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마을 관련 행정 사업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기존의 체험마을 사업 이외에도 커뮤니티비지니스, 농어촌공동체회사, 마을기업, (예비)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정부 부처별로 신규 사업이 계속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소위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마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고, 그것도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다. 마을 내 시스템은 여전히 미약하고 조그만 외풍에도 쉽게 무너질 정도로 취약하다. 전국의 다양한 시도들 속에서 특히 진안군은 지난 10년 간 흔들림 없이 지역 실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안군의 지금까지의 10년은 '더디 가도 제대로 가는 길'을 슬로건으로 주민 교육과 훈련, 전문단체 설립, 민관협력관계 구축 등 '마을 주민들이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주력했다. 새로운 10년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만들기'로 잡았다. 그러한 방향에서 진안군은 새로운 10년의 핵심 사업으로 로컬푸드 사업과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설립을 채택했다.
■ 진안군 10년 경험서 배우다
먼저 진안군은 로컬푸드 사업을 통해 안정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유통망을 확보하여 경제 소득을 마을로 환원하고 소농, 가족농을 보호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이와 더불어 두 번째로 마을만들기지원센터를 설립하여 다양한 활동의 핵심 거점 공간을 확보하여 전문성과 안정성, 지속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두 가지 핵심 사업은 '마을만들기의 산업화'이며, 또 '지속가능한 마을 네트워크 구축'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이미 로컬푸드사업단은 지난 2011년 7월에 100명이 1억원을 출자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산나물세트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가시적인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내부 실무인력을 보완하면서 꾸러미 배당, 학교급식, 직매장, 식당, 반찬가게, 전자상거래, 생협 등으로 사업영역을 조금씩 넓혀갈 구상이다. 적절하다 판단되면 국도비 지원공모사업도 적극 활용할 것이다.
마을만들기지원센터 또한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진안군만이 아니라 전국을 염두에 둔 연수센터를 꿈꾸고 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진안군을 찾아오고 배워가려 한다. 매년 100팀, 2000명 이상이 찾아온다. 하지만 견학이나 연수를 받아들이는 준비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성과를 얻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진안군의 10년 경험이 온전하게 전달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마을만들기 전국 연수센터 기능을 포함하려는 것이다.
진안군은 마을만들기와 귀농귀촌 사업 등을 담당하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조직을 꾸려가는 실무자 6명은 서울과 부산·대구·충남·전주 등에서 들어온 외인부대로 구성돼 있으며, 구자인 박사가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팀장 격으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구자인<사진> 박사 는 "마을만들기 하면 체험마을 운영하는 것쯤으로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구체적이다. 주민들 스스로 다양한 마을 사업을 벌이고 있고, 경제와 교육·문화·복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마을만들기의 가장 큰 성과는 주민 스스로 움직여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마을기업, 완주의 미래 열다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들이 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고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역에서 나는 농특산물을 활용한 가공품을 만들어 팔거나 지역의 문화? 역사? 자연환경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전라북도는 지난 2010년부터 47개 마을을 지원하고 있으며 해마다 새로운 마을을 추가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47개 마을기업이 485명(임시직 포함)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65억원 이상의 매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첫해에 5000만원을 지원받고 1년 후 재심사를 통과하면 30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특히 완주군은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군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공동체 회사 101곳을 육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5곳은 올해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 사업에 선정됐다. 특히 이 사업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농촌 활력 우수사례로 소개됐다.

■ 돈 버는 농촌마을 선도한다
완주군 소양면 인덕마을은 다양한 농촌문화 체험시설을 통해 '돈 버는 농촌'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두레체험관과 토종닭 사육시설은 마을주민이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임으로써 소득을 높이는 등 마을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참 살기 좋은 마을로 커나가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한옥으로 신축된 귀농인의 집은 귀농·귀촌자들이 잠시 머물면서 농촌 여건에 적응하고 주택, 농지 등을 준비하는데 도움의 장소로 활용된다.
'농촌노인 복지형 두레농장' 제1호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인덕마을은 비닐하우스 8동과, 노지 재배, 공동작업장 시설 1동으로 두레농장을 조성한 뒤 참나물, 상추, 부추 등을 재배해 5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완주군 신봉마을은 귀촌한 주민과 원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민요를 배우는 모임을 결성하고,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마을들이 소득사업에 치중할 때 신봉마을은 '사람'에게 눈을 돌리고 문화에 집중했다.
귀촌인과 원주민이 각각 절반씩 살고 있는 신봉마을은 완주군 평생학습 일환으로 유현순 씨의 지도로 마을주민 16명이 참여하는 민요교실을 운영, 마을회관에서 우리 민요가락을 배우고 있다. 일부 귀촌인이 많은 마을은 원주민과 불협화음이 일기도 하지만 신봉마을은 민요동아리를 통해 마을 곳곳에 웃음소리가 퍼져 나가고 있으며 시골에 살아도 도시에 비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완주커뮤니티센터 임경수<사진>

센터장은 "우리의 생활공간은 지금 대부분 마을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마을이라는 말이 뭔지 알 수 없게 됐고, 농촌은 인구 부족으로 마을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생활공간 속에서 마을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이 해체되어 공간, 정서, 경제적으로 마을이 해체된 상태다"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 "농촌에서는 인구가 너무 없어서 작은 마을들을 몇 개 합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도시는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공간의 범위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며,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결국 마을만들기란 공간적인 개념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망, 즉 정서적, 사회적, 경제적인 공동체 형성과 복원의 문제라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