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백제왕도 천년 고도 ‘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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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백제왕도 천년 고도 ‘익산’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0.09.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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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역사를 담은 땅,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묻다 〈2〉
미륵사지석탑.
미륵사지석탑.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지 포함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 5주년
이 땅이 품은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왕도익산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미륵사지석탑’ 보수·정비
세계유산 백제유적지구를 기반으로 ‘500만 관광도시’ 도약을 꿈꾸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끝없는 대화다. 백제의 마지막 왕도였던 전북 익산은 1400년 동안 간직해 온 이야기를 남겨진 유적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익산사람들은 그 위에 다양한 문화의 색을 입히며 새로운 브랜드를 재창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익산은 지리적으로 남쪽으로는 만경강이 흐르고, 서북쪽으로는 금강이 흐른다. 미륵산과 용화산을 제외하면 익산 땅의 90%는 평야지대로 이뤄져 있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익산을 경제적으로는 물산이 풍요롭고, 문화적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도시로 발전시켰다. 한성(서울)에서 밀려난 백제는 권토중래를 꿈꾸며 익산을 왕도로 삼아 재기를 노렸다. 근대 이전까지 여산과 금마는 육상교통의 요지로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머무는 거점이었다. 근대 이전 금강의 지리적 영향을 받으며 경제와 문화, 사상과 문물의 유통거점이 됐던 금마 중심의 익산은 1914년 호남선의 개통과 이리역이 개설되면서 점차 이리(裡里)를 중심으로 한 근대도시로 변화해 갔다. 1995년 익산군과 통합되기 전까지 이리시는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는 철도교통의 중심지로써 교육, 물류, 패션, 종교, 산업의 중심도시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지리적·인문적 여건 속에서 익산은 개혁과 도전, 개방과 포용의 도시로 성장해 나갔다.

금강 연안에 위치한 입점리 고분군의 금동신발과 전통적인 한국의 목탑 양식으로 건립된 한국 최고(最古)의 석탑인 미륵사지석탑, 김대건 신부의 기착지와 그를 기념한 나바위성당,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소태산 박중빈의 원불교와 원광대학교, 농업기술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설립됐던 이리농림학교, 이리역 폭발사건과 새 이리건설 등은 익산이 지나온 천년의 역사를 상징한다. 이러한 역사적 유산과 사건들은 매 시기마다 익산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시련과 도전의 역사를 맞았으며, 어떤 방식으로 이를 개혁과 포용, 다양성과 혁신이라는 시대정신으로 전환시켜왔는가를 잘 보여준다. 1400년 전 백제와 끝없이 소통하며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고도(古都) 익산’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익산의 여정을 살펴본다.
 

■ 역사로 풍요로운 삶, 문화도시 익산
익산은 이 땅이 품은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왕도익산을 위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과 문화재청과 함께하는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은 물론 익산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학술회의’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자체를 브랜드화 하고, 지역문화 활성화와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지난 2017년 시작해 2021년까지 5년간 추진되고 있다. 고도익산 디지털라이브러리, 익산 아카이브 왕도인(王都人), 청년역사 ‘꾼’ 고도LAB, 왕도정원 가꾸기, 역사놀이터 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또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추진은 지난 2018년부터 2038년까지 공주, 부여와 더불어 익산의 핵심유적 8개소(백제왕궁, 미륵사지, 제석사지, 쌍릉, 익산토성, 미륵산성, 금마도토성, 연동리석조여래좌상)가 국가차원에서 보존·관리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익산은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지를 포함한 백제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5주년을 맞아 ‘무왕의 도시’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백제유적지구는 지난 2015년 7월, 연속성과 완전성, 진정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 12번째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선정됐다.
익산은 경주, 공주, 부여와 같이 2005년에 제정된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고도(古都)로 지정됐다. 익산은 고대 동양의 수도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되는 궁궐, 왕릉, 사찰, 성곽 등 4대 요건의 유적이 완전하게 보존돼 있어 일찍부터 왕도로 주목받은 지역이다. 따라서 백제 역사에 있어서 익산의 위치를 천도, 별도, 별부, 천도계획지, 이궁, 행궁설 등 백가쟁명식의 다양한 견해가 표출됐다. 이를 종합하면 왕궁과 관련돼 있다는 의견의 일치다. 

우선 왕궁유적은 20여년의 발굴조사 결과, 남북 490여m, 동서 240여m의 장방형 궁궐 성벽이 발견됐다. 성벽의 폭은 3∼3.6m이며, 내 외부에 사람이 통행할 수 있도록 시설한 보도이거나 낙수처리를 위한 폭 1m의 시설이 확인됐다. 성곽 내부에서는 평탄면을 조성하기 위해 동서방향으로 4개소에 석축을 쌓아 활용했고, 1동 2실 구조의 와적기단 건물지와 남벽 중앙문지에서 남북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곳에서 확인된 동서 31m, 남북 15m의 정면 7칸, 측면 4칸인 대형 건물지는 정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내부의 서쪽에서는 왕실과 연관된 공방지와 화장실유구가 확인됐고, 남북 중앙부분의 동편에서는 정원유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 익산은 백제 무왕시대 수도, 백제왕도
세계유산 등재 이후 백제유적지구는 많은 변화를 겪으며 무왕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석탑인 ‘미륵사지석탑’이 보수와 정비를 완료하고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석탑 해체조사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학술조사연구와 구조보강, 보존처리 등을 시행해 6층 모습으로 완료했다. 석탑 보수는 20년간 2100억 원이 투입됐으며, 사용된 부재는 총 1627개로 1830톤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미륵사지석탑은 최장기간 동안 체계적인 연구와 수리가 진행됐으며, 국제적 기준에 따라 보수정비 과정을 이행함으로써 석조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탑 보수 완료와 함께 준공된 국립익산박물관은 국보와 보물 11점을 비롯해 3000여점이 전시돼 백제왕도 익산의 위용을 드높이는데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익산백제실과 미륵사지실, 역사문화실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고, 쌍릉 대왕릉의 목관 등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도 전시돼 있다. 익산시는 미륵사지석탑 보수와 국립익산박물관 준공 후 세계유산 백제유적지구를 기반으로 ‘500만 관광도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500만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편의시설을 포함한 기반시설 조성이 한창이다. 세계유산과 백제왕도 핵심유적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탐방거점센터가 금마면 일원에 조성된다. 국비를 지원받아 건립되는 센터는 백제유적종합안내관과 역사관, 전망대, 교육장, 주민참여공간, 가상체험관과 함께 방문객 편익 증진을 위해 유적 간 연계 환승시설 등이 들어선다. 설계공모 등의 각종 행정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공사가 착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사업비 350억 원이 투입된 미륵사지 관광지 조성사업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연말까지 기반시설 조성을 마무리 짓고 국립익산박물관을 연계한 관광 활성화에 주력한다. 현재 전통문화체험관과 관광안내소 등은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주차장과 광장, 녹지공원은 올해 안에 완공 예정이다. 이어, 지난 2008년 건립된 왕궁리유적전시관을 새롭게 단장해 백제왕궁역사관과 가상체험관을 조성하고 있다. 국비를 포함해 100억 원이 투입됐으며, 2022년까지 전시공간을 확대하고 AR과 VR, 홀로그램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체험관이 들어선다.

정헌율 시장은 “백제문화와 역사를 품고 있는 백제유적지구는 국제성과 탁월성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유적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연계한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종 콘텐츠 개발과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체성의 확립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다. 공통된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동질적으로 귀속되면서도 아울러 타자와 시·공간적으로 구별되는 심리적 상태를 이른다. 따라서 지역 정체성은 한 지역공동체가 다른 지역과 비교되는 가운데 갖게 되는 것이다. 도시 정체성은 동일성(sameness)과 개별성(oneness)으로 구성되며, 여기서 동일성은 이미 획득된 이미지로서 ‘다움’이고, 개별성은 특정 지역 이외에는 없는 것 또는 도시의 특성으로부터 형성되는 ‘장소성’과 관련된다. 

결국 도시의 고유성을 넓히고 이미지화하기 쉬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즉 도시 정체성을 보다 용이하게 구현하기 위해서 ‘도시다움’을 강조하는 요소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다움’과 ‘장소성’의 합이 발현하는 상승가치가 지역의 정체성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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