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지는 감성 문학 공간 ‘이효석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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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어우러지는 감성 문학 공간 ‘이효석문학관’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1.05.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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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다 〈2〉
이효석문학관 전경.

 가산 이효석 작가 ‘메밀꽃 필 무렵’으로 봉평면 지역경제 ‘들썩’
 연간 200만 명 찾으며 마을 전체가 인산인해, 효자 노릇 ‘톡톡’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
 우리나라 최대 메밀 생산지는 사실 강원 봉평이 아니라 제주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에 있는 이효석문학관은 가산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볼 수 있다. 이효석문학전시실과 다양한 문학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 학예연구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문학전시실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재현한 창작실, 옛 봉평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어린이용 영상물 등을 통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전시실에는 유품과 초간본 책, 이효석의 작품이 발표된 잡지와 신문 등을 전시해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복원된 가산 이효석 생가.

가산 이효석은 1907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남안동 681번지에서 1남 3년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성제일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 졸업했다. 이후 숭실전문학교와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임 했으며, 1928년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노령근해’ 등 왕성한 작품을 발표했다. 모더니즘문학단체인 ‘구인회’에 참여했고, ‘산’과 ‘들’ 등을 발표하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시적인 문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을 발표했다. 1936년에는 한국단편문학의 백미라고 평가되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했으며, 심미주의적 세계관을 나타내 ‘장미 병들다’와 ‘화분’ 등을 발표하면서 인간의 성(性) 본능을 탐구하는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현대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만남과 헤어짐, 그리움, 떠돌이의 애수 등 아름다운 자연과 융화돼 미학적인 세계로 승화된 단편소설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의 순박한 본성을 그려내는 주제의식과 달밤의 메밀밭을 묘사한 시적인 문체가 뛰어나 우리의 문학수준 향상에도 기여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렇듯 “산허리의 온통 메밀밭에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소설 속 표현처럼 그렇게 고향에 메밀꽃 뿌린 듯 사람을 불러 모아 지역경제를 ‘들썩’거리게 하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가산 이효석’이고 ‘이효석문학관’이다. 
 

문학관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위치한 가산 이효석 생가의 터.
문학관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위치한 가산 이효석 생가의 터.

■ ‘메밀꽃 필 무렵’ 평창 효석문화제 ‘사람 몰려’
우리나라 현대 단편문학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인 가산 이효석이 태어난 고향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이효석문학관’은 문학관이 지역경제를 이끄는 대표적인 문학관으로 꼽히고 있다. 봉평면의 지역경제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하다. 그 주인공이 바로 지난 2002년 개관한 ‘이효석문학관’이다. 아름다운 외형을 갖추고 귀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문학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변에는 문학정원, 메밀꽃 길, 오솔길 등이 잘 갖춰진 아름다운 문학동산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이효석문학비’는 1980년 강원도의 지원비와 문인들의 모금액으로 봉평면 진조리 옛 영동고속도로 변에 건립됐다가 1991년 이효석문학관으로 옮겨졌다.

‘효석달빛언덕’은 지난 2018년 8월 개관됐으며 복원생가와 푸른집, 근대문학체험관, 달빛나귀전망대, 꿈꾸는 달 카페가 조성돼 있다. 생가는 원래 모습을 잃은 상태로 지난 2007년 고증을 통해 이효석 작가가 태어나고 자랐던 생가 모습으로 복원됐다.

푸른집은 이효석 작가가 평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거실과 집필 활동을 했던 서재 등을 재현했다. 푸른집과 연결된 연인의 달은 메밀꽃의 ‘연인’을 위한 체험공간이며, 근대문학체험관은 이효석이 활동했던 근대의 시간과 공간, 문학을 이야기로 풀어낸 체험공간이다. 문학관 주변에는 흥정천 변을 중심으로 매달 2일과 7일에 봉평 5일장이 열리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매년 9월에는 ‘메밀꽃 필 무렵’ 작품의 배경지인 봉평에서 자연과 문학이 함께하는 축제로 이효석의 문학적 가치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즐길 수 있는 ‘평창 효석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효석 문학선양회가 30여 년간 노력해 온 선양사업을 기초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봉사해 완성한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효석의 문학세계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봉평면 특유의 아름다운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가을의 시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평창 효석문화제는 강원도 평창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 거듭하고 있다.
 

■ 스토리텔링으로 200만 관광객, 지역경제 ‘들썩’ 
코로나19로 인해 연초 임시휴관을 했던 이효석문학관은 지난 1월 19일 재개관했다.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문화제를 통해 인구 5000여 명의 작은 도시 봉평에 연간 200만여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관광도시로 우뚝 성장했다.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으로 인해 메밀 하면 ‘봉평’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전국 최고의 메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메밀로 만든 음식은 막국수, 냉면, 전, 국수, 전병 등 다양하다. 막국수는 대표음식이다. 

막국수는 주로 강원도 지역에서 부족한 쌀 대신 허기를 달래던 구황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사계절 건강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메밀특유의 구수함과 담백함이 스며든 면에 양념을 곁들이고 동치미 국물이나 육수를 적당히 부어 먹는다. 메밀의 다소 거친 식감과 향이 식욕을 자극하는데 막국수 마니아들은 이 맛이 막국수의 참맛이라고 말한다. 면에 편육 한 점 얹어 먹는 맛도 일품이란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최대 메밀 생산지는 ‘봉평’이 아닌 ‘제주도’라고 한다. 전국 메밀 재배지의 47.5%를 차지하고, 생산량 역시 36%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메밀 최대 생산지는 제주지만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메밀은 ‘봉평’상표를 달고 있으며, 그래야 판매된다고 한다.

결국 ‘이효석문학관’의 성공 요인을 보면서 문학관이 작가의 유명세를 타고 방문객들이 찾아오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엇인가 재미있는 요소들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고 몰린다는 사실이다. 홍성에도 유명세로야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만해 한용운’이라는 인물이 있다. 강원 봉평면과 같은 홍성 결성면에도 ‘만해문학관’이 있다. 이효석문학관이 면단위에서 지역경제를 주름잡는 큰 손이라면, ‘만해문학관’도 면단위에서 지역경제를 주름잡는 큰 손이 충분히 될 수 있다. ‘만해문학관’은 생가지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재미와 스토리텔링, 풍부한 먹거리와 즐길거리, 머물거리 등 다양한 기획들을 수립하는 전략만이 결국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필수적 요건이다. 홍성군과 문학단체, 문화관계자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의식의 전환과 전략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때이다.

실제 가산 이효석 생가.
실제 가산 이효석 생가.
평양에 위치한 이효석 작가의 거처를 복원한 푸른집.
평양에 위치한 이효석 작가의 거처를 복원한 푸른집.
채 40년이 안되는 짧은 인생 동안 무수한 작품을 집필한 이효석 작가.
문학관 앞 잔디광장에 설치된 이효석 작가의 좌상.
문학관 앞 잔디광장에 설치된 이효석 작가의 좌상.
이효석 작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건인 안경과 펜.
이효석 작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건인 안경과 펜.
이효석문학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작가 이효석에 대한 설명 중인 황병무 문화해설사.
이효석문학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작가 이효석에 대한 설명 중인 황병무 문화해설사.
황병무 해설사는 이효석 작가의 작품 메밀꽃필무렵 덕분에 이곳이 메밀로 유명해졌지만 실제로는 제주도에서 메밀이 가장 많이 수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병무 해설사는 이효석 작가의 작품 메밀꽃필무렵 덕분에 이곳이 메밀로 유명해졌지만 실제로는 제주도에서 메밀이 가장 많이 수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관 내부에 이효석 작가의 일대기가 펼쳐져 있다.
문학관 내부에 이효석 작가의 일대기가 펼쳐져 있다.
근대문학체험관에 전시된 이효석 작가를 표현한 영상 작품.
근대문학체험관에 전시된 이효석 작가를 표현한 영상 작품.
이효석문학관 초입에는 평창군에서 공식적으로 운영 중인 농특산물판매장 3곳 중 1곳인 행복장터가 위치해 있다.
이효석문학관 초입에는 평창군에서 공식적으로 운영 중인 농특산물판매장 3곳 중 1곳인 행복장터가 위치해 있다.
문학관 옆에 위치한 근대문학체험관과 북카페.
문학관 옆에 위치한 근대문학체험관과 북카페.
문학관 앞에 위치한 커피숍&기념품샵.
문학관 앞에 위치한 커피숍&기념품샵.
문학관의 계절별 풍경을 담은 사진과 배지를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문학관의 계절별 풍경을 담은 사진과 배지를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문학관을 돌면서 5개의 도장을 찍어오면 무료로 차 한잔과 기념 배지, 메밀꽃 핀을 제공해준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문학관을 돌면서 5개의 도장을 찍어오면 무료로 차 한잔과 기념 배지, 메밀꽃 핀을 제공해준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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