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생협 탄생시킨 홍동, 의료생협 첫발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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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생협 탄생시킨 홍동, 의료생협 첫발 뗐다
  • <연합기획취재팀>
  • 승인 2015.08.0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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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산다, 사회적협동조합 ①

홍성군 사회적 경제기업 현황

홍동면 홍동마을에는 작은 소모임을 빼면 약 30여 개의 협동조합과 협동조합형 단체가 있다. 홍동면 인구수는 지난 6월말 현재 3567명이다. 특히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들만 86명(0세 8명, 1세 9명, 2세 8명, 3세 17명, 4세 22명, 5세 22명)에 이른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됐다는 농촌마을에 희망의 옹알이 소리로 가득한 곳으로 변하고 있는 동네다. 홍동면 마을 사람들은 크게 토박이 주민들과 풀무학교 학생들, 귀농자들로 구분할 수 있다. 풀무학교에는 지역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외지에서 오는 입학생들도 있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시골 마을에 게스트 하우스라는 것도 있다. 또 환경농업교육관에는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숙박형 공간도 마련돼 있다. 풀무생협, 유기농업 작목반, 생산자 단체 등 다양한 농업 관련 협동조합들이 많이 있지만, 작은 다양한 협동조합들도 있다.

 

홍동면 금평리건강관리실을 리모델링 생협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풀무학교 교육 통해 마을만들기 학교가 일정한 역할 수행
풀무학교가 배출한 인재들 지역 협동조합 운동의 큰 일꾼
홍동지역은 작은 소모임 제외 하면 모두가 협동조합 천국
농민을 위한 주민참여형 의료생협 탄생 관심 쏠리고 있어

홍동사람은 느리게 살지만 환경을 먼저 생각하며 상부상조의 협동정신을 미덕으로 알고 사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동네의 사람들이다. 이 동네에는 마실방 ‘뜰’이라는 마을 카페이면서 마을의 술집도 만들었다. 지금까지 116명의 조합원이 10만 원 이상 출자했고, 주방을 돌보는 한 분만 월급을 받고 있으며, 날마다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6명의 운영위원이 문을 열기 전에 청소를 하고, 회의도 하면서 회계를 포함한 소식지도 낸다. 마을 사람들과 조합원들이 일을 마치고 찾아와 저녁이나 회식도 하고, 다른 마을에서 찾아온 손님들도 들러 얘기꽃을 피우곤 한다고. 밥값의 5퍼센트를 마을 돈(뜰돈)으로 드리고, 그 외의 이득도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지 않지만 ‘문이 열려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동네마실방 구실을 하는 곳이다. 또 농생태원예조합 ‘가꿈’은 홍동밝맑도서관 등 단체 조합원 8곳과 개인 10여 명이 저마다 형편 되는대로 출자해서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실무책임자는 2명, 운영위원은 7명이다. ‘가꿈’은 학교텃밭, 텃밭정원 만들기를 지도하고, 원예치료 프로그램, 꽃·나무교실, 생태원예가 양성교육, 농장 꾸미기 사업을 하고 있으며 원예 전시 및 판매, 씨앗 파종 및 번식, 지역 단체 정원 관리를 통해 온 마을이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 되는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꿈이 자라는 뜰’은 마을의 장애학생들을 위해 지역과 학교가 함께 가꾸어가는 배움터와 일터의 이름이다.

이 동네에는 ‘갓골목공소’도 있다. 이 목공소는 풀무학교에서 터를 제공하고 6명의 조합원이 출자해서 2006년에 만들었다. 주민들이 주문하는 일들을 맡아서 자립운영을 하고, 지역과 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목공일을 우선으로 처리한다고. 또 마을학교 아이들과 함께 목공수업도 한다. 갓골목공소의 운영은 목수 한 사람이 하고 조합원은 관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동네에는 책방도 있다. 주민들 16명이 출자해서 ‘느티나무 헌책방’도 만들었다. 운영은 ‘그물코출판사’에서 하며 주민들과 출자자들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책을 사는 기쁨만 가져가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홍성의 홍동지역은 1960년대부터 시작한 풀무학교의 교육을 통해 마을만들기에 학교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는 오늘날의 유기농업과 소농 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풀무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은 지역 협동조합 운동의 큰 일꾼이 됐다. 풀무공동체로서의 지역정체성을 공유하며,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풀무학교의 역할과 기능이 매우 중요했다는 평가다. 마을 사람들과 풀무학교는 학교가 설립되던 마을공동체 초기부터 마을과 학교가 같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지녀왔다. 풀무학교의 졸업생들은 마치 근대 이전 수백 년 동안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 건강한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농사를 짓고 지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중요한 일들을 수행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고, 모든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자신의 할 일을 찾는 것에서부터 교육은 시작되고 있다. 풀무학교는 이렇게 농촌에 남은 졸업생들과 어려운 농촌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과 실천방법을 찾아나갔다. 홍동지역에는 작은 소모임을 제외하고서라도 풀무도서조합, 재생비누조합, 농가공조합(풀무학교 생협, 갓골빵가게), 자연의 선물가게, 갓골목공소, 그물코 출판사, 느티나무 헌책방, 마을디자인조합 등 약 30여 개의 협동조합과 협동조합형 단체가생긴 요인이다. 또 지금은 중단된 농기계조합, 재생지 포장재 제작소, 축산가공조합 등의 다양한 주민공동체 경제조직도 있었다. 홍동지역의 마을공동체 활동은 주민들과 함께하는 할머니조합, 발효식품조합, 토지재단, 농민문화연구소, 마을 돈(지역화폐) 운동, 지역역사 자료관, 햇살에너지조합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마을의료생협 출범
특히 지난 5월에는 우리마을의료생협이 준비 시작 3년 만에 드디어 출범하면서 첫발을 뗐다. 홍성우리마을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약칭 우리마을의료생협)은 지난 5월 9일 홍동농협 강당에서 조합원 2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정관과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임원을 선출했다. 총회일까지 가입된 조합원은 363명이며 출자금은 4000만 원이 넘었다. 총회는 이사 9명, 감사 2명을 선출하고 선출된 이사회는 채승병 씨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채승병(67세) 이사장은 홍동면 구정리에서 출생, 풀무농고 2회 졸업생으로 낙농업을 하고 있다. 채 이사장은 홍성낙협과 풀무신협 감사를 각 10년 이상씩 하며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능력을 갖춘 점 때문에 선출됐다는 평가다. 채 이사장은 “생협 조합원 확대와 의원 개원, 자립기반 조성이 올해 목표”라고 계획을 밝혔다. 우리마을의료생협은 홍동면 금평리 상하중 마을 건강관리실을 생협의원으로 개원할 계획으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초대 생협 임원은 △이사장 : 채승병 △이사 : 금창영·김옥분·신관호·이재자·조미경·주정민·주형로·최문철 △감사 : 정재정·정해일 이다.

 

 

1980년 한국 최초의 생협을 탄생시킨 홍동면에서 생협 중 가장 힘들고 고차원인 의료생협을 출발시킨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홍순명 창립준비위원은 총회 인사말에서 우리나라 현행 의료보험조합 탄생의 밑거름이 됐던 세 사람을 거론하며 역사적 연관성을 상기시켰다고 한다. 풀무학교 전 후원회장 장기려 부산복음병원장, 풀무학교 전 교사 채규철 청십자전국연합회 전무, 홍동면 월현리 출신의 정해열 전 의료보험공단 서울시 북부지역본부장 3인이 1968년 부산에서 시작해 전국에 확산, 20년간 운영했던 한국 최초의 의료조합인 청십자의료조합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모두 고인이 되었다. 이날 초대 이사장을 맡은 채승병 씨는 “과거 한국청십자의료조합을 시작 운영하고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을 거명할 때 줄곧 눈물이 났다”며 소감을 밝혔다.

의료생협은 이날 채택한 정관을 통해 “농촌 고령화와 공동화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큰 걸림돌이다. 전문가·자본 중심의 기존 의료 체계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의 삶을 존중하고, 몸·마음·관계의 평안을 돕겠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총칙에선 ‘상부상조의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자주·자립·자치적인 협동조합활동을 통한 조합원의 건강 향상과 주민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을 목적으로 채택했다. 생협은 또 이날 사업계획에서 “우리지역 삶, 더불어 사는 마을가치 존중, 질병 치료를 넘어 몸 마음, 관계의 평안을 돕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 우선, 찾아가는 농촌형 진료기관”이라고 천명했다. 인구가 많은 도시가 아닌 리 단위에 세운 농촌형의원이란 점도 참으로 독특하다. 지역 풀뿌리형 사회적 기업은 주민주도의 자립형 지역공동체 사업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료생협은 대표적인 지역 풀뿌리형 사회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은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이 의료사각지대에 사는 농민들을 위한 ‘홍성우리마을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유기농업 특구인 홍동마을에서 농민들을 위한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으로 탄생하면서 또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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