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삶이 된 옥토버페스트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한 5개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일회성 행사 넘어 뮌헨의 상징으로
일회용 금지·논알코올 등 변화 선도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축제기간에는 전통의상을 입고 축제장을 찾아가는 주민들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축제장뿐만 아니라 거리, 기차 등 곳곳에서 맥주를 한 손에 들고 지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눈에 띤다.
학업, 직장 등으로 이곳저곳 떨어져 지내던 가족, 친구들이 축제일에 맞춰 오랜만에 축제장에서 만나 회포를 푼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회식 장소로 찾는다. 독일 여행을 준비하는 관광객들은 축제일에 맞춰 일정을 잡는다.
뮌헨 전체가 축제기간 아주 특별한 모습으로 변하며 주민들에게 옥토버페스트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삶의 일부이자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10월을 뜻하는 옥토버(Oktober)와 축제를 뜻하는 페스트(Fest)가 합쳐진 말로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매년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약 2주간 열린다. 2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민속 축제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맥주 축제다. 현지인들은 가정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의상을 입는 등 단순한 코스튬이 아닌 바이에른의 전통을 나타낸다. 남성 의상은 ‘레더호젠’, 여성 의상은 ‘디른들’이라 불린다. 이 의상들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축제의 재미도 배가시킨다.
1810년 바이에른의 세자 루트비히 1세와 작센의 테레제 공주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경마 경기가 뿌리다. 처음에는 경마대회와 전통적인 바이에른 문화를 기념하는 행사가 주를 이뤘지만 19세기 중반에 맥주 텐트가 등장하는 등 지역 양조장이 축제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맥주가 점차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다.
축제는 뮌헨 시장이 그해 생산된 첫 맥주가 담긴 오크통 마개를 따며 “O’zapft is!(맥주가 열렸다)”고 외치며 시작된다.
뮌헨시청에서 축제·관광 홍보담당을 맡고 있는 탄야 볼프(Tanja Wolff) 씨는 “옥토버페스트는 200년의 역사 동안 전통을 지키며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사회적 변화도 선도하고 있다”며 “1990년대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없애는 등 친환경 축제로 만들고 있고 장애인들의 편의시설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을 상징하는 축제로 음식과 음료가 맛있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 축제가 끝나면 곧바로 내년 축제를 준비하는 등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논알코올 맥주와 비건 푸드 등 다양한 트렌드를 흡수했다.
맥주 텐트, 연령별 타깃 맞춰 차별화
각종 놀이기구 등은 가족단위 유입책
축제는 공주의 이름을 딴 잔디공원인 테레지엔비제에서 열린다. 이곳은 평소 시민들이 즐겨 찾는 넓은 공터지만 축제 기간에는 거대한 텐트와 각종 놀이기구로 가득 채워진다.
옥토버페스트의 핵심은 지역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맥주 텐트다. 최대 1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텐트까지 세워지는데 십수 개의 텐트는 각각 독일 전통 양조장이 운영한다. 바이에른에서 가장 오래된 아우구스티너를 비롯해 뭔헨에서 사랑받는 맥주 브랜드 중 하나인 파울라너, 전 세계 관광객이 많이 찾는 호프브로이 등 양조장들은 축제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등 축제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하고 색다른 맥주를 선보인다. 이 때문에 축제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른바 ‘한정판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축제의 묘미다.
1L가 담기는 거대한 잔을 한 손에 들고 어느새 친구가 된 옆 테이블과도 함께 ‘프로스트(Prost·건배)’를 외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전통 음악과 춤, 파티 음악, 밴드 공연 등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다양한 볼거리도 있다. 클럽을 방불케 하며 신나는 음악에 맞춰 뛰어노는 텐트도 있는 등 각 텐트별 고유한 분위기와 디자인이 있다.
양조사들은 연령대별 타깃을 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각자 취향에 맞춰 놀 수 있다. 술과 관련된 축제다 보니 안전을 위해 텐트마다 경호 인력을, 축제장 곳곳에는 경찰이 배치된다. 인기 있는 맥주 텐트는 혼잡해 사전 예약이 필수다. 축제 참여 양조사들은 매년 12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다.
맥주 축제라도 해 어른들만의 것은 아니다. 대형 텐트 밖은 롤러코스터, 대관람차, 회전목마, 자이로 드롭, 자이로 스윙 등 놀이동산이 들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화요일은 ‘패밀리 데이’로 어린이와 가족 방문객을 위한 특별 할인을 제공한다.
하트 모양의 독일 빵인 브레첼, 불에 직접 구운 송어·연어, 소시지를 끼워 넣은 빵인 브랏부어스트 등 거리에선 다양한 음식을 즐긴다. 대형 오크통을 테이블 삼아 둘러서 맥주와 음식을 즐기는 것도 특색이다. 독일 남부 사람들의 전통문화와 멋, 놀거리 등을 느낄 수 있다.
말들이 수많은 맥주 오크통이 담긴 마차를 끄는 모습은 인기 포토존이 되는 등 양조장들이 참여하는 맥주 마차 행렬도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화려한 전통 복장을 입은 무용단과 음악단의 행진은 바이에른의 풍부한 문화를 보여준다.
16일 동안 관광객 분산, 혼잡 최소화
전 세계인 모이며 ‘화합·교류의 장’도
수백만 명이 찾고 있지만 축제가 16일 동안 분산돼 운영되며 큰 혼잡은 없다고 한다. 최근 유럽 도시별로 오버투어리즘(관광지에 수용 가능한 인원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는 일)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뮌헨은 세계적인 축구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이 있는 등 도시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옥토버페스트 홍보담당 탄야 볼프 씨는 “방문객의 70% 정도가 뮌헨 주민들이고 10%가량 바이에른에서, 나머지 약 10~20%는 바이에른 이외 지역 독일인이나 전 세계에서 찾고 있다”며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축제장에 와 놀이기구를 탔던 손자·손녀가 커 16세 이후에는 친구들과 맥주를 즐기려고 오고, 결혼하고는 아이들과 함께 축제장을 찾는 등 세대를 잇는 전통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6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600만 리터 이상의 맥주가 소비된다. 숙박·식사·교통·쇼핑 등 연간 약 11억~14억 9000만 유로(한화 약 1조 5000~2조 2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뭔헨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축제를 통해 뭔헨시에서 얻게 되는 수익은 행사 장소인 공원에 전액 재투자한다.
단순한 축제를 넘어 전 세계에서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장이 되고 있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바이에른의 문화와 전통을 경험하고 동시에 독일인들은 이들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교류한다. 옥토버페스트의 성공은 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옥토버페스트 콘셉트에 맞춰 맥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단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별도의 마케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가 됐지만 본질인 지역주민들을 위한 축제로 열고 있기 때문이다.
탄야 볼프 씨는 “옥토버페스트는 자연스럽게 알려지면서 지금은 전 세계적인 축제로 불리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별도의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며 “축제 포스터는 굿즈로 판매하고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축제의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토버페스트는 단순한 술잔치가 아니다. 바이에른의 문화와 전통을 경험할 수 있고 오랜 역사를 거치는 동안 시대별 트랜드를 반영하며 지금도 성장 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