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동 아줌마, 대전 최초로 일내다 ‘관저마을신문’
상태바
관저동 아줌마, 대전 최초로 일내다 ‘관저마을신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10.08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풀뿌리미디어 마을신문, 동네를 바꾼다 〈8〉

마을의 소통, 변화, 공동체문화 확산 위해 지역주민들 신문 만들다
대전에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최초의 마을신문, 9월 지령 88호 발행
2011년 11월 ‘관저마을신문’ 창간호 2만부 발행 관저동에 뿌려지다
언론이 건강하려면 공공성 확보, 주민들 알권리 충족시켜 주는 의무

 

대전시 서구 관저동은 새롭게 개발된 택지에 건설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관저동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만 7000여명이며, 2만 50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관저동은 신도시지만 신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품앗이공동체와 ‘관저마을신문’이 있다. 관저마을신문은 마을의 소통, 변화, 공동체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신문이다. 지난 2011년 11월에 창간해 매월 초 1만 부씩을 모두의 마을미디어협동조합에서 발행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자로 지령 제88호를 발행했다. 발행인은 최순례, 편집인은 김진호가 맡고 있다. 관저마을신문은 관저동 아줌마들이 대전에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최초의 마을신문으로 기록되고 있다. 정말로 관저동 아줌마들이 일을 냈다.
 

관저마을신문 창간호1면.

■ 관저동 아줌마, 일내다! 마을신문 창간
관저마을신문 2011년 11월호 창간호 1면에는 ‘관저동 아줌마, 일내다’제하의 ‘관저마을신문을 만들면서’에 “온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옆집 사람이 아니라, 진정 이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이에게 친형제, 자매 이상의 이웃사촌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려 합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편, 새로운 알을 만난다는 것은 또한 설레고 즐겁습니다. 호기심과 흥미를 넘어, 도전하고 이루고 싶은 우리 안의 비전과 목표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마을,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마을로 가는 길에 ‘관저품앗이공동체’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관저마을신문’으로 함께 하고자 합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이웃끼리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 믿을 수 있는 기사 가득한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감시자 구실을 해내는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그런 신문 덕분에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로 변화하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우리는 작지만 당차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처음은 용기 있는 아줌마들이 시작했지만, 따뜻함을 나눌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관저마을신문으로 커가겠습니다. 관저동의 희로애락을 함께 이야기 하는, 관저동과 함께 자라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함께라서 즐거운, 함께라서 행복한, 함께라서 아름다운 관저마을신문이 되겟습니다. 함께하시겠습니까?”라는 권수영 발행인의 꿈과 소망이 담긴 글과 함께 관저동의 연령별 인구를 도표화 한 ‘숫자로 보는 관저동 첫 번째 이야기-<111> 이 숫자의 의미는?’기사와 ‘관저품앗이공동체 연혁’을 관저마을신문을 이끌어 갈 아홉 명의 식구들 사진과 함께 실었다. 

창간호 2면에는 ‘두 손으로 세상과 만나요’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라는 제하의 관저종합사회복지관 사랑의 안마센터 소식과 함께 ‘내가 제일 멋있어’라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다.

3면에는 ‘관저동 문화회관 건립’기사와 ‘한마음연합회장기, 신선축구회 우승’이라는 스포츠 기사, ‘몸살림운동-몸을 똑바로 펴서 스스로 건강을 지키자’는 기고 글을 실었다.

4면에는 우리엄마 최고-‘스스로 만족 못하면 계속 못해요’라는 기사와 ‘우리 아이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라는 제하의 유치원과 어린이 집을 소개하는 기획기사가 실렸다.

5면에는 ‘점심 함께 만들어 먹는 따뜻한 경로당’이라는 노인정 탐방기사와 ‘누구든지 사고파는 알뜰한 벼룩시장’기사를 실었다.

6면에는 ‘해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기사와 ‘누구나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예쁜 길’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7면에는 ‘소원을 말해봐’란 코너와 자랑하고 싶은 내 아이의 작품 코너로 아이들의 작품사진 공모를 알리는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8면에는 ‘관저마을신문 창간을 축하해요’라는 주민들의 축하메시지와 사진을 실어 창간호를 마무리 했다.

창간호 지면에서 읽히듯 관저마을신문 창간을 이끌었던 권수영 발행인 겸 편집인은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소통하며 동네에 필요한 정보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행복바이러스를 동네 사람들에게 전달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창간 배경을 설명했다.
 
‘관저마을신문’은 창간호부터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창간호에 실린 ‘우리 아이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라는 기사는 관저동에 있는 모든 어린이집·유치원을 조사해 리스트를 만들어 실었다. 동네에 어린이집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면서 엄마들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됐던 것이다. 창간부터 지금까지 ‘관저마을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꼭지는 바로 아이들과 관련한 기사들이라고 한다. 

관저마을신문 2020년 9월호 지령 제88호.

■ 대전에서 최초로 주민들이 만든 마을신문
관저마을신문은 처음 ‘관저품앗이공동체’로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2002년 봄 관저동으로 이사와 관저마을신문 창간을 이끌었던 권수영 초대 발행인 겸 편집인은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이 대부분 그렇듯 놀이터에서 엄마들과 모여 육아 얘기를 나누며 친해졌다고 한다. 

관저동 아줌마들은 온라인 카페나 품앗이공동체 내에서만 소통하는 데에 한계를 느꼈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살펴보고 정보를 나누면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신문을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신문을 만들어 본 경험도 없었고 글쓰기에도 자신이 없었지만 아줌마들은 일을 내고야 말았다. 대전지역에서 발행되는 문화잡지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국장에게 컨설팅을 받고 바로 신문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1년 11월 ‘관저마을신문’ 창간호 2만부가 관저동에 뿌려지는 경험을 했다. 대전에서 최초로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마을신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현재 관저마을신문 대표인 최순예 발행인은 신문이 지역사회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문을 만든다는 것은 마을의 이야기를 주민 스스로 이야기하겠다는 것입니다. 활동의 목적은 지역사회 변화에 있죠. 주민이 마을의 주체로 바로 서고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어야 변화도 가능합니다. 신문에 참여하는 주민이 많아지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죠.”

주민들이 원하는 뉴스를 다뤘는지, 주민들이 신문제작에 얼마나 많이 참여하고 있는지를 중요한 가치 척도로 삼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변화를 꿈꾼다면 마을로 들어가야 하고, 주민들이 소통을 원한다면 미디어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저동은 현재 6만이 넘는 인구, 평균연령 38세, 주민의 9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계획도시다. 대전을 대표하는 젊은 도시, 교육인프라가 잘 갖춰진 신흥 개발지역이다. 서구의 서쪽, 원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소외됐다고 여기지만 그래서 공동체성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교육과 먹을거리에도 관심이 많았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버거운 부부들은 공동체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워보자는 논의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최순예 발행인도 도서관 창립멤버다. 도서관이 생기자 청소년교육공동체도 활기를 띠고, 생애주기별로 관심사는 달랐지만 ‘관저동’을 ‘모두의 마을’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 공감하는 주민들이 점점 늘었다.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저공동체연합 네트워크조직이 꾸려졌다. 15년의 역사를 간직한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청소년교육공동체 꿈앗이, 서구청소년드림오케스트라, 품앗이생협, 한살림, 관저 올래 프리마켓, 모두의 마을미디어협동조합이 서로 손을 잡았다. 모두의 마을미디어협동조합에는 관저마을신문과 지난해부터 시범 운영한 관저FM, 통합놀이학교  다동, 절전운동을 하는 모두의 에너지 자립마을학교가 함께 하고 있다. 관저공동체연합 네트워크의 희망은 마을을 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마을학교의 꿈은 미디어를 통해 영글고 있다. 활동의 핵심 키워드는 참여와 변화다. 참여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미디어다. 언론이 건강하게 기능하려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저동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어린이도서관, 마을미디어가 소통의 길을 내는 역할을 했다.
“마을은 변화의 시작, 미디어는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열심히 마을에서 놀아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일(활동)하면서 미디어로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전마을미디어에서 밝힌 최순예 발행인의 마을과 미디어에 대한 생각이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