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5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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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5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다 -3
  • 태안신문, 뉴스서천, 홍주신문 연합취재단
  • 승인 2012.09.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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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사고 “집권당을 바꿨다”

선진국이 된다는 일은 국가나 그 지역사회가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피해발생 시 책임부담금이 아주 높다는 데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환경침해에 대한 보상금의 액수가 높아지고 법규도 강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따라서 글로벌이라고 말만 할 뿐 서해안기름유출 사고 이후 보여준 삼성과 정부의 인식이라면, 한국을 선진사회라고 평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아직은 무리다. 지난 2007년 12월, 태안앞바다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피해로 은빛 백사장이 순식간에 검은 모래사장으로 변했다. 다시는 바다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은 그야말로 앞날이 막막하고 캄캄한 현실이 됐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123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바다가 점점 회복되면서 태안의 비극도 점점 잊혀져갔다. 그렇게 5년이 흐르고 있고, 피해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안 정부와 삼성은 별다른 도움도 주지 못했다. 태안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지 5년이 다가오지만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과 대비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스페인에서 일어난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사고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유사한 사건에 정부가 피해주민들에게 먼저 보상을 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 국제단체와 협상하고 법률적인 행위 등에 앞장서 해결하는 스페인과 한국의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현지취재를 통해 삼성과 정부, 태안의 현실을 집중적으로 진단,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5년의 빛과 그림자
2편-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와 GS칼텍스의 사회공헌사업
3편- 스페인 프레스티지호 사고 현장을 가다① 
4편- 스페인 프레스티지호 사고 현장을 가다②
5편- 스페인 프레스티지호 사고 현장을 가다③
6편- 기름유출사고 5년, 삼성중공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다


 

 

 

△ 2002년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 사고 현장인 스페인 갈리시아 해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출된 원유를 걷어내고, 조류를 구하고 있는 모습




■ 스페인 정부가 앞장서 ‘보상’ 끝내 
2007년 겨울의 태안 앞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건의 재앙은 국가적인 재난이었고, 전 국민의 재앙이었다. 그 후 5년, 바다와 더불어 사는 피해주민들의 고통은 사실상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고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부터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사고 발생 50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상징적인 제스처였을 뿐, 대신 삼성은 기름유출사고에 대해 배상 책임을 50억 원으로 제한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등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태안 주민들의 피해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르는데 50억 원으로 그 책임을 면하려는 삼성에 대해 주민들이 경악하며 비난하는 이유다. 보상은커녕 법적 대응으로 면죄부를 받으려는 삼성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책임회피이기 때문이다. 반면 태안의 기름유출과 유사한 사건으로 지난 2002년 스페인에서 일어났던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 사건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처리과정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안의 경우 정부와 삼성이 팔짱만 끼고 있으면서 주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반면, 스페인의 경우 정부가 앞장서 주민들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 주고, 정부가 직접 나서 국제기구와 법률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목이다. 당시 스페인의 집권당은 사회노동당이었는데, 시민들이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규탄시위로 그 다음 선거에서 패배했다. 야당으로 전락했는데, 이 사건으로 정권이 바뀐 셈이다. 당시 사회노동당의 프레스티지호 총책임자가 다시 야당의 당수가 됐고, 지금은 스페인의 수상이 됐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 스페인, 2002년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사고 
2002년 11월 13일 스페인 북서부 해안에서 250km 떨어진 바다에서 중유 7만7000톤을 싣고 가던 바하마 국적의 단일선체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폭풍우에 좌초됐다. 그 후 대서양으로 견인되던 프레스티지호는 19일 스페인의 포르투갈 인접 항구도시 비고(Vigo)에서 17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두 쪽으로 갈라졌고, 6만3000톤의 원유가 유출됐다. 이 유조선은 러시아와 라트비아에서 중유를 적재하고 싱가폴로 항해 중이었다. 사고 직후 스페인과 유럽 9개국의 선박이 동원돼 방제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악천후와 걷어낸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 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들 선박은 해상 작업을 통해 5만 톤의 기름오염물을 걷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광범위한 해안오염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초기 바다의 수온이 차기 때문에 유출된 원유가 응고돼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조류와 태풍을 타고 780km에 이르는 영국의 남부 해안까지 오염됐다.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돼 오염물질 제거에 나섰지만 일부 오염지역의 경우, 거친 해안선으로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또한 수작업을 통해 기름띠를 제거했던 해안에 다시금 오염물질이 밀려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방제 작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반면 오염물질이 밀려온 프랑스 대서양 해변은 오염물질인 타르가 둥글게 뭉치면서 비교적 손쉽게 방제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사고로 90%에 달하는 스페인 북서부 해안지역이 어획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문어 등 특산물은 2년동안 어획이 불가했고, 최소한 10년의 회복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4만 명의 어부가 피해를 봤고, 양식 17% 등 어획이 80%가 줄었다고 한다. 정부는 미관적 사안만을 강조하며 3~4년 만에 회복됐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니라는 것. 해안에 묻혀있는 유류가 지금도 나오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 건강검진을 해보니 다른 경우와 비교해 호흡기와 심장질환이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당시 정치적 여파로는 각 지역 지자체장들이 재정적인 펀드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는데, 중앙정부에서 지원이 있으니까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들은 처음에는 검은 파도가 불어왔고 두 번째는 하얀 파도(자원봉사자)가 불어왔고, 세 번째는 회색 파도가 불어왔다고 한다. 왜냐면 돈에 의해서 지자체의 항구 건립, 해안로 건립, 공원조성, 시멘트 건축 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환경에 더욱 악영향을 초래했다고 판단하지만 이런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여파도 분명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이곳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에서는 잊혀지는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1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인터뷰] WWF Spain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 대표

 

 

 

 

 




“자원봉사자들, 지금도 어부들과 우정 나눠요” 

WWF의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JOSE LUIS GARCIA) 대표는 이 단체의 특징에 대해 정부(환경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환경운동 전문기관이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이 단체는 기본적으로 정치와 대립을 원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저희 단체는 프레스티지호 사건 이전부터 이런 유사한 것들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프레스티지호 사건 처음 단계부터 굉장히 깊이 역할을 했다. 이미 경험이 많은 단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잊혀 지게 됐지만 오늘 여러분의 방문으로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3년 전 스페인의 섬, 카나리아제도에 에르고스 프로젝트라는 것을 만들어 위성으로 카나리아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왜냐면 그곳에는 유류선박들이 굉장히 많이 다닌다. 그래서 그 선박들을 감지하고 감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고, 현재 실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이 발생할 당시 WWF나 다른 기관들이 사실 이런 사건에 대응·대처할만한 능력이 준비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준비는 덜 되었지만 당시 상당히 많은 NGO들과의 협력으로 자연생태계를 복구하는데 노력을 많이 했다. 특히 그 당시에 많은 타격을 받았던 것이 해안지역에 서식했던 조류들이다. 이러한 사건을 바탕으로 에르고스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의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은 자원봉사자의 형성과 자원봉사자들이 해안지역에 오염된 해안지역을 청소하고 복구하는데 대한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위험 물질을 운반하는 선박들을 감시하는 체제를 체계적으로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WWF는 “에르고스 프로젝트에 의해 2년 동안의 감시결과 카나리아제도 근처에서 무려 1500건의 유출사건이 발생한 것을 감지하게 된다. 스페인의 선박운송은 엄청난 숫자를 보이고 있다. 특히 3포인트가 있다. 갈리사아 지역의 무헤리떼 해안지역, 라코루냐 넘어 해안의 땅 끝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과 지브롤터 해역, 그리고 카나리아제도 근처, 이 세 곳이 유럽과 다른 지역들을 연결해 주는 중요 교통로다.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선박 유통량이 일어나면서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다”고 전한다.

특히 선박사고가 발생하면 선박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는 선주, 둘째는 선박에 실린 운송물 주인과 그 선박을 운영하는 업체 등 세 업체가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따라서 사고 당시 WWF는 해안지역과 생태계에 대한 경고와 함께 침몰해역의 선박에 실려 있던 유류의 종류에 대한 조사, 또 선박의 소유주는 누구이며, 이 선박의 안전보장 시스템과 상태는 과연 어느 정도냐를 조사 의뢰했다. 더불어 폐유의 화학적 연구까지 의뢰해 이것이 환경과 인간에게 어느 정도 위험을 가질 수 있느냐를 발견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5개월 동안 갈리시아 지방에 머물면서 여러 작업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언론과의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국제 WWF와 스페인 국내 WWF가 전세계,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한국 등의 언론 등과 상대를 하면서 이 사건의 중요성 여파가 전 세계에 알려진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 자원봉사자, 70만 명 운집…법령 등 제정 
계속되는 WWF측의 설명은 사고 직후 자원봉사자 구성과 언론의 적극적 참여보도로 시민들이 자극돼 “당시 연휴가 겹쳐 무려 7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운집했다. 전화가 마비되고 무엇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도 몰랐다. 갈리시아 연방정부는 자원봉사자의 관리를 NGO측에 미루었는데, 제대로 될 수 없었다. 결국은 자원봉사자들의 코디를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봉사자들의 관리와 더불어 안전, 더 나아가 청소할 때 패트롤을 수집할 때 각각의 지형, 즉 바위지형이냐 모래지형이냐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해 인폼(Inform) 등을 만들어 그 보고서를 중앙정부에 제출할 정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 사건발생 3개월 후까지 계속해서 오염이 유발되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여러 NGO들과 컨텍(Contact)을 유지했으며, 특히 중요시 여겼던 것은 각 지역별로 있었던 어부들의 조합과의 공동 활동이다. 왜냐면 어부들은 청소활동에도 관여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지원을 해야만 했다. 자원봉사자들의 숙박, 식사 등을 조정해 주고 지원해 줘야 하는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NGO와 어부들 간에 알력이 있었다. 어부들이 오해를 했던 것이다. NGO단체들이 자기들의 적이다.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나중에는 이러한 일련의 행적들을 보고 우애를 다지게 됐다. 참으로 감동적이었다”고 전한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당시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지역을 방문하면서 어부들과 우의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당시에 여러 활동 등에 대해서 완력을 행사하게 되었는데,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 스페인 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기준에까지도 압력을 행사하게 됐다. 그리고 고발을 했고, 정부가 본격적으로 책임자를 지역에 보낼 정도로 NGO의 압력이 컸다. 특히 WWF에서 했던 것은 당시 유럽의회에 선박안전부분에 활동을 하고 있었던 유럽의원과 직접 컨텍(Contact)을 해서 유럽의회에 직접 상황을 보고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으로 세계항만기구에서 특정지역을 지정하게 됐다. 특히 대서양과 근접해 있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유럽 8개국의 긍정적인 협약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났던 지역을 바탕으로 한 특정지역에 대한 안전에 대한 기준을 높이게 되는 성과를 누리게 됐다”고 전했다.

■ 새 법령 제정, 항로루트 완전히 변경됐다 
한편 프레스티지호 사건과 같은 거대한 사건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거리제한을 뒀다. 새로이 지정된 법령에 의하면 33마일 지점 통과가 아닌 150마일 지점을 통과해야 하며, 더 나아가 2015년부터는 한 겹짜리 선박이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고, 이중 겹 선박만 위험물질을 운송할 수 있는 국제법이 생겼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1억7500만 유로의 배상금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10억 유로로 늘리게 된 계기가 프레스티지호 사건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턱 없이 부족하다. 왜냐면 프레스티지호로 인한 갈리시아 해안, 스페인 전체 해안, 더 나아가서 유럽의 일부 해안의 영향을 조사해 피해를 상정해 보니 무려 60억 유로의 피해액이 추산됐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WWF활동의 결과적 성과라면 유럽의회의 활동을 이끌어내 특별보전지역을 설정하게 된 것이다. 지브랄타 해안, 포르투칼의 모든 해안, 그리고 북대서양에 걸친 어마어마한 보존지역을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보존지역 설정과정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러시아, 일본, 한국도 반대했다. 이것이 운영된다면 이들은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사회적 경제적 재해를 만들어 냈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운항법을 이끌어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고 설명한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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