단 배의 후미에 달아맨 ‘형망 틀’을 잘 점검하여 닻을 내리듯 틀을 갯벌에 내려놓는다. 바닥에서 새조개를 긁어모으는 커다란 ‘참빗’ 모양이다. 쇠창살이 100여 개 정도 박힌 너비 3m정도의 ‘참빗’을 갯벌 30cm 깊이까지 박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 속 10~30cm 사이에 새조개가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쇠로 된 살과 살 사이의 간격은 어림잡아 5~6cm, 그러니 6cm 이하의 새조개는 살 사이로 빠져나가게 돼 있다. 어린 것은 안 잡는 게 어민들에게도 득이며, 어업의 기본 원칙이다. 새조개는 양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디에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심 5∼30m의 진흙 바닥에 살며 발을 이용해 헤엄쳐서 멀리까지 움직일 수 있다. 산란기는 7∼10월이다. 

새조개를 즐기는 비법은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갔다 건져 내면 제 맛이 난다. 끓는 물에 너무 오랫동안 익히면 육질이 질겨지고 단맛도 사라져 제 맛이 나지 않는다. 얼마나 쫄깃하냐는 것은 불과 5초 사이에 판가름 난다. 건져 낸 새조개를 초장에 풍덩 빠트려 입 안으로 집어넣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짭짤하고도 쫄깃한 맛과 향이 일품이다. 새조개 말고도 키조개의 맛도 명품이다. 

특히 남당항 주변과 천수만에서 잡힌 대하는 살이 통통하고 그 맛이 담백해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자생하는 80여종 새우 가운데 가장 크고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대하는 충분히 바닷물을 머금고 있어 자체 간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구울수록 먹음직스럽게 변한다. 평상시에는 회색에 가까운 잿빛 대하를 구우면 빨갛게 변색이 된다. 이처럼 대하나 꽃게를 끓이거나 구울 때 색깔이 빨갛게 변하는 것은 껍질에 들어있는 아스타크산틴이라는 색소 단백질 때문이다. 항노화 물질로도 알려진 아스타크산틴은 가열하면 붉어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남당항 위쪽 궁리포구 낙조는 진수다. 또 10리 안쪽에는 대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하는 죽도라는 섬이 점 하나를 찍고 있다. 멀리 안면도가 보이는 해안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도 바로 남당항이다. 겨울철에는 별미로 꼽히는 새조개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당항과 천수만 일원에서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잡히는 새조개는 살이 매우 통통하고 크며 맛이 좋기로 소문나 미식가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특히 천수만 새조개는 단백질, 철분, 타우린이 풍부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 미식가들은 물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좋아하는 남당항의 대표적인 별미로 자리 잡고 있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면 홍성 남당항을 찾아가 해물삼매경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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