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립미술관 건립, 사후관리·활용방안 논의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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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립미술관 건립, 사후관리·활용방안 논의 ‘우선’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6.04.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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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 홍성군립미술관 건립 가능할까?<1>

폐교에 군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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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내 군립미술관 현장을 가다-영암군립미술관
5. 국내 군립미술관 현장을 가다-고창군립미술관
6. 홍성군립미술관 건립 과제와 전망(전문가 토론회)

충남도청이 이전하면서 홍성의 원도심은 공동화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도심에 감성을 불어넣고 역사와 문화, 경제를 동반 성장시킬수 있는 추진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홍성군은 면지역의 폐교를 활용해 군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본지는 군립 미술관 건립에 대한 타 지역 사례 등을 통해 신중한 접근과 타당성 검토로 원도심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발전적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도심과 격리된 지리적 한계 극복 선결 과제
성공보다 실패 많아 콘텐츠 선정·운영 신중
해당 지역주민과의 유대감 형성 성패 좌우


 

▲ 결성면에 위치한 용호초등학교 전경. 군은 이곳에 군립미술관 및 창작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군립미술관 설립 어떻게 추진되나
홍성군은 지난 2009년 폐교된 결성면 용호초등학교를 활용해 군립미술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용호초는 군이 농기계임대사업소로 활용하기 위해 2014년 홍성교육지원청으로부터 대지 1만 523㎡, 건물면적 1346㎡를 매입했다.
군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제외한 교사 및 부속 건물 등 유휴공간을 올해 2억 5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미술관, 창작센터, 강의실 등을 갖춘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조성하고 미술관 설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홍성군립미술관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 공청회 등을 개최해 의견수렴 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군은 김좌진 장군 사당인 백야사와 한용운 선사 생가지의 중간 지역인 입지조건을 활용해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 거점 및 문화·예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 낙후된 농촌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11년 개관해 1종 전문미술관으로 지역 문화예술 본거지로 급부상중인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

◇군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있나
전국적으로 비교했을 때 문화예술 활동의 불모지라고도 할 수 있는 홍성군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다면 군립미술관 설립은 박수칠만한 시도이다. 하지만 군립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100㎡ 이상의 전시실 또는 2000㎡ 이상의 야외전시장과 수장고, 사무실 또는 연구실, 자료실·도서실·강당(중 1개 시설), 화재·도난 방지시설, 온습도 조절장치 등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한, 미술관 자료로 100점 이상의 미술 작품을 확보하고 학예사를 1명 이상을 배치해야 하는 등 기존시설을 활용해도 수 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군립미술관 설립에 대한 제안은 출향인 작가로부터 나왔다. 지난 해 11월 중순께 한 출향작가의 제안으로 추진하기 시작해 충분한 검토도 없이 한 달도 못 돼 예산편성까지 이어져 지역 문화예술계는 물론 지역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현재 홍성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과 인근에 전시관 및 창작스튜디오 건립을 추진하는 등 기존의 미술관이 건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용호초 부지에 또 다른 미술관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 및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다.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2011년 8월 개관해 2012년 1종 전문 미술관 등록을 마치고 지역 문화예술의 본거지로 급부상 중이다. 주말 평균 200여 명의 가족단위 방문객이 찾고 있다.
군은 이응노 화백의 얼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작품세계를 전승시키고자 70억원을 들여 생가와 기념관을 건립했다.
기념관은 약 2만㎡의 대지위에 연면적 1400여㎡의 건축물로 4개의 전시실, 다목적홀, 수장고, 북까페 등이 있고 외부에는 생가와 잔디광장, 연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와 함께 군은 ‘고암문화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이응노 아뜰리에 건립을 추진 중이다.
기념관 옆 1만 2000㎡의 면적에 이응노 기념관을 중심으로 중계리 일원을 문화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추진되는 아뜰리에는 규모와 공간 구성, 운영방안 수립을 위한 전문가 용역에 착수해 국·도비 확보를 통해 2018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에 앞서 작가들이 작품·전시활동을 할 수 있는 창작스튜디오를 마련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전문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미술관들은 지자체나 뜻이 있는 독지가, 또는 한 사람의 미술가의 미술에 대한 헌신과 뜻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건립된 미술관은 턱없이 부족한 관객수와 적자 경영으로 시도 때도 없이 무용론에 시달리며 혈세 낭비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군립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지자체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건물만 지으면 자동으로 미술관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응노 생가 기념관 또한 고암 이응노라는 명확한 주제와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인적자원 등이 참여해 건립을 추진했지만 개관 당시에는 불편한 접근성, 사후관리와 활용방안, 전문성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군의 단순히 폐교활용이라는 명분 하나에 집중해서 추진되는 듯한 군립미술관 및 창작공간 조성 사업은  미술관을 운영하는 주체와 지역 작가들의 연구와 고민이 충분히 이뤄진 상태에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지역 문화예술계의 조언이다. 또한 도심과 격리된 지역적 한계 극복도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충남도내 군립미술관이 단 한곳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문화적·재정적 여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한 해 몇 억씩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두개의 미술관을 운영할 재정이 홍성군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창작공간 조성과 관련해 “농기계 임대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작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와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창작공간을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면 안된다. 명확한 공간의 정체성에 로드맵을 수립해 효과를 극대화 시킬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면 폐교를 재활용한 군립미술관 건립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주민 김 모 씨는 “공간 재생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시도하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농촌과 지역민, 지역작가들이 연계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경호 시인은 그의 논문 ‘지역미술관 활성화 방안 고찰’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민들이 참여해 소통하는 문화적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전시 유치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관람객을 위한 참여프로그램 확대와 치밀하고 섬세한 계획을 수립해 장차 미술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민들에게는 여전히 ‘예술은 어려운 것’, ‘자신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역 미술관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획기적이고 개성 있는 콘텐츠의 부재”라며 “다양한 예술 양식의 흐름과 함께 변화된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안일한 미술관 운영으로는 결코 미술을 찾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글=이은주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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