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심 근대건축물 부활… 젊은 관광객이 몰린다
상태바
옛 도심 근대건축물 부활… 젊은 관광객이 몰린다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08.02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년역사도시,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가 답이다 〈6〉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전경. 

근대역사박물관, 일제강점기의 잔영 복원·재생해 생생한 교육의 장
개관 4년 전국 공립5대 박물관 선정, 개관 6년 관람객 100만 돌파
젊은이 등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한 도시
근대역사문화유산 활용한 테마 등 도시재생선도사업을 추진한 결과

 

정부는 ‘코로나19’시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3대 여행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소규모 여행, 마스크 쓰고 여행, 밀폐·밀접·밀집 피하기 여행이다. 아울러 소규모 안전여행 문화를 확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산에서는 ‘안전한 여행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간직하세요’라는 표어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2020 특별 여행주간’을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취재차 군산을 찾았지만 관광지에서 특히 필요한 것은 안전과 예방이다. 군산 역시 마찬가지다. 근대미술관이나 근대역사박물관, 군산항쟁관 모두 마스크 없이는 입장이 불가했다. 손 소독제와 더불어 열을 재고 시간차를 두고 입장시켰다. 사진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내리지 못하게 단속을 했다. 또한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의 경우 스티커를 옷에 부착해 안전하게 다른 관광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도 지난 22일부터 개관에 들어갔으며, 그 밖의 전시관은 28일부터 개관한다는 소식이어서 취재에 나섰다. 군산시와 시민들은 방역의 끈을 놓지 않고 힘을 모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근대건축물 가장 많이 남은 도시 군산
전북 군산에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건축물과 유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본식 가옥이 들어선 장미동, 월명동, 신흥동 일대를 돌다보면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가 묻혀있는 근대문화유산을 만나게 된다. 1899년 근대적 항구로 개항한 군산 내항, 그곳에서 만난 금강(錦江)하류의 강물은 군산의 아픈 역사만큼이나 여전히 흐린 탁류다. 

군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근대역사박물관이다. 지난 2011년 개관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역사문화자원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의 잔영을 복원, 재생했기에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들에게 생생한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1층 해양역사박물관, 2층 근대자료 규장각실, 3층 근대생활관으로 이뤄져 있다. 이 박물관에는 모두 4400여 점의 유물과 자료가 전시돼 있는데, 이중 2250점이 군산시민과 단체들이 기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물관 3층에 있는 근대생활관에는 근대의 중간 길목인 1930년대를 테마로 그 시절의 풍속과 애환을 담아낸 그 시절의 광경이 펼쳐진다. 인력거방과 잡화점, 술도가, 내항 창고, 군산역 등 건물 11채가 옛 모습으로 재현돼 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묘사되고 있는 군산 만월표 고무신집과 뜬다리 부두, 되로 팔던 성냥개비와 지게, 막대저울 등 눈길을 끄는 자료가 많다. 옥구 구마모토 농장 토지대장과 상공인 회계서류 등도 전시돼 있어 과거로의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군산의 근대사는 일제에 대한 저항으로 함축돼 있다.

1908년에 지은 옛 군산세관 본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관 건물이다. 고딕 지붕과 로마네스크 창문, 영국식 현관과 벽난로의 흔적 등 유럽 건축양식을 혼합한 근대 일본식 건물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돼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 같은 시기에 지은 건물 하나는 인문학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옛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은 군산근대미술관으로,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군산근대건축관으로 사용된다. 미술관 뒤쪽에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을 재현한 공간도 있다. 벽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가 선명하다. 1922년에 지은 조선은행은 당시 군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사용하지도 않는 2층을 올리고 과시하듯 지붕을 높게 설계한 모양은 오히려 치졸함으로 다가온다. 건축관 한쪽에 1926년 군산항 축항 공사를 기념하며 쌓은 쌀가마니 사진이 있다. 기름진 호남평야를 옆에 두고 풀뿌리로 연명하기도 어렵던 우리의 민족에게 쌀가마니 탑은 어떤 의미였을까. 


■ 도시재생, 역사문화·관광도시 탈바꿈
일제 강점기 쌀 수탈의 전진기지였던 군산은 광복 이후 긴 침체의 길을 걸었다. 오랜 기간 발전하지 못한 덕분에 군산은 전국에서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이 남은 도시가 됐다. 도시가 팽창하고 군산 신(新)항이 생기면서 옛 군산항과 주변의 구도심(군산 장미동, 월명동, 영화동, 신창동, 중앙로 1가 등)은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그렇게 잊힌 옛 도심은 지난 2008년부터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군산은 항구도시와 공업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근대역사문화도시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먹거리문화를 창출하는 관광도시로 바뀌었다. 특히 내항의 기능 쇠퇴로 활력을 잃어가던 군산이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된 이후 관광객이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군산시를 방문한 관광객은 지난 2016년 102만6845명으로 2013년 22만 명에 비해 5배 가량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지난해인 2019년 방문객을 집계한 결과 9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7년 87만4870명, 2018년 81만27명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선 셈이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근대역사박물관에 가면 볼거리가 넘친다는 마케팅 활동의 효과로 각 전시장을 연계한 스탬프 투어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등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수학여행지, 가족단위 관람객, 특히 젊은 커플 등 젊은이들에게 많은 각광을 받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개관 4년 만인 2015년 전국 공립5대 박물관으로 선정되고, 개관 6년 만에 관람객 100만을 돌파하는 등 10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굵직한 성과를 기록한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시민과 함께 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실시된 금강권 전시장인 3·1운동기념관, 채만식문학관, 철새조망대 등의 통합 운영으로 2018년 대비 2019년 금강권 전시장 관람객 수가 200%나 증가됐으며,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군산 동부권 지역까지 관광의 축을 넓히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물관 박정희 운영계장에 따르면 “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하고,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지역박물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며 “매년 20여회의 기획전과 특별전이 박물관 벨트화지역에서 개최되는데, 올 한해도 군산의 지역사를 조명하는 주제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계획”이라고 소개하면서 “군산의 근대역사문화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특화된 박물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다양한 근대문화행사가 진행될 예정으로, 근대연극, 근대인형극, 거리문화공연, 시민 바자회 등과 연계해 볼거리가 있는 특화된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근대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한 테마 등으로 도시재생선도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군산시는 내항기능 이전으로 원도심에는 인구의 74%가 감소하는 등 공동화와 침체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014년 군산시 월명동, 영화동 등 원도심 일대를 도시재생선도사업(근린재생형)으로 선정하고 군산시와 함께 다양한 협업사업을 추진해 왔다. 개항이후 근대역사문화유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원도심에는 개항기를 주제로 한 테마가로가 조성됐다. 거리정비 이후 원도심 상가에 빈집·빈 점포를 활용한 다양한 업종이 입점하는 현상이 생겼다. 국내 최초로 게스트하우스 협동조합(펀빌리지)이 설립되기도 했다. 한편 숙박시설이 부족한 원도심에 내·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또 도시재생 청년스타트업 시범사업도 추진됐다. 쇠락한 전통시장인 ‘영화시장’의 빈 점포에 청년 창업자를 유치하는 계획이다.

사업아이템 발굴에서부터 시공·운영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통합 지원한다. 도심활성화 이후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역 건물주와 문화단체,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임대료 상한협약을 맺었다. 건물주는 3년 간 보증금 200만원, 월임대료 20만 원 이하로 건물을 임대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군산은 2018년 동백대교 개통 등 주변 교통 환경의 다변화로 역사·문화·관광지로서의 접근성이 좋아진 상황을 적극 활용해 내실 있는 운영과 더불어 금강권 전시관 통합운영,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협력강화를 통해 관광객들과 상생하는 도시를 꿈꾸고 있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