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문학촌, 온 마을이 문학텃밭 지역문화자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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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촌, 온 마을이 문학텃밭 지역문화자산 활용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1.08.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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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다 〈11〉
김유정문학촌 전경.

1935년 ‘소낙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노다지’ 입선돼 작품 활동
2004년 12월 경춘선 ‘신남역’ 옛 이름 내리고 ‘김유정역’새 이름 달아
춘천 실레마을 ‘얼굴’은 김유정문학촌, 말 그대로 김유정으로 먹고살아
김유정의 소설 12편에 등장인물들의 실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곳

 

소설가 김유정(金裕貞·1908~1937) 하면 떠오르는 공간은 단편소설 ‘봄·봄’의 무대인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이다. 김유정이 태어난 곳이며, 현재 김유정문학촌이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김유정은 유아기에 서울 종로 운니동의 대저택에 살기도 했으나 일곱 살과 아홉 살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읜 후, 모성 결핍으로 인해 말을 더듬기도 했다. 서울 재동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휘문고보를 거쳐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했으나 당대 명창인 박녹주를 향한 구애로 결석이 잦아지자 제적을 당했다. 이듬해 보성전문 법과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연과 제적의 상처를 안고 귀향한 김유정은 실레마을에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을 통한 농촌계몽활동에 적극 나섰다.

1933년 다시 서울로 올라간 김유정은 글쓰기에 매진하기 시작해 잡지 ‘제일선’에 ‘산골나그네’와 ‘신여성’에 ‘총각과 맹꽁이’를 발표한다. 이어 1935년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에 입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김유정은 등단 이후 폐결핵에 시달리면서도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1937년 다섯 째 누이 유흥의 과수원집 토방에서 투병생활을 하던 중 ‘닭과 뱀을 고아 먹으면 살아날 것 같다’는 편지를 세상을 뜨기 불과 열하루 전 단짝 친구인 휘문고보 동창인 안회남에게 보내고 식민지 조국을 쓸쓸히 떠났다. 김유정은 그렇게 찌든 가난 속에서 폐결핵이 악화돼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요절한 작가다.

김유정이 삶을 마친 2년 뒤인 1939년 7월 경춘선이 개통되면서 신남역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12월 1일부터 경춘선의 ‘신남역’은 옛 이름을 내리고 ‘김유정역’이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 1939년 경춘선 개통 이래 65년 만에 김유정은 고향마을의 기차역에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새겨 놓은 것이다. 한국철도 100여 년의 역사에 사람 이름이 역명에 등장하기는 처음이란다. 김유정은 스물아홉 삶을 마감하기까지 1933년 등단 이후 소설 32편과 수필 12편을 남겼다. 경춘선 김유정역을 통해 금병산 자락의 실레마을에는 김유정의 삶의 이야기와 44편의 작품이야기를 여전히 실어 나르고 있다.
 

지난 2004년 소설가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신남역’에서 ‘김유정역’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 김유정문학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김유정문학촌이 지난해 5월 강원도 1호 공립문학관으로 등록됐다. 강원도내에서 공립문학관 등록은 김유정문학촌이 최초라고 한다. 춘천시는 문학진흥법 제21조에 따라 김유정문학촌이 공립문학관으로 지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춘천시는 김유정문학촌 공립문학관 등록을 위해 지난해 3월 강원도에 문학관 등록 신청을 했으며 현장실사와 심사위원회를 거쳐 등록 통보를 받았다고 전한다. 공립문학관은 등록 자료가 100점 이상이어야 하며 전시실 규모는 100㎡ 이상, 교육실, 도난 방지시설, 사무실, 수장고, 연구실, 온도·습도 조절 장치를 갖춰야 한다. 지난 2002년 개관한 김유정문학촌은 부지 4528㎡, 건축연면적은 374.47㎡이며, 2016년 김유정이야기집, 체험관 4동 등 부지 2만 1218㎡, 건축연면적 1887㎡ 등 영역을 넓혔다. 등록자료는 355점이다. 지역문화예술의 거점으로서의 환경 조성과 김유정 추모 공연, 김유정문학제, 김유정4대문학상 시상, 실레마을작가상 시상, 야외무대 수시공연, 전통혼례, 체험프로그램 등 각종 사업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유정문학촌이 개관한 지 20년이 됐다. 지금까지 문학촌을 탐방한 사람의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김유정이라는 소설가의 작품 속에 표현된 이미지로 문학촌을 체험했을 것이다. 실제로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 들어서면 김유정이란 이름 석 자를 내건 각양각색의 간판들이 시선을 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김유정역’은 사람 이름을 딴 역으로는 국내 최초라고 한다. 원래는 신남역이었으나, 지난 2004년 이 지역 출신 소설가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김유정역은 이름만큼이나 외관도 독특하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칙칙한 여느 역사(驛舍)와 달리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한옥 형태다. 역 주변에는 이런 희소성 때문인지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김유정역에 내린 방문객의 발길을 잡아끄는 건 인근의 ‘유정이야기숲’이다. 역사 주변 1만 4000㎡에 달하는 유정이야기숲에는 생강나무, 조팝나무, 산수유 등 다양한 식물이 식재된 생태공원과 광장, 야생초 화원이 있다. 이곳에 자리한 4m 높이의 조형물 ‘마음의 문’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한다.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현재의 김유정역이 건립되기 전 과거 경춘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드나들었던 옛 역사가 나온다. 시골 간이역을 연상케 하는 대합실에는 역무원들의 유니폼, 무쇠 난로, 벽시계, 1970~80년대 포스터, 옛 기차 시간표 등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지난 시절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시품들을 통해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다. 주차장 옆에는 김유정우체국도 보인다.
 

■ 김유정으로 먹고사는 ‘김유정마을’의 매력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실레마을의 ‘얼굴’은 김유정문학촌이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움푹하게 들어가 있는 떡시루와도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 실레(떡을 찌는 시루의 방언)마을은 김유정의 고향이자 대표작인 ‘봄봄’과 ‘동백꽃’의 무대이기도 하다. 점순이 등 김유정의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김유정 생가나 기념관과 함께 이야기 열여섯 마당을 엮은 실레 이야기길(5.2km) 산행은 어느 코스든 3시간 남짓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문학관으로는 이례적으로 한 해 수십 여 만 명이 다녀간다니, 말 그대로 김유정으로 먹고사는 ‘김유정 마을’만의 매력인 셈이다.

 김유정문학촌은 ‘강원의 얼 선양사업’의 결실이기도 하다. 강원도는 지난 1997년부터 시인 박인환(인제군), 소설가 이효석(평창), 화가 박수근(양구) 등 강원도를 대표하는 충절·문화예술인 등 18명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19년 기준으로 42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문학관, 미술관, 기념관을 건립해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유정의 고향이자 마을 전체가 소설의 무대이기도한 실레마을에는 김유정역을 비롯해 인근의 옛 김유정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유정이야기숲, 소설 ‘봄봄’의 실레마을에 조성된 문학촌까지 신동면 일대가 말 그대로 ‘김유정 마을’이다. 실제로 점순이 등 김유정의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금병산 자락의 실레이야기길은 문학기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 금병산 아기장수 전설길, 산국농장 금병도원길,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춘호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비탈길,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 산신각 가는 산신령길, 응칠이가 송이 따먹던 송림길, 응오가 자기 논의 벼 훔치던 수아리길, 근식이가 자기집 솥 훔치던 한숨길, 금병의숙 느티나무길,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 나오던 데릴사위길, 김유정이 코다리찌개 먹던 주막길, 맹꽁이 우는 덕만이 길 등 총 16개의 길로 나뉘어져 있다. 

실레마을에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1908년 2월 12일에 출생한 김유정의 생가를 조카 김영수와 금병의숙(김유정이 운영한 야학) 제자들의 고증을 받아 지난 2002년 복원했다. 안방과 대청마루, 사랑방, 봉당, 부엌, 곳간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ㅁ자 초가다. 계속해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 관련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김유정 전시관’과 ‘김유정이야기집’에 닿는다. 김유정 생가 옆에 들어선 김유정기념·전시관에는 김유정 작가의 생애와 대표작 ‘봄봄’과 ‘동백꽃’, ‘소낙비’, ‘노다지’ 등 대표작과 유물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특히 대표작인 ‘봄봄’의 초기 출판형식과 삽화로 꾸며진 초대형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김유정이야기집’은 김유정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들로 꾸며져 있다.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인간 김유정, 그가 걸어온 이야기 풍경’을 시작으로 ‘삶의 향기 짙게 베인 문학 속 이야기 풍경’, ‘다시 읽고 새롭게 바라보는 이야기풍경’ 등 3개의 존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로비(김유정, 늘 우리네 풍경속에), 서점(감성이 쌓이는 풍경), 라운지(우리가 함께 하는 이야기풍경)등이 설치돼 있다. 김유정의 작품을 다양한 버전으로 꾸며 놓은 유정책방도 볼거리이며, ‘봄봄’과 ‘동백꽃’을 애니메이션으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영상실도 만날 수 있다. 

김유정의 소설 대부분은 실레마을이 무대다. ‘봄·봄’이며 ‘산골나그네’의 등장인물도 거의 실존했던 사람들이다. 김유정문학촌에는 소설 ‘봄·봄’의 욕쟁이 봉필 영감의 집터, ‘동백꽃’의 배경인 산국농장, ‘만무방’의 노름 터였던 동굴 금병의숙 터, ‘산골나그네’의 들병이가 머물렀던 물레방아 터며 주막의 돌담이 남아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고 있다. 병풍을 친 듯 빙 둘러선 금병산 안에 담긴 조용한 마을은 온통 김유정의 소설에서 금방 걸어 나온 것만 같은 인물들이 지금도 살고 있는 듯이 정겨운 마을이다. 이곳 김유정문학촌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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